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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는 낙관론이 아닌 '비관론'에서 출발해야 한다

Written by. 정준   입력 : 2004-07-02 오전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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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남북 해군 함정 사이에 1953년 휴전 이후 처음으로 무선교신이 이뤄졌다고 해서 또 남북의 군사력이 첨예하게 대치하고있는 최전방에서 서로 자극적인 행위를 자제키로 했다고 해서 남북화해가 절로 이루어지는 양 매스컴이 법석이다. 우리는 이 같은 양상을 어떤 시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남북정상회담에서의 6·15공동선언 4년-. 그날 이후 세상은 참으로 어지간히 바뀌었다.

이 땅에서는 남남(南南)갈등으로 골이 깊게 패이고, '친북적 민족주의'가 주인행세를 하기에 이른 것은 물론, 우리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50년 넘게 이어져온 혈맹 미국과의 동맹체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사태를 맞고있다.

문제는 한미동맹체제가 해체(解體)프로세스 수순(手順)을 밟게됐다는 점뿐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주한미군의 철수에서 오는 최전방에서의 안보공백과 이로 인한 천문학적인 국방비 조달과 동북아의 지역안보 불균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적(主敵)이 누구인가'를 새삼 정책당국에 물어보아야 할 정도로 국민은 안보와 관련하여 '심리적 공백(空白)' 또는 '안보불감증'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반기문 외교장관(좌)와 북한 백남순외무상이 1일 오후 자카르타 매리어트호텔에서 남북외교장관 회담을 시작하며 악수하고 있다

4년 전의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정상이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서  자발적 의지에서 만난 자리가 아니라, 국민 몰래 북한에 5억 달러를 건네주고 마련한 자리였다. 저들이 내세운 '민족공조' 개념 역시 자신들의 체제보전을 위한 핵(核)문제를 <한민족 대 미국의 대결>로 변질시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고자 했던 간교한 선전술이었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정부당국자들은 6·15공동선언을 계기로 남북교류 활성화와 이로 인한 남북간 긴장관계 완화를 공(功)으로 들지만, 정작 군사적 신뢰관계에 있어서는 진전이 없었다. 인적·물적 교류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평화공존의 가능성'을 전망한다는 것은 북한의 실체를 모르는 처사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남북 해군 함정간 휴전 이후 첫 무선교신이나 남북의 군사력 대치지역인 휴전선에서의 자극적인 방송자제 등은 그야말로 핵심을 지켜나간 '주변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일부 매스컴이 '역사적인 변화' 또는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 운운' 하는 것은 넌센스이고 어불성설이다.

2년 전의 서해교전은 저들과의 약정(約定)이 '매우 취약한 기반 위에 설정된 허상(虛像)'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7·4공동성명' 이후 수많은 상호 약정들의 실종'이 말해주고 있듯이 북한당국들은 필요에 따라 수시로 '말 바꾸기' '말 뒤집기'를 밥먹듯 해왔다.   

우리는 정부당국과 북한당국자에게 묻는다.

(1) 우리는 이인모 등 비전향 장기수를 대거 저들의 손에 넘겨주고도 한국전쟁 당시의 피납 국군포로나 납북어부 한 명도 돌려 받지 못했다. 그것이 과연 남북간의 진정한 신뢰와 긴장완화의 실상인가.

(2) 남한을 볼모로 하는 위협수단이 분명한 북핵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평양-원산 선(線) 이남 지역에 집중 배치되어있는 저들의 70% 이상의 지상군과 언제든 남한에 대한 기습공격이 가능한 저들의 장사정포(砲) 후방배치가 단 한치의 진전이라도 있었는가. 그것이 과연 남북화해인가.

(3) 우리는 주적을 주적(主敵)이라고 부르지도 못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대남(對南) 적화야욕을 명시하고있는 저들의 노동당 규약 서문을 개정 또는 폐기하도록 단 한번이라도 요청한 적이 있는가.

(4) 그러고도 친북세력에게 공공연하게 '민족 제일주의'라는 허울 좋은 기치 아래 '합법적인 친북(親北)활동 공간'을 허용할 목적임을 숨긴 채 북한당국의 요청에 동조하여 국가보안법 폐기 또는 개정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인가.

(5) 지난 50여년간 이 땅의 최전방에서 북한의 대남도발과 전쟁억지에 크게 기여해온 주한미군을 '통일 방해세력'으로 몰아붙여 미군 감군(減軍)을 자초하고도 미국의 GPR(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 탓으로만 돌리며 "바짓가랑이 붙잡는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남의 집 불 보듯이' 하면서 명쾌한 대안(代案)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6·15 공동선언으로 발목을 잡힌 것은 정작 대한민국 정부일 뿐, 북한당국이 아니다. 북한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당국자들은 북한이 변화하고 있고,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국민기만이다.

미군 감군(減軍)으로 인한 안보공백과 빈자리를 '남북화해'가 대신해 줄 것으로 오신(誤信)하거나 그렇게 말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 북한당국은 군(軍)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군(先軍)정치집단이다. 그런 논리는 허구(虛構)이고, 그런 이상은 북한당국의 실체를 모르는 허상(虛像)이다.

우리는 과거 월남의 패망사례에서 한 수 배워야 한다. 미국이 월남과 월맹의 휴전협정을 주선하고 철수한 이후 월맹은 '민족공조론'을 내세워 '위장된 평화공세를 전개했다. 그들은 끊임없는 미소와 우애작전으로 월남국민의 정신적인 무장해제를 유도했다. 그 결과는 '월남 패망'과 보트피플로 나타났다. 

정치가 평화를 말하고자 할 때에는 '든든한 안보 대비'가 필수적이다. 또한 정치논리로 국가안보를 훼손해서도 안 된다. 고(故)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에 체제개혁 선택을 압박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스타워즈'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맞섰다. 고르바초프는 이에 미국과 맞설 능력이 없음을 깨닫고 구(舊)체제 해체에 들어갔었다. 북한당국과의 화해와 협력으로 한반도 평화를 지킬 수 없음은 너무나 명백하다. 

4년 전의 남북정상회담은 화해를 위한 큰 발걸음이었지만,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으로 북한당국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모하고도 무망한 게임'이다. 남북 함정간 무선교신이나 최전방에서의 자극적 행위자제 합의는 '화해 제스처일 뿐, '진정한 화해의 몸짓'이 아니다. 정책당국은 '북한과의 신뢰 다지기'에 앞서 국민의 신뢰부터 먼저 다질 수 있어야 한다. 국가안보는 낙관론이 아닌, 비관론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이 정석(定石)이다. (konas)

정준(코나스 논설위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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