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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조국을 사랑한 만큼 조국도…’

Written by. 정상환   입력 : 2015-06-05 오전 8: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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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 심장통(心臟痛)이 다시금 시작된다. 유월의 하늘은 맑으면 맑을수록 더욱 가슴 시리다.

 사람들은 잊었다. 발을 디뎌도 내 땅이 아니요, 혀를 굴려도 내 말이 아니던 시절이 있었음을, 형은 동생의 심장에, 동생은 형의 심장에 총부리를 겨누었던 시절이 있었음을. 아니 아직도 서로의 심장을 겨누고 있음을 잊고 산다. 그래서 더 아프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문다지만, 이 땅을 할퀴고 간 동족상잔의 아픔은 아직도 가슴을 헤집는데 사람들은 지금의 여유로움이 본디부터 있었다 착각한다. 그 누구의 희생과 헌신으로 비롯됐음을 잊었다.

 아쉽게도 유월이면 “우리가 조국을 사랑한 만큼, 조국도 우리를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영화 ‘람보2’ 1985년)라는 말이 떠오른다. 단지 나라사랑 하나만으로 희생한 우리의 영웅들에게 우리는 얼마만한 사랑을 되돌려 주었을까? 부끄럽다.

 누군가에겐 역사가 됐지만 그들에겐 살아있는 현장이다. 누군가에겐 해석의 시간이 됐지만 그들에겐 고통의 현재다. 누군가에겐 빛바랜 기록이 됐지만 그들에겐 처절한 삶의 기억이다. 오직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자신의 책임만을 생각한 사람들, 그랬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던 사람들. 그들의 처절한 투쟁을,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단지 기록과 역사의 해석만으로 헤아릴 수 있을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시작은 신산(辛酸)의 어두운 세월을 이겨낸 독립애국지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밝은 햇살 아래 웃을 수 있는 것은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 비목(碑木)의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전진한 국군 용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평바다 불타는 전함에서도 방아쇠를 놓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수호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푸른 빛보다 더 푸른 청춘을 기꺼이 내어놓은, 평범하나 결코 작지 않은 우리의 영웅 대한민국 국군 장병이 있기 때문이다.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대가를 지불한다).’

 지금의 자유, 지금의 평화, 지금의 희망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놓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기억해내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것은 누군가가 이미 선불했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

 현충일을 맞아 조국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남기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 앞에 옷깃 여미고 고개 숙인다. 그리고 형식적·의례적 행사와 지원에서 벗어나 조국을 사랑한 만큼 조국도 이분들께 무한사랑을 보냈으면 한다. 더불어 남편을 조국에 바치고 꿋꿋이 살아오신 전쟁미망인, 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뚜렷한 상이군경, 자식을 가슴에 묻은 전몰군경 부모님, 용기를 잃지 않으며 조국의 동량으로 성장한 유자녀 여러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현충일은 더욱(?) 슬프다는 세간의 반응이 있다. 공교롭게 현충일이 휴일(토요일)과 겹쳤기 때문이란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께서 괜스레 머쓱해(?)하실 수도 있겠다.

정상환 (국제대학교 교수)

* 국방일보 6월5일 18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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