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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izen Oblige’로서의 호국보훈

사회적 책무는 사회 고위층 인사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동일하게 책임져야

Written by. 오제호   입력 : 2015-06-26 오후 3: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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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지도층 의무’로 풀이되는 ‘Noblesse Oblige’는 익히 알려져 있다. 본 개념은 고대 로마의 고위층이 국가수호를 위해 헌신하는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실천함에는 국방, 납세, 교육 등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의무 전반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으나 상기한 유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방, 즉 국가수호 행위가 전형적인 사례이다. 국가를 수호하는 일련의 행위에는 호국의 행위뿐 아니라 호국의 행위를 내부적으로 뒷받침하는 보훈도 포함된다. 때문에 호국보훈은 ‘Noblesse Oblige’의 가장 일반적인 실천 방안으로써, 숭고함과 고귀함을 두루 갖춘 최고의 덕행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이러한 호국보훈이 반드시 사회 지도층만의 의무이며 그로서 비롯되는 명예 또한 고위층의 전유물일까?

 국방은 헌법에 의해 전 국민의 의무로 귀속되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국의 행위가 특수한 계층에게만 귀속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호국은 영웅 혹은 그에 준하는 뛰어난 자만이 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훈 또한 국가수호의 원동력으로써 전 국민이 그 주체가 되어야 함보다는, 소수의 호국영웅 또는 그에 준하는 사회지도층의 공훈에 대한 보상으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성(鰲城)으로 널리 알려진 이항복의 10대손으로 5형제와 함께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에 헌신하여 이승만 前 대통령과 함께 초대 대한민국건국수훈자로 기록된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 이회영의 행적은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일반적인 ‘Noblesse Oblige’로서의 호국보훈의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Noblesse Oblige’는 귀족층이 국방의 의무를 부담하고 그것이 고위층의 신분유지 수단이었던 서방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동방, 특히 우리나라의 사회체제와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즉 우리나라는 고려 중기 이후 숭문(崇文) 기조가 확산되어 고위층 일수록 오히려 병역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병역이 하나의 명예로 받아들여진 서방과 달리 우리나라는 병역은 오로지 부담스러운 의무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국가의 위기상황에 고위층만이 아니라 全 국민이 그 극복의 주체로서 전면에 나서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의병이다.

 의병이란 ‘외침을 격퇴하기 위해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군대’를 가리킨다. 항몽기까지 소급하는 우리나라 의병의 역사는 임진왜란 이후 본격화되어, 양차호란(兩次胡亂)과 구한말 20년(1895년의 을미의병 ~ 1915년 채응언의 의병) 간의 항일 의병투쟁을 겪으며 호국의 구심점으로 거듭났다. 이후 3·1운동과 6·25 등 근현대사를 피로 물들인 굵직한 사건의 기저에는 언제나 구국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민중이 있었다. 

 최근 ‘Citizen Oblige’란 개념이 떠오르고 있다. ‘시민의 사회적 책무’로 풀이되는 이 용어는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만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 또한 고위층과 동일한 사회적 책무를 져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 이는 ‘Noblesse Oblige’보다 한 차원 더 진보한 개념으로 그 실현 또한 ‘Noblesse Oblige’보다 더 어려운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Citizen Oblige’를 800년 가까이 호국보훈을 통해 행해 왔다.

 때로는 의병이란 이름으로 때로는 의열지사와 학도병의 이름으로 호국의 최전선에 나섰던 우리의 선조들은 이미 최상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행하고 있었으며, 이는 더 나은 미래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오늘날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85만 여의 유공자 또한 호국보훈은 더 이상 ‘Noblesse의 Oblige’가 아니라 ‘Citizen의 Oblige’ 임을 여실(如實)히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Konas)

오제호 (의정부보훈지청 선양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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