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테러범 요구 굴복땐 제2·3 테러 부른다”
한국인 김선일 씨가 이라크 저항 세력에 납치, 살해됐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한 정부의 구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결과를 가져온 데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치솟는 분노를 억제할 수 없다. 김씨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가 바로 시작이라는 것이다. 테러 집단은 김씨의 납치 목적이 한국군의 이라크 철수와 추가파병 철회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한국군의 추가파병 의지가 확인되자마자 곧바로 인질을 처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저들은 언제 어디서고 한국인을 인질로 잡을 수 있고 참수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경우에도 테러범의 요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유사 이래 테러범에 대처하는 최선의 수단이자 불변의 원칙이다. 테러범에 대한 굴복은 제2, 제3의 테러로 이어질 것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테러에 굴복하지 않는 가장 좋은 모델은 이스라엘이다. 아랍은 1967년 6월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패하자 군사력으로 이스라엘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 테러리즘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이후 아랍의 테러가 얼마나 극심했는가는 68년 한 해에만 35건의 항공기 납치 사건이 일어난 데서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단 한 번도 이들의 테러에 굴복하지 않았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저들의 독특한 대응 방법에 따라 테러범에게는 수십 배의 보복을 가했다. 아랍권에 테러의 방법으로는 결코 이스라엘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도 이스라엘은 불과 700여만 명의 인구로 1억 명이 넘는 아랍권과 싸우며 그들의 생존을 지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씨의 납치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이라크 철군과 추가파병 철회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의 국회의원들마저 이미 확정된 정부의 방침에 반기를 들며 파병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 집회,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파병 철회 동의안. 이것들은 테러범의 요구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테러범을 도와주는 동시에 인질 석방 교섭을 방해하는 최고의 장애물이 됐다. 테러범들은 한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부 젊은이들과 국회의원들의 파병 철회 움직임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몇 명의 인질을 더 살해한다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외신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한국 내 파병 반대 여론을 의식,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지 않는가.
만약 이번에 우리가 테러범의 요구에 응해 파병을 철회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세계 국민들에게 테러범에 굴복한 유일한 국가로 낙인찍힐 것이다. 한국은 테러의 천국으로 테러범들에게 인식될 것이다. 한·미동맹은 복원할 수 없는 단계까지 훼손될 것이며 국제 사회에서는 동맹이 없는 고립무원의 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3000여 명의 자이툰부대 용사는 현지 적응훈련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벌써 수개월째 파병이 연기된 채 훈련만 하고 있으니….
어떤 경우에도 테러범의 요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자이툰부대는 예정대로 이라크를 향해 떠나야 한다. 이라크의 평화·재건을 위해서…. 테러 행위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서….
<이상훈 재향군인회장, 전 국방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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