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연평해전-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
“정말 군대가기 싫다!.”
개봉 다음날 온가족과 함께 영화 ‘연평해전’을 보고 나오는데 어느 젊은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곧 입대를 앞둔 젊은이인듯 싶었다.
내게는 이 말이 “조국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우기 싫다”는 의미가 아니라, 마치 “저런 허망한 죽음을 강요하는 나라는 필요없다”는 말로 들렸다.
그날 우리의 꽃다운 젊은 장병들은 ‘절대 먼저 쏘지 말라’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북한군의 표적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망연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곤 적의 총탄 앞에서 전우를 위해, 조국을 위해 장렬히 산화했다. 그러나 죽어서도 외로운 그들이었다. 그들의 장례식장에 대통령은 물론 어느 정치인 한 명도 軍 관계자도 조문하지 않았다. 아버지를, 아들을, 남편을 잃은 유족들은 오열했고 살아남은 전우들은 살아남은 죄로 죄인아닌 죄인이 되었다.
작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올해 메르스가 전파되자 야권은 물론 각종 언론들은 물만난 고기처럼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은 국가간 약속인 미국 방문을 전격 연기하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2012년 6월29일 바로 그날, 적군의 공격을 받아 전투가 벌어졌고, 적군의 발포계획까지 사전에 감지했으면서도 이를 무시해 우리의 아들이자 동생들을 처참히 죽게 한 이들을 향해 어느 누가, 어느 언론이, 대통령을 향해, 정치권을 향해,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던가?
당시 대통령은 그 비보를 듣고도 월드컵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유유히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소 띤 얼굴로 행사 관계자들을 마주했으리라. 6명의 죽음에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았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모두 침묵했다. 오히려 북한군의 소행이 아니라며 적을 두둔해 유가족들의 가슴에 또다시 못을 박은 이도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두 번 죽였다. 그래서 죄인일 수 밖에 없다.
세상 어느 나라에서 자국을 위해 목숨 바친 전사자들을 이토록 철저히 무시할 수 있을까? 그날 이후 유가족들은 웃음을 잃었다. 세상 무엇보다 명예로운 죽음에 치욕으로 보답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군대에 가기 싫다는 젊은이의 마음을 누가 비난할 수 있으랴? 오늘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이를 위해 희생한 누군가의 덕분이다.
故 박동혁 군의 어머니가 하늘에 있는 아들 동혁 군에게 쓴 편지가 아직도 가슴을 저민다.
“중환자실에서 너의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이, 눈 뜨고는 볼 수가 없었다. 성한 데라고는 머리하고 왼손뿐이었어. 22개나 되는 링거줄에 의지하고 수많은 기계들. 3일 만에 죽었다가 심폐기능 소생 기술로 살아났다고 하더라.
한 달 되어가면서 의식을 찾은 내 아들. 왼쪽 다리 빼고 파편 때문에 대장은 망가졌고 소장은 일곱 군데 꿰매고 배는 오픈 시켜 반창고로 붙여놨고 허리는 끊어졌고 왼쪽 척추에 큰 파편이 있고 화상으로 인해서 푹 패어 그 밑에 인공항문. 오른쪽 다리엔 신경이 다쳤는지 감각도 없고 여기저기 파편 조각들이 상처를 내고 오른쪽 어깨에 총알이 들어있다. 뱃속에는 파편 쪼가리가 100개가 더 있다고 하더라.(중략)
엄청난 상처를 뒤로 한 채 9월 20일 새벽, 저 멀리 하늘 나라로 가버렸다. 그 힘든 통증 속에서도 살아준 내 아들에게 고마웠다.(중략)
새해가 밝아오지만 아들에 대한 보고픔은 더욱 간절했다. 한국 주둔 美사령관이 위로의 편지를 보내왔다. 최고의 대우와 예우를 한다던 정부와 기관은 전화는 커녕 편지 한 통 없다. 국방부도. 내 젊은 아들은 어느 나라, 누구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말인가. 화가 치밀고 분통이 터졌다. 과연 우발이었을까 누가 책임을 진단 말인가.(중략)
2003년 6월 11일 기다리던 아들의 제대날이다. 대문을 열고 ‘나 왔어!’ 하는 소리가 귀에 들어올 것만 같다. 문도 열어보고 대문 밖에 나가 서성거린다. 안절부절못하는 어미의 심정을 누가 알까. 해가 뉘엿뉘엿 져도 아들은 오지 않는다. 북받쳐 오는 설움에 남편을 붙들고 왜 동혁이는 오지 않냐?’고 미친 사람처럼 목놓아 울었다.(후략)"
故 운영하 소령, 故 한상국 상사, 故 황도현 중사, 故 조천형 중사, 故 서후원 중사, 故 박동혁 병장.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