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명 보내 싹 쓸어버리자”
“수만명 보내 싹 쓸어버리자”
어린 중학교 남녀 학생들이 흥분하여 하는 말들입니다. 그 말이 그렇게 고맙고 대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방송과 촛불이 또 나서고 50명의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파병반대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파병 반대 바람을 일으켰지만 이번에는 미선이-효순이 때처럼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현상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어서 어제 어느 기자로부터 의견을 구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김선일씨 사건으로 파병을 반대하는 여론이 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여론은 오히려 그 반대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그전에는 공병과 의료진만 보내자고 했는데 이번에는 전투병을 더 많이 파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해 주었습니다.
"파병을 찬성하는 여론은 방송이나 촛불이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라 국민 각자의 가슴에 저절로 타오른 것입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기자가 대답했습니다.
"바로 애국심, 전우애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애국심은 방송과 촛불로 덮어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방송은 이라크 사람들을 침략받는 피동적인 국민이요 선한 사람들이고 미국은 그런 선한 사람들을 짓밟는 악한 국민이라는 식으로 소개했습니다. 맞습니까?"
"이라크 사람들이 김선일씨를 어떻게 죽였습니까? 사람의 탈만 썼지 사람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선생님의 가족이 그런 식으로 죽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데 국민은 이라크가 무서우니 군대를 보내지 말자고 하면 얼마나 서글프겠습니까? 이것도 국가냐 하며 화가 날 것입니다. 저는 월남전에 41개월씩이나 있었습니다. 옆에 있는 전우가 마을로부터 날아온 총탄에 쓰러지면 그 마을에 어린이가 살든 노인이 살건 무조건 쑥대밭을 만듭니다. 이것이 전우애요 국민정신입니다. 그래, 너는 참 재수가 없구나. 너 죽는 것을 보니 빨리 이 곳을 떠야겠다. 너 아니었으면 나도 죽을 번했다. 고맙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
"그럴 순 없습니다"
"김선일씨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국가가 있는 사람입니다. 김선일씨를 죽인 자들은 인간 이하의 짐승 마음을 가진 패거리일 뿐입니다. 패거리들도 자기네 멤버가 당하면 무섭게 보복합니다. 소위 국가라는 존재가 국민이 그렇게 당했는데도 보복할 마음이 없고, 김선일씨가 죽은 곳은 무서운 곳이니 가지 말자는 소리를 해 보십시오. 그런 게 무슨 국가입니까?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거나 중학생보다 못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군인은 국민의 일부입니다. 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우의식입니다. 이를 동대의식 영어로는 spirit de corp라고 합니다. 이런 게 없으면 애국가도 태극기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국민들 가슴에 이런 것이 아직도 살아있는 것을 보면서 아직도 이 나라에는 희망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적은 수의 군이 가면 한국이 얕보입니다. 많은 수의 군이 가서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 추진해야 한국이 대접받습니다. 김선일을 보고서도 달라진 게 없다면 이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저질 국가로 취급됩니다".
"그런데 전투병을 파병하면 피해를 많이 입는 것이 아닙니까?"
"일국의 군대는 그 나라의 심볼입니다. 군대는 화단의 화초처럼 곱게 길러 바라보고만 있으라는 존재가 아닙니다. 군대는 적에게 무서워야 합니다. 영국군을 보십시오. 영국군 참으로 무섭습니다. 미국군대도 참으로 무섭습니다. 그러니까 세계를 지배하지요. 1960년대, 한국은 거지의 나라였습니다. 대통령이 1억달러를 빌려달라 해도 빌려주는 나라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국군이 5만명 규모로 월남으로 갔습니다. 한국군은 당시 살맛을 잃었던 국민에게 신선한 뉴스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군의 활약상이 높이 평가됐습니다. 한국군 때문에 한국이 날렸고 대통령 이름도 날렸습니다".
"당시 한국 국민은 멸시했던 런던타임스 지는 66년 5월29일 자에 "한국군이 월남전을 맡았거나, 미군이 한국군의 전술을 채택했더라면 벌써 승리로 끝냈을 것"이라는 극찬을 했습니다. 지금은 IMF가 돈줄을 쥐고 있지만 당시에는 서방 11개국 금융클럽이 쥐고 있었습니다. 불과 1억 달러의 외자도입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던 그들이 1966년 가을 서울을 찾았습니다. "월남전을 보니까 한국은 희망이 있는 나라더라"며 대한국경제협력단을 만들어 67´-71´년간에 27억 달러의 차관을 공여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똑같은 방법으로 이라크전에 임해야 합니다. 한국군은 아주 잘 할 수 있습니다".
"군대를 가지고 있는 국가가 전쟁터로 군대를 보내는데 위험한 곳, 안전한 곳 찾는다면 이는 국제적 웃음거리입니다. 미국인들에겐 남성다움 영어로 macho라는 게 미덕입니다. 심줄과 배짱(gut & knack)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군이나 영국군 그리고 그 어느 나라 군대가 위험한 곳엔 가지 싫다고 말합니까. 그런 생각은 속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지 외교 마당에 대고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이는 한국군의 수치이자 국가의 수치입니다.만일 한국군이 이라크에 많이 가서 인심도 얻고 싸우기도 잘 했다면 조무라기 테러리스트들이 감히 김선일씨를 저토록 비참하게 살해했을 리 없습니다. 정부가 자초한 것입니다. 한국과 한국군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돼 버린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어려서부터 돈을 주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어 용돈과 학비를 마련하라 합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잡다 놓습니다. 훈련도 무자비하게 합니다. 세계적인 전쟁은 모두 미국이 도맡아 했습니다. 미국이라고 해서 인명을 경시합니까? 군대를 유지하지 않으려면 몰라도 유지하려면 가장 험악한 곳에서 훈련을 시키고 실전을 쌓게 해야 합니다. 한국군 역시 돈을 대서라도 전쟁터로 내몰아야 합니다. 한국군의 앞에는 한국군을 넘보는 인민군이 있습니다. 인민군은 이라크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엄청난 이점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군은 이라크에 가서 인심을 얻을 수 있는 군대입니다. 인심을 얻으면 정보도 많이 얻습니다. 한군군은 테러조직들을 청소하는 일을 그 어느 나라 군대보다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군은 위험한 곳엔 안 간다´는 말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말인지 정치인들부터 빨리 알아차렸으면 합니다".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 www.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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