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

국가의 존재 이유

Written by. 홍득표   입력 : 2004-07-11 오후 6:43:03
공유:
twitter facebook
소셜댓글 : 0

최근 이라크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의 잇단 피살사건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남파간첩,빨치산 출신 비전향 장기수에 대한 민주화 운동기여 인정 등의 결정을 접하면서 과연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국민의 국가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 11월 이라크에서 무장 세력에 의해서 오무전기 근로자 2명이 죽고 2명이 다쳤으며, 5월 31일에는 가나무역의 근로자 한명이 이라크 반미 저항세력에게 납치되어 피살된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라크에서 오무전기 사건이 발생하고 가나무역 근로자 피살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200여 일 동안 대한민국 정부가 ‘부재중’이었다는 질타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라크에 병력을 파견한 상태에서 추가로 국군장병을 파병한다고 하면서 그리고 외국 민간인을 상대로 이라크 무장 세력의 폭탄테러와 인질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대테러 방지책이나 교민안전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정부부재론’, ‘국가기능정지론’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국가의 존재 이유와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 남파간첩과 빨치산 출신 비전향장기수 3명의 죽음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의문사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한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대전.충남 회원과 전쟁미망인들이 9일 대전역광장에서 "의문사위 판정 규탄대회/
끔찍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야단법석을 떨지만 일과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너무 많았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이와 대비되는 다른 나라의 예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수년전 이스라엘 국적 선박이 남해상에서 충돌하여 이스라엘 선원 수명이 실종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스라엘은 수개월동안 실종자 수색을 했다고 한다.

언제까지 수색을 할 것이냐고 물었을 때 실종자를 모두 찾을 때까지라고 답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비록 사고 수습이지만 이역만리 떨어진 공해 상에서 엄청난 예산과 노력이 들어가는 데도 불구하고 자국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오무전기나 가나무역 근로자의 사건 전후에 정부의 대응책을 생각하면 실종된 자국민을 찾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던 이스라엘 정부와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국가존재 이유의 핵심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당연한 책무는 방기하면서 의문사진상위의 비전향 장기수의 민주화 운동 인정이라는 어이없는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고 정말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희생한 호국영령이나 많은 국민의 정서를 염두에 둔 결정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민주화운동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정하였지만 국가기관끼리 엇갈리는 입장 때문에 국민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옥중 공산혁명 투쟁도 민주화운동이라고 인정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수호하기 위해서 누가 몸과 마음을 바쳐 싸우겠는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변하지 않는 한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고귀하게 희생된 분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어느 시기엔 간첩이 시대가 바뀌었다고 민주화 운동 기여자가 되는 상황이라면 국가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여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하면서, 간첩과 민주화 유공자의 평가기준이 정권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한다면 국민은 국가의 정체성에 대하여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의 하나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희생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만들거나, 국민 각자가 알아서 신변 안전에 대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의 대국민 보호기능에 대한 기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국가의 존재 이유가 유명무실해 질 것이다. (konas) 



홍득표 (본지 고정 칼럼니스트, 인하大 사범대학장, 정치학 박사)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로그인하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