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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재배치와 미래 한미동맹

Written by. 차두현 박사   입력 : 2004-08-01 오전 1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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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여 년간 한·미 동맹은 수많은 동맹의 사례들 중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성공적인 역사를 기록하여 왔다. 1953년 한국전쟁이 종식된 이후 지난 반세기동안 한국의 안보는 한국의 방위역량 증대 노력과 한·미 상호방위조약,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주한미군과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근간으로 유지되어 왔으며, 한·미 양국은 동맹관계에 입각한 신뢰와 결속을 정치·경제 등 여타 분야에까지 확산한 포괄적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탈냉전 시대의 개막이후 변화하여 온 세계적 안보환경과 새로운 안보도전,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의 형성, 우리 국내의 정치·경제·사회적 변화는 기존의 안보전략과 국방정책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한·미 동맹 역시 이에 부응한 발전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발전의 과제는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며, 현재진행형의 속성을 띠고 있다. 최근의 주한미군 일부 전력 이라크 차출 및 재배치 논의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한·미 동맹은 이미 커다란 변화의 초기 단계에 와 있으며, 미래 동맹의 생명력과 결속력은 현 시점에서부터의 준비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동맹체제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의 시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다소 당혹스러운 것일 수도 있고, 심리적 불안감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대내외 안보환경의 변화에 부응한 한·미 동맹의 발전은 필연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수동적인 대응보다는 적극적인 인식과 정책방향의 정립이 요구된다.

동맹발전의 동인(動因)들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등과 관련된 논의의 가장 큰 동인중 하나는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가시화되어 온 미국의 새로운 안보전략과 이에 입각한 해외주둔 미군전력 재배치(Global Defense Posture Review: GPR)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新안보전략은 탈냉전 시대의 특성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이미 기본구상이 마련되어 온 것으로 판단된다.

전장을 지배하는 기동력(dominant maneuver), 정밀 개입능력(precision engagement) 등 현재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군사전략의 상당부분이 이미 1997년 발간된 미 합참의 『합동 비전 2010』에 반영되어 있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러한 미국의 탈냉전시대 군사전략은 부시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정치․외교적 소요와 고려요소가 가미된 新안보전략의 기반이 되었다. 부시 대통령은 선거 유세시기부터 “강력하고 잘 훈련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세계질서 주도국으로서의 입지 공고화”를 표방하였으며, 부시 행정부의 출범을 통하여 이 노선은 더욱 강화되었다. 「9.11 테러」는 이러한 구상을 기본바탕으로 新안보전략을 완성시킨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본토에 대한 위협’이라는 새로운 상황을 상정한 新안보전략의 추진을 가속화하게 되었다. 실제로, 「4년주기 국방검토보고서」(QDR), 「핵태세 검토보고서」(NPR), 「국가안보전략」(NSS) 등 부시행정부 출범과 「9.11 테러」를 거치면서 발표된 일련의 안보․국방정책 문건들은 공통적으로 ① 테러집단/지원국 및 악당국가들의 대량살상무기 공격에 대비한 미 본토 방어 능력 강화, ② 세계적 차원의 미국 이익 보호를 위한 해외 전력투사 능력 향상, ③ 다양한 지역분쟁에 대한 동시 대비 능력 제고, ④ 필요시 과감한 선제공격까지의 고려 등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2003년의 GPR로 대변되는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전력 재배치정책은 미국 新안보전략의 논리적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제시된 소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려면 경량화하고 기동화된 미군 전력의 재배치가 필요로 되며, 유사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미군 전력을 신속히 이동하여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유사시 분쟁지역으로의 신속한 군사력 전개에 장애가 되는 대규모 미군의 상시 주둔을 지양할 필요가 있으며, 단일 목적만을 위해 고정 주둔하는 해외미군의 효용성은 점차 저하됨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에 따라 해외주둔 미군을 경량화․고속기동화하는 데 중점을 둔 GPR을 추진하기 시작하였으며, GPR 구상은 2003년 11월 부시 대통령의 발표에 의해 공식화되었다.

미국의 新안보전략은 기존의 우방/동맹국들에게는 더 큰 부담과 기여의 요구를 의미한다. 미국의 세계전략이 주요 전장(戰場) 중심에서 동시다발적인 지역분쟁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잠재적 위협세력의 사전 견제·제거로 이동함에 따라 미국의 지역․세계 차원에서의 군사작전에 대한 참여 등 동맹의 역할 범위 확대가 요구되는 반면, 해당국들의 자국 방위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경우 이러한 전략에 의해 제1차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 불가피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그 동안의 현재의 주한미군은 ‘한반도 방위’라는 단일목적 만을 지향해 왔으며, 37,000여명에 달하는 병력규모 역시 미군의 전체 가용 군사력에 비추어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를 향한 동맹발전이 단순히 미국의 전략변화만으로 인해 촉발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 동안 우리 사회 내에서도 한국의 신장된 국력과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한·미 관계도 보다 균형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고조되어 왔기 때문이다.

또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꾸준히 확장되어 온 남북 화해·협력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우리로서는 남북 평화·번영 시대에도 한반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동맹의 논거를 지금부터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즉,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한․미 동맹 발전은 한·미 양국 모두의 필요성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며, 이러한 인식상의 공감대를 확대해 나가는 일이 안정적인 동맹을 위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

한․미 동맹의 발전을 위한 제언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미래 안보환경 변화는 ‘한반도 방위동맹’의 역할변화를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 시점에서 북한의 군사력은 명백하고 실존하는 위협이나, 남북 화해·협력의 진전과 함께 북한의 개혁·개방이 진행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위협은 차츰 감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으로부터의 군사위협의 감소는 한반도 안보에 대한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위협의 감소를 의미하며, 대신 불특정하고 불확실한 안보위협이 새로운 동맹의 소요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정예 군사력 건설이 가속화됨에 따라 한반도 방위에 있어 한국의 역할은 점차 증대될 것이며, 이에 따라 동맹의 역할을 한반도 방위에만 국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반도 방위’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 안정’(이는 기존의 동맹발전 논의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사항이다)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접근은 적지 않은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주변국들이 이를 특정 국가를 포위하는 정책으로 오인할 수 있으며, 그 개념상의 모호성으로 인해 주변국들간의 분쟁에 불필요하게 연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역안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지리적 위치가 군사력 전개에 영향을 미치던 과거의 군사 패러다임하에서 정립된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는 미래 안보환경하에서 ‘지역안정’에 대한 한·미 동맹의 기여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동맹의 유일한 목적으로 인식되어서는 곤란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서 필자는 개인적인 의견으로서 다음과 같은 한·미 동맹의 미래 발전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군사동맹에서 포괄적 동맹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나가는 것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 동안 한·미 동맹은 군사적 협력을 모태로 해 왔으며, 이를 근간으로 정치·경제적 협력을 확장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적 위협뿐만 아니라 탈냉전시대에 들어서 부각되기 시작한 비군사적·비재래적 안보위협(non-conventional threat)에 적극 대처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 구현을 위해 협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군사동맹의 차원을 넘어서 포괄적 안보동맹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 중심에서 ‘위협’ 중심의 협력을 지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1세기의 새로운 위협으로 부각되고 있는 테러, 대량살상무기, 인간안보, 무기밀매, 환경, 마약 등과 같은 안보와 직결되는 현안들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으며, 이것이 한·미 양국에 모두 해당하는 ‘초국가적 위협’일 경우 동맹은 이에 공동대처하는 중요한 협력의 수단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셋째, 미래 안보동맹은 단순히 상황이나 사건에 대응하는 대증적(對症的) 접근이 아닌 예방 중심의 성격을 가져야 할 것이다. 즉, 상황을 분석·판단하여 마련된 예측을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문제의 근원을 해결해 나가려는 예방적 접근(preventive approach)을 중심으로 한·미간의 안보협력이 이루어져 나가야 할 것이다.

지역의 차원을 넘어선 전반적 국가전략에 있어서의 협력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일종의 ‘전략협력동맹’(security cooperation alliance)으로 명명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동맹체제하에서 한·미 양국은 한반도의 평화를 동북아 지역 및 세계 전체의 안정 속에서 구현하고, 세계 및 역내의 분쟁이 한·미의 주요 국가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억제하는 데 협력해 나갈 것이며, 인류공통의 위협과 쟁점(對테러나 非확산 등)에 대처하기 위한 공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협력적 자주국방’의 완성을 향하여

한·미 동맹의 발전적 변화는 이미 미래의 목표가 아닌 현실이며, 그 과정의 안정적 관리가 향후 동맹의 생명력을 결정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는 변화를 일종의 도전으로 받아들여 우려하기보다는 기회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동맹 발전 개념은 그 동안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며, 우리 정부의 ‘협력적 자주국방’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

즉, 동맹의 적절한 활용을 전제로 한 안정적 안보상황 유지와 자주적 국방능력 발전은 양립 가능한 목표라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미래 동맹을 향한 변화를 한·미 관계에 있어 상호 형평성을 완성해 나가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며, “안정을 지향하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단순한 언어적 수사(修辭)나 구호만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 우리로서는 한국의 국방비 부담율은 한․미 동맹 및 주한미군의 존재로 인해 실제 필요 규모의 절반 수준 이하로 유지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협력적 자주국방’의 달성을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능력의 확보가 필요로 되며, 이는 적정국방비의 투입을 통한 전력증강 투자비의 지속적 확보와 연결된다.

물론, 미래의 복지소요나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국방분야에만 무한정의 자원이 투입되는 것이 비현실적이며,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점 역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협력적 자주국방’의 구현은 적정 국방비의 효율적 활용, 남북 평화․번영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통한 위협수준의 감소, 그리고 상호보완성을 지니는 미래 지향적 동맹관계의 발전이라는 3대 요소를 적절히 조화시킴으로써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konas)

차두현(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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