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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보는 '파병' 그리고 '반미'

Written by. 이계송   입력 : 2004-07-14 오후 1: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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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문제는 좀더 큰 안목에서 결정돼야...
요즈음 고국은 김선일씨의 죽음과 파병 문제로 국론이 첨예하게 갈리고, 반미를 부르짖는 목소리는 더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해외 동포 입장에서 보면 이런 조국의 모습이 참으로 곤혹스럽다. 또한 한국인들에게 가장 주요 적대국가가 미국이라는 어떤 여론 조사의 발표에 이르러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 생명,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난리를 겪고 있는 나라, 더군다나 이슬람 국가에 기독교를 전파하러 갔다는 사람도 이상하지만, 그런 점을 부각시킨 매스컴도 이해가 되지 않고, 또한 그런 죽음을 하루아침에 열사로 부르는 사회도 이성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밖에서 보는 조국은 이 지구상에 있는 200여개가 넘는 나라들 중 가장 잘 나가고 있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짧다면 짧은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부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 낸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대다수가 이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니 참으로 든든하다.

사실, 언제 범국민적으로 반미를 부르짖었던 때가 있었던가? 그동안 역대 정권은 반미 '반'자만 나와도 미국이 무서워서 벌벌 떨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파병 반대나 반미의 구호를 공공연히 외치는 모습에서 시민의 힘이 강해진 건강한 민주사회의 단면을 엿본다. 또한 국민들의 지지가 바닥을 헤매는 험한 상황 속에서도 굳굳하게 파병 소신을 밀고 나가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 또한 믿음직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반미를 넘어서 미국을 적국으로까지 몰아가는 사려 깊지 못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염려란 미국 눈치 때문만이 아니다.

그러한 주장이 이제 한국사회의 주류가 되었다는 개혁논자들의 안목이고, 국제관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일이기 때문이다.

개혁이란 기존의 것을 뒤 엎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기존의 것을 새롭게 발전시켜 가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미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왜 지난 반세기 동안 그토록 자존심을 죽이면서까지 맹방으로 여겨왔던 미국을 굳이 적으로 돌릴 필요가 있을까. 미국의 맹방이면 자동적으로 종속 혹은 주종관계가 되는 것일까?

아니다, 생각의 차이다. 지금까지 가졌던 종속 개념에서 주체 개념으로 발상을 전환하면 된다. 져 주는 척 하면서도 그들을 이용하면서 주체적으로 실리를 챙기면 된다는 말이다. 지난 반세기도 그토록 수모를 당하며 견디어 왔는데, 맞설 힘이 생길 때까지 조금만 더 견딜 수 없을까?

다만 우리가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서 미국과 같은 위상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야심만만한 민족이라면 미국 이상의 세계적 안목과 국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20여년 전 Times지는 '경제 대국 일본이 세계의 지도국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 묻고 답하는 기사에서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 이유는 실리만 추구하는 소인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한국은 어떤가? 장차 세계 지도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자문해 본다면, 지금으로서는 '글쎄'다.

명분으로 따지자면 이라크 전쟁은 명분 없는 전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불가피한 전쟁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세계 평화와 안정이라는 큰 틀에서 명분을 찾는다. 인류의 역사는 도덕적 명분을 정당화시키는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석유 때문에 전쟁을 일으켰으리라는 주장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 석유가 바로 인류 평화의 핵심이 되어버린 지구촌의 서글픈 현실을 읽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라크는 물론 주변의 국가들에게도 이번 전쟁은 민주화 시대를 열어 세계적인 일류국가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하다.

파병의 문제는 이렇게 좀 더 큰 안목을 갖고 결정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는 남북 문제나 경제의 문제 모두가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의 외교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파병의 결단은 일반 국민의 찬반에 따를 일이 아니라 최고 두뇌집단의 의견이 전적으로 반영되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파병 문제에서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면, 파병 예정지인 쿠리드스탄 지역이 터키, 이란, 이라크간의 인종 문제로 인한 첨예의 대결지라는 점에 볼 때 잘못되면 발칸반도의 화약고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다. 그런 점에서 파병 주둔지 및 역할 문제에 대해서 이라크 새 정부와 좀더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계송 (美 Beauty Expo USA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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