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北 박길연.한성렬 워싱턴 방문 허용
남.북.미 포럼 참석차..北외교관 워싱턴 DC 여행은 처음
미국 국무부는 오는 20일 열리는 한반도평화포럼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고 싶다는 북한의 유엔주재 박길연 대사와 한성렬 차석 대사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16일 밝혔다.
미 정부는 그동안 박대사와 한차석 대사에 대해 미국내 다른 지역 여행은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워싱턴 방문은 허용하지 않아, 이번 두 북한 외교관의 워싱턴 방문은 사상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 제3차 북핵 6자회담을 전후해 대북 유연화 자세를 보인 또 하나의 사례여서 주목된다.
코리아 소사이어티(회장 도널드 그레그) 등 미국 내 한국관련 3개 단체가 주최하는 한반도 평화 포럼은 20일 워싱턴 시내 상원 회의실에서 남북한과 미국측 인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려 한반도 평화와 안보 문제 등이 논의된다.
주최측은 당초 남북한과 미국 3국 국회의원 간 토론회를 열기 위해 북한 최고 인민 회의 대의원들을 초청하려했으나 여의치 않자 박 대사와 한 차석대사 등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한국측에선 여야 의원 모두 초청됐으나 장영달(張永達) 의원 등 열린 우리당 의원 4명만 참석하며, 미국측에선 상원 외교위 민주당측 간사인 조지프 바이든 의원과 잭 프리처드 전 국무부 대북교섭담당 특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초점>미, 北외교관 워싱턴 방문허용 의미
미국 정부가 오는 20일 워싱턴 한반도평화포럼 참석을 위해 방문 허가 신청을 낸 북한 유엔 주재 박길연 대사와 한성렬 차석대사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지난 6월 3차 6자회담 이후 두드러진 북.미간 해빙무드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미국은 북한 외교관에 대해 학술회의나 인도주의적 목적의 회의와 관련, 미국내 여타 지역 방문은 허용해왔으나 워싱턴의 빗장만은 풀지 않았으며 따라서 두사람은 북한 외교관으로는 워싱턴을 방문하는 첫 케이스가 된다.
미국 정부는 유엔주재 북한 외교관들에 대해 반경 25마일 바깥을 여행할 때는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7년 1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취임식에 맞춘 조찬 기도회에 스튜어트 그린리프 상원의원이 북한의 유엔 대표부 외교관 2명과 외무성 외교관 2명의 참석을 초청했으나, 국무부는 "비자 신청이 늦었다"는 이유로 거부하기도 했었다.
현지 관측통들은 미 국무부 내에서 두 외교관의 워싱턴 방문 허용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치열하게 갈렸으나 이번 포럼이 학술회의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북한의 요청을 과감히 수락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관련,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하루전인 15일 "북한이 요청을 해오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이미 방문 허용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관측통들은 특히 국무부가 자신들의 조치에 대한 과도한 해석과 국내 보수층의 반발을 막기 위해 한 차석대사만 허용해줄 것으로 판단됐으나, 두 사람 요청을 모두 수락한 것도 과감한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보고 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들어 잇따라 북핵의 외교적 해결 방침을 역설한 가운데 취해진 이번 조치는 북미간 신뢰 구축의 일환으로도 보여 북한의 향후 대응도 주목된다.
제3차 6자회담 이후 북한, 미국, 중국의 외교장관들은 모두 한결같이 북핵 문제 해결의 최대 난관으로 '북미간 불신'을 지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어떤 사안도 항상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점검을 할 뿐" 이라면서 이번 조치를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즉, 두 북한 외교관의 워싱턴 방문 허가가 곧 북미 관계나 북핵 문제에 획기적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은 워싱턴에 오게 될 두 북한 외교관이 어떤 언행을 보일 지를 주목, 3차 6자회담 후의 북한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한 차석대사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포럼에 참석하게 되면, 북핵 문제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쌍무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결에 나설 때만 풀릴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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