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흔들리면 총구가 흔들린다
30일은 베트남이 패망한 지 41년이 되는 날이다. 베트남전쟁은 현대 세계사에서 가장 참혹한 전쟁 중 하나였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위기 상황을 지켜보면, 베트남전쟁은 적지 않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월등한 전력을 지닌 군대라도 정신무장이 해체된 군대는 최신 무기조차도 고철로 만들어버린다’는 게 그것이다. 개전 초 남베트남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최신예 전투기와 장비로 무장된 정규군과 지방군 등 125만 명의 전투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에 북베트남은 피폐한 경제로 아사자가 속출하고, 보급품마저 부족했다. 타이어 샌들로 전투화를 대신하는 그야말로 형편없는 군대였다. 그러나 이런 군대에 남베트남군이 진 것이었다. 정신력 부재가 가져온 참혹한 결과였다. 남베트남은 전쟁 중에도 국론 분열과 관료들의 부패, 심지어 전쟁 물자까지 적에게 팔아넘기는 군 기강 해이가 극에 달했다. 반면 북베트남은 당시의 전쟁을 외세에 항거하는 독립전쟁으로 인식했다. 이런 열세한 무기체계와 부족한 전력을 남베트남을 정복해서 민족통일을 이루겠다는 구체적인 목적과 정신력으로 극복해냈다.
광복 이후 남북분단에 이어 6·25전쟁을 치르고 여전히 휴전 상태에 놓여 있는 대한민국. 지금도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의 180만 병력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지난 1월 제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고강도의 도발과 위협을 계속해 왔다.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사이버테러,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 꼬리를 물고 도발을 자행했다. 지금도 제5차 핵실험에 혈안이다.
이런 가운데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한반도 평화협정’과 함께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할 것”이라는 북한의 화전 양면전략이다. 남베트남의 뼈아픈 패인 중 하나는 1973년 미국과 북베트남이 체결한 ‘파리평화협정’이었다. 이 조약에 따라 미군과 연합군은 대규모 철군을 했으나, 북베트남은 평화협정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리고 기습 공격으로 사이공을 점령해 버렸다.
집권 이후 오직 핵에 골몰하며 내부의 불만을 공포정치로 다스리는 북한이 이 평화협정 카드를 던졌다. 과연 소련은 핵이 없어서 망했을까? 오히려 소련은 가장 많은 핵을 보유한 국가였기 때문에 스스로 망했다. 왜 이런 역사적 교훈을 김정은만 모르고 오늘도 갖은 음모와 협박으로 대한민국을 멸적(滅敵)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을까?
정신이 흔들리면 총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4월의 마지막 날, 어느 한 국가는 나라를 삼켜버릴 적마저도 잊고 살았기에 이 지구 상에서 사라져버린 날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영원히 존속할 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은 오직 흔들림 없는 확고한 대적관과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이 글은 국방일보 4월29일 칼럼에 게재됨
박 영 희 / 국방정신전력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