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홍보처,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는가?
지난 7월 30 일 국정 홍보처에서 관리하는 국정 브리핑 사이트에 실린 글이 알려지면서 큰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글의 전문은 조선 일보, 중앙 일보와 각종 인터넷 포털을 통하여 볼 수 있는데, 이 글의 출처는 다들 짐작하다시피 북한과 관련된 사이트들에 올라있던 글들이 일부 편집되고 짜집기 된 것이다.
이 글의 원문은 김일성 사망 10 주년 행사, 대량 탈북자 입국 및 북한 인권 법안의 통과, 기타 다른 일들과 연관되어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들로써 북한이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등의 사이트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러한 내용의 글이다. 그런데, 이 글이 국정 홍보처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그것도 초기 화면에 올라있었다는 것은 황당함을 넘어서 분노를 느끼게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 글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우선 이 글에서 요구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김일성 사망 10 주년에 정부민간 합동 조문단을 보내는 것이 도덕적 이치이다.
둘째, 미 하원에서 통과된 북한 인권 법안에 대해 북한과의 공조하여 방해할 것
셋째, 탈북자의 한국 입국 거절 조치 및 북한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할 것
넷째, 탈북자 지원 단체들의 검색 및 활동 제한 등의 방해 활동을 할 것
다섯째, 북한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을 수구 세력으로 몰아 처벌할 것
이 주장은 무척 황당한 주장들을 담고 있다. 다른 것들도 그렇지만 가장 황당한 것은 김일성의 사망 조문을 하는 것이 민족의 도리라는 부분이 있다. 우리 민족을 지난 수 십 년 간 고통으로 몰아넣은 김일성에게 피해자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조문단을 구성하는 것이 어떻게 도리이고 염치가 있는 일이라는 것인가? 그들이 과거 우리나라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는 어떠했는가? 그런데도 이러한 글이 버젓이 정부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정부는 언제나 “자주”라는 말을 사용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자주”적인 입장을 취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이 우리의 상전인가?
김일성은 54 년 전 한국 전쟁을 일으킨 전범이다. 그리고, 해방 직후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을 자신의 권력을 위해 암살한 자이다. 또한, 전쟁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체제 위협과 함께 무력 도발을 일삼아 온 자이다. 그것 뿐인가?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동포들을 갖은 핑계로 억압하고, 자신의 정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독립 운동가들은 숙청하면서도 자신의 친동생인 친일파 김영주는 그대로 자리에 등용하고선 자기네는 친일 청산에 성공했다고 대한민국에는 정통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이기도 했다. 이런 민족 반역자를 북한의 주장대로 대우한다면 부관참시를 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런 인간에게 우리 정부와 민간이 함께 조문을 가는 것이 도리인가? 그런 도덕적 이치의 유래는 어디인가?
그리고, 지금도 20 여 만 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지를 떠돌며 중국인들에게 착취를 당하거나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으며, 북한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생활은 도저히 같은 동포로써는 좌시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의 시초는 김일성 부자에 의해 초래된 것이다.
그런 동포들에 대한 애정으로 탈북자들을 도와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들의 체제에 위협이 되고 남북 대화에 방해가 된다고 설명하는 이 글이 이야기하는 인도주의는 어떠한 인도주의를 말하는 것인가? 지난 10 여 년 사이에 무려 300 만 여명을 굶겨 죽이고, 우리가 지원해준 식량을 팔아 남은 돈으로 무기 수입을 한 정권을 살려두며 독재 정권의 배만 불려주는 것이 과연 인도주의인가?
또한, 지난 수 년 동안 그들이 주장한 대로 우리 나라는 조건 없는 대북 지원을 물심 양면으로 해 왔다. 하지만, 그 대북 지원의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그런 대북 지원으로 탈북자를 줄일 수 있었는가? 북한과의 대화가 제대로 되기는 했는가? 북한이 우리나라와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기는 했는가? 이렇게 우리가 북한을 지원했던 것이 실제로 남북 간의 대화와 화해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우리나라에 돌아오는 위협만 커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입이 있다면 말해야 하는 게 아니겠는가? 지금까지는 위협이었지만 앞으로는 대화를 하고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할 것인가?
최근, 미국의 북한 인권 법안이 통과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탈북자 지원 단체들의 활동이 얼마나 철저한 인도주의적 가치관에 기반한 것인지는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사실들을 왜곡하고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 공조”와 대남 공작으로 활용되기만 하는 “6.15 공동 정신” 만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옮기는 글이 정부 부처의 대국민 홍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행동이다.
이 글에서는 위와 같은 요구 조건을 내걸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의 도리도 못하고 있는데다, 미국은 자신들을 압살하려고 하고 민족공조를 방해한다고 이야기하며 이런 것을 비인도적인 행동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탈북자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행동 또한 미국의 행동과 하등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써 민족 공조를 저해하는 것이라는 망발을 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도리, 인도주의, 민족공조는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도리이며, 누구를 위한 인도주의이며 어떤 민족을 위한 민족공조인가?
이상과 같은 부분을 본다면, 북한이 요구하는 것과 전혀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이 글은 북한의 외곽 단체들이나 친북 세력들이 요구하는 것에서 언어 표현만 일부 순화되어 있을 뿐 차이가 없는 것들이다. 이들이 말하는 “6.15 정신”과 “우리민족끼리”라는 것이 북한의 허울 좋은 선전문구라는 것은 북한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바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 요구하는 부분들은 분명 문제가 있다. 아니, 문제를 넘어서 북한이 지금 우리나라에 요구하는 입장대로 우리 또한 응답한다면 심각한 내정 간섭임과 동시에 체제에 대한 간섭이며, 상식적으로 판단하더라도 자신들의 치명적 약점을 숨기기 위한 발악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이러한 주장이 대관절 대한민국의 정부가 관리하는 사이트에, 그것도 국민들에게 국가의 행정을 홍보하는 곳에 버젓이 실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말인가? 대한 민국 국민들이 과연 어떻게 보이길래 이런 글을 제 정신으로 싣는다는 말인가?
설령 이 글이 국정 홍보처의 회원인 국정 넷포터의 글이며 정부의 입장에 반대되는 글이라도 겸허히 듣기 위해 올린다고 이야기할 지라도 이러한 글이 국정 홍보처의 편집과 교열을 거쳐 사이트에 올려 지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하고 싶은 속 마음을 다른 회원이 했기에 추천을 하여 초기화면에 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국정 홍보처에서 말하는 명분은 좋다. 하지만, 이 글이 편집과 교정을 거치기 전의 원문의 출처가 어디인지를 안다면 이런 글을 초기 화면에 올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지금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 이 글은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고 허를 찔린 것에 대한 반발로 친북 세력들에게서 나왔던 글들을 편집한 글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러한 글이, 심지어는 김일성 조문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구절까지 들어 있는 글이, 아무리 반대 의견조차 수용하는 “마음 좋은” 정부 당국자가 “허용”했다 하더라도 개인 사이트도 아닌, 정부 사이트에 그것도 초기 화면에 내놓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
국정 홍보처는 나치 선전 기구와 같은 곳이 아니다. 국정 홍보처는 정부가 자신들을 믿고 뽑아준 국민들에게 지금 저희가 일을 잘 하고 있으며 이렇게 일하고 있다고 전달하는 대국민 보고 기구이다. 이러한 국정 홍보처의 원래 임무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고 있었다면 이번과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와 함께 앞으로는 국정 홍보처가 자신의 임무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고 일을 하여 이와 같은 황당한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konas)
전 경 웅 (본지 고정칼럼리스트,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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