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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군사정권은 악의 화신인가?

Written by. 정창인   입력 : 2004-08-08 오전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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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의 화두는 단연 과거 청산이다. 과거에 대한 단죄가 역사 바로 세우기와 동의어쯤으로 이해되고 있다. 과거의 정권은 민주주의를 짓밟은 독재정권으로 매도되며 특히 과거 군사정권은 악의 화신으로 치부된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일한 사람들은 국민을 억압한 반민주세력으로 낙인이 찍혔으며 그들에게 약간의 동정이나 이해를 표시하면 당장 냉전수구골통으로 딱지가 붙는다.


사실 되돌아보면 박정희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로 헌정을 일시 정지시켰으며 3선 개헌이나 유신 헌법을 통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점이 있다.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대통령을 간선으로 뽑는 것이나 유정회란 것을 만들어 여당이 언제나 다수당이 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든 것도 비민주적임에 틀림없다.


 유신정권 말기에는 엄청난 국민의 저항이 있었으며 특히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시민의 봉기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최고조에 다다랐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이전에 이미 민청학련 사건과 같은 시국사건과 긴급조치에 대한 항거로 대표되는 저항운동이 점점 강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에 따른 국민의 민주화 열망은 또 다시 신군부의 등장으로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 실망은
또 다시 국민의 저항, 특히 학생운동에 불을 당겼다. '서울의 봄 세대'나 '광주항쟁 세대' 그리고 '전대협 세대'로 알려진 학생 운동은 한번도 '군사정권'이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러한 저항운동이 드디어 6.10항쟁으로 절정에 이르렀고 대통령직선제를 이끌어 냈다.


이들의 항거는 '민주화 운동'으로 불리며 이들에게는 이미 '민주 유공자 예우법'에 따라 명예회복과 보상이 주어졌다. 지난 4.15총선에서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항거한 세력이 대거 국회로 진출하였으며 지금은 집권세력이 되었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정치는 이들 신집권세력이 점령하게 되었고 이들이 설정한 의제에 따라 움직인다. 이들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정치적 의제를 '개혁' 또는 '진보'라고 한다. 사실 이들의 눈에는 과거 군사정권을 담당한 세력은 냉전수구 세력, 반민주 세력, 부패 세력, 그리고 군사독재 세력이다. 당연히 이들이 내세우는 개혁정책은 이들 과거 세력을 부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를 부수는 것이 개혁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입법의 내용을 보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과거의 단죄일 뿐이며 더 심하게 말하면 역사 뒤집기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또는 개정 움직임이나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의문의 결정, 6.25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진상규명법과 친일진상규명법 등 모두 과거를 단죄하기 위한 것들이다. 그러나 과거를 단죄하는 것이 개혁일 수 있는가? 혹시 이것은 정치적 보복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과거의 군사정권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여러 측면에서 반민주적이었다. 이들은 과거 정권의 반민주적 측면을 공격하면서 정치적으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정권을 장악하였다. 그렇다면 과거 정권의 잘못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된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하면 이들이 반민주적 정권으로 매도하며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그 독재정권에서 민주화운동을 전개하였고 그 결과 오늘 날 민주화가 성취될 수 있었고 그리고 그들이 정권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독재정권으로 매도하는 그 정권이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서도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 것이 아닌가? 과거 독재정권이 근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민주화 운동 세력이 저항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고 또 성장할 수 있었지 않은가? 단지 그 시대적 상황이 독재적 권력을 통하여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국가 안보를 지킬 것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북한의 지독한 공산군사독재 정권 하에서는 민주화 운동이 아예 시작도 될 수 없다는 점을 비교한다면 이 점이 명백해질 것이다.


특히 과거 군사정권이 국민의 기본권을 일부 제한 할 수밖에 없었던 안보적 상황을 감안한다면 과거 정권이 저지른 반민주적 정치는 필요악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한편 북한의 존재로부터 발생하는 안보적 불안을 극복하면서 다른 한편 경제적 건설을 이루어야 했다. 그리고 모두들 배가 고픈 상황에서 완전한 민주주의를 실시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었다. 우선 배고픔부터 해결하는 것이 완전한 민주주의 실현의 전제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 군사정권의 독재는 상황에 의해 강요된 선택이었으며 최종적으로 민주주의를 완전하게 꽃피우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을까?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과거 군사정권의 독재는 이유 있는 독재였다. 우선 북한의 체제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했다. 북한의 공산 군사 독재 정권은 언제나 안보적 불안의 근원이었다. 모든 측면에서 북한보다 열세한 국력을 가진 우리 입장에서 안보와 경제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독재정치가 필요했다.


다음으로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약간의 독재는 불가피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사회적 질서의 유지, 다시 말해 사회적 안정이 필요했다. 이것을 개발 독재라고 한다. 싱가포르가 그러했고 현재의 중국이 그러하다. 아직 민주화가 성숙되지 못한 상태에서 자율에 의해 사회질서가 유지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대안은 강제력에 의한 타율에 의해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은 인권유린으로 공격받고 있지만 삼청교육대가 그 당시는 이런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과거 군사정권의 반민주적 측면은 한편 북한 독재정권으로부터 자유민주체제를 지키며 다른 한편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다른 말로 하면 과거 군사정권은 반민주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체제를 지킨 공로가 있다. 따라서 과거 정권을 무조건 단죄하려고만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다만 그 과정에서 치른 개인적 희생은 국가에서 보상해야 할 것이다.


현 집권세력이 과거 군사정권의 반민주적 측면을 단죄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북한의 공산군사독재 정권을 지원하거나 국군의 정통성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친일진상규명이나 6.25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진상규명 시도가 염려가 된다. 혹시나 친일세력의 단죄가 그들의 공산주의자 척결에 대한 단죄로 비춰져서는 안 될 것이며 6.25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명예회복이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대한을 지킨 국군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통성 자체에 대한 흠집을 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그렇다. 과거 군사정권은 독재를 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 독재는 이유가 있는 독재였다. 독재정치를 하면서도 귀중한 것 두 가지를 지키고 키웠다. 하나는 안보이며 다른 하나는 경제 발전이다. 이 두 가지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운동권의 집요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과거 군사정권은 오로지 안보와 경제성장 그리고 자유민주체제를 지킨다는 국가적 목표에 충실하게 정치를 하였다. 현 민주정권이 과거사를 헤집는 과정에 국가적 목표를 소홀히 하여 국가 정체성 문제를 야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숙되었다면 그 사실 자체로 과거 정권의 잘못은 자연적으로 정리가 된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사형선고를 받거나 옥살이를 한 사람들이 지금 당당하게 집권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과거 정권의 잘못은 정리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재산환수법 등 '개혁입법'으로 알려진 과거지향적인 법을 통해 과거 정권을 단죄하려는 것은 퇴행적이며 발전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지향적 퇴행적 정부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우리에게 희망을 줄 미래지향적 정부를 원한다. 다시 말하면 국가안보를 튼튼히 지키고 경제발전을 위해 매진하는 정부를 원한다. 그리하여 자유민주체제를 굳건히 지키고 종국적으로 국민 각자가 자유를 최대로 누릴 수 있는 국가를 건설하기를 바란다.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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