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⑯〕친절한 주차사업팀 배건희입니다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6년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 ‘입선’ 글임. (편집자 주)
2015년 1월 훈련소에 입대하기 전, 사회복무요원으로 배정 받게 된 나는 마음 한 구석이 찝찝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두려웠던 것 같다. 2014년 9월에 뛰었던 농구 시합 중 어깨가 탈골되어 재검을 받았고 결국 4급 판정을 받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카투사에 지원하고 공군을 알아보고 있다가 한 순간에 4급 판정을 받게 되어 많이 당황스러웠다.
현역으로 가는 친구들에 비해 고생은 덜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면서도 사회에서 바라 볼 시선이 걱정되기도 하였다. 또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하는 군 생활을 해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쉬움도 있었다. 훈련소에 입소하기 전까지 위 생각들이 반복되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 속에서 2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마치고 약간 정신없이 훈련소에 입소하였다. 4주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사전에 지원하였던 종로구시설관리공단으로 첫 출근을 하였다. 같은 종로구 시설관리공단에 배정 받은 사회복무요원이라도 공단 내에서 하는 업무가 워낙 다양해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굉장히 궁금했었다. 결국 나는 주차사업팀으로 오게 되었다.
첫 한 달 동안은 이곳에 적응하는데 집중하였다. 다행히 내가 2월 달에 왔을 때는 거주자우선주차 신청 기간이 아니라서 크게 바쁘지 않았었다. 거주자우선주차 제도가 어떤 제도인지 이해하고 우리 주차 사업팀에서 어떤 공영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차차 알아보면서 점점 주차사업팀 일원으로 녹아들어갔다.
첫 한 달 동안 주차사업팀에 있으면서 주차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 특히 종로구는 주차난이 굉장히 심각한 편이라서 거주자 중에서도 주차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서 애를 먹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이러한 종로구내의 주차 문제 때문인지 직원 분들의 전화기 너머에서는 종종 언성을 높이며 화가 나있던 민원인들의 목소리가 들리곤 했다. 한 달 동안 적응하면서 우리에게 가장 먼저 주어진 업무는 전화 응대였다.
첫 멘트는 ‘친절한 주차사업팀 ○○○입니다.’로 시작했다. 목소리를 높이며 화가 나있는 그 민원인들을 내가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사실 처음에 내가 전화 받으면서 하는 일은 그냥 직원 분들게 전화를 돌려드리는 일 정도였지만 민원인들을 직접 대하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됐었다.
주차난이 심한 종로구에서 거주자우선주차 신청기간은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한다. 1년에 2번 있는 거주자 우선주차 신청기간 동안 사무실에서는 끊임없이 전화벨이 울리고 신청기간 첫 날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든다. 현재는 총 3번의 신청 기간을 겪었는데 첫 번째 신청기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 정신이 없었다. 먼저 신청 기간이 되면 수많은 검증 서류들이 몰려온다. 팩스는 쉴 틈 없이 밀려오고 민원인들은 자신의 서류가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길 원한다.
예를 들어 차량번호 뒷자리 1234 차량이라고 한다면 몇 천장이 넘는 서류 더미에서 1234 네 글자만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서류더미를 찾기 시작한다. 만약에 내가 찾고자 하는 서류를 한 방에 찾았을 때는 모래사장에서 진주라도 찾은 것처럼 기뻤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신청 기간은 서류 찾기에서 시작해서 서류 찾기로 끝났다.
이후 정신없었던 신청기간이 끝나고 점차 주차사업팀에서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먼저 민원인들을 상대하기가 두려웠던 나는 점차 민원 응대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민원 응대를 점차 하면 할수록 민원인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안내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민원인분들은 문의사항에 대해서 물어보고 안내해 드리면 기분 좋게 전화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단속에 걸린 민원인 분들이었다. 일단 그 분들은 전화를 받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화가 나 있으셨다.
우선 자신의 차량을 왜 단속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내가 이 앞 식당에서 잠깐 식사하려고 주차했는데 단속하면 어떡합니까? 처리해 주세요.” “아니 이게 거주자 우선 주차장인줄 몰랐어요. 몰랐는데 봐주세요.” 등 대부분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하고 있었다.
민원인분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나는 더 단호하게 “이곳은 거주자만 주차하는 구획이니 주차할 수 없습니다.”라고 일방적으로 얘기하곤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너무 내 주장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시점이 있었다. 오히려 단호하게 제도적인 입장만 했을 때 민원인들은 더 화를 내실 때가 많았었다. 그래서 내가 응대하기 힘들 정도가 되어서 전화를 돌린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러면서 점차 민원인들을 응대하는 법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한 번은 숭인동 쪽에서 단속이 된 한 50대 후반정도 되는 민원인 분이 전화를 하셨다. 이 분 역시 굉장히 화가 나있는 상황이셨고 예전 같으면 그냥 직원분께 전화를 돌려드려야 했겠지만 이번에는 직접 응대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때가 사회복무요원 소양교육이 끝난 시점이었다.
소양교육에서 갈등에 대해서 배웠었다. 강사님이 갈등을 해결하는 소통방법에 대해서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야기 해주셔서 크게 와 닿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그냥 시간만 때우고 가야지라고 생각했던 소양 교육에서 복무상황뿐만 아니라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얻었다. 소양 교육에서 배운 그 갈등 해결 방법을 복무상황에 적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했다.
먼저 그분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며 좀 더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 분께서는 자신이 배정받은 자리인데 꼭 정해진 차량만 주차를 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셨다. 예전의 나라면 제도적인 입장만 단호하게 말하고 넘어가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구획 자체가 자신에게 배정된 것인데 왜 배정된 차량만 주차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그 분께 왜 배정된 차량만 주차를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드렸다.
“선생님, 말씀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허나 만약에 지정된 차량이 아닌 구획을 배정해 드리게 되면 사업자들은 그 구획을 발렛파킹 등 상업적인 용도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이러한 민원도 많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고요. 선생님께서 조금만 이해를 해주시고 여러 차량이 이용을 원할 경우 주차커플제 또는 함께 쓰기 주차권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잠깐 망설이시더니 결국 그 민원인 분께서는 부정주차요금을 납부하시기로 하셨다. 이 사건 이후로 나는 내 입장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민원인분들 입장에서 좀 더 납득이 갈만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민원인들이 전화를 하시는 이유는 단속 등, 불편사항에 대해 건의 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들다. 특히 신청기간이 끝나고 자리를 다 배정해드린 다음에는 배정에서 탈락한 민원인들이 화가 난 상태로 전화를 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따뜻한 분들이 계셔서 근무하는데 힘이 났었다.
한번은 전화 응대를 하면서 평소처럼 구획 안내를 해드렸었다. 안내가 끝난 후 전화를 마치려는 순간 아주머니께서 너무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고맙다고 밥이라도 사주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 날 하루는 그 얘기를 듣고 기분이 좋아 더 열심히 일했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그냥 말로만 친절했던 나였지만 점차 민원인들과 공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제는 “친절한 주차사업팀 배건희입니다.” 라고 좀 더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1년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주차사업팀에서 복무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뤘다. 민원인들을 응대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고 또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또한 내가 사회의 일부라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안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 가운데 종로구 내의 주차문제는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차문제가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생계가 걸린 중요한 문제이다. 주차 때문에 이사를 고민하는 주민분도 있었고 주차로 인해 주민간의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보았다. 이러한 주차문제에 관한 민원인들의 고충을 듣고 응대하면서 직접 민원인들과 접해보니 내가 사회라는 큰 틀 안에서 하나의 톱니바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복무요원은 비록 사회에서 빛나는 존재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전국에 많은 사회복무요원들이 그럴 것이다. 예전에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기 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것에 대해 사회가 바라 볼 시선이 신경 쓰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사회복무요원 역시 사회에서 필요로 하고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고 나도 사회복무요원으로서 국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사회복무요원인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konas)
배건희(종로구시설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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