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⑰〕입선 보이지 않는 영웅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6년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 ‘입선’ 글임. (편집자 주)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군대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다. 그때마다 누구는 육군이니, 해군이니, 등등 이야기를 하고나서 나에게 물으면, “나는 공익인데?”라고 말하고 나면 친구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다. “에이 그게 무슨 군인이냐?”, “이 자식 진짜 꿀 빠네.” 등등 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때마다 차마 할 말이 없어서 조용히 있을 때가 많다.
내가 생각해도 공익은 다른 군인들보다는 편한 위치에 놓여있다. 근데 정작 출근하고 나서는 우리는 병역법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참 이거 군인이라고 하기에도 뭐하고 민간인라고 하기에도 뭐한 존재인 것 같다. 이 느낌은 마치 청소년 시절 어린이도 아니지만 어른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존재 그런 느낌이다. 결국 방황하게 되고 “그냥 대충 2년 끝내고 가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하지만 그게 정말 옳은 걸까?
그저 무료하고 시간 때우기 식으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배트맨 : 다크나이트’라는 영화를 보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보았던 인물들이 있었다. 그것은 알프레드와 루시어스다. 그들은 배트맨을 도왔지만 그 누구 앞에서 “나는 배트맨을 돕는 사람이다”라고 외치지도 않을 뿐더러 자신의 수고가 배트맨에게 돌아가게끔 하고 있었다. 왜 그들은 그렇게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영화에 주연이 아니기에 배트맨보다 더 뛰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대단했던 것은 그들은 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들 뿐만이 아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 옆에는 악보를 넘겨주는 ‘페이지 터너’라는 존재가 있고, 의사의 옆에서 도와주는 간호사라는 존재가 있다. 즉 우리 사람이란 존재는 언제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도움을 줌으로써 서로 공존하는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페이지 터너’든, ‘간호사’든 언제나 그들은 중요한 위치에 있어도 절대 나타나서는 안 되는 법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간호사’나 ‘페이지터너’가 ‘나는 어차피 이도저도 아닌 존재인데’라며 대충 시간 때우기 식으로 한다면, 병원의 환자들은 치료되기 힘들 것이며, 피아노 연주회는 엉망이 될 것이다. 이 일로 인해 나의 위치가 애매한 것이 아닌 보이지 않을 뿐 중요한 위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공무원 옆에 우리 사회복무요원이 없으면 업무가 상당히 밀리게 된다. 실제로 언제 한번 내가 몸담고 있는 운영지원과에 사회복무요원이 한 명도 없었을 때가 있었다. 그 결과로 과는 운영은 되지만 상당히 느려지고 업무 효율도 느려졌다. 이 일로 사회복무요원은 이도 저도 아니라고 할지라도 국가나 공무원에게 있어 서는 아주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 뒤로 나의 마음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나는 드러나지도 않지만 그들에게는 필요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알아주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그 뒤로 뭐든 열심히 하게 되었다. 어떤 일을 맡기더라도 쉬운 일이든, 어려운 일이든, 최선을 다했다. 그러던 중, 우리 청에 감사원들이 오신다고 하셔서 감사실을 세팅하고 있을 때였다. 그 일은 혼자서는 힘들기에 혼자서는 할 수 없어서 다른 사회복무요원들과 같이 일을 마치고 주임님께 검사를 맡을 때였다.
감사실 세팅을 마치고 난 뒤의 모습을 보신 주임님께서 하신 말씀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진짜 내 맘에 쏙 든다. 진짜 잘했다!” 그냥 얼핏 보기에는 칭찬인 것 같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엄청난 느낌으로 와 닿았다. ‘아, 나의 수고가 노력이 인정을 받는구나.’ 이 느낌은 마치 아무리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하고 수고를 하더라도 언젠간 알아 주는 이가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랬다. 사실 우리 사회복무요원들이 노력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해도 우리가 노력하고 수고하고 있다는 것은 주임님들이 더욱 자세히 알고 있다.
사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자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안하고 있으면 오해하기 마련이다. ‘아 저 사람은 열심히 안하는 사람이구나’ 라고. 실제로 우리 시민들이나 민원인들을 보면 분명 공무원 한명 한명이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마음에 안들거나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진짜 세금낭비네’라고 생각을 많이 한다. 나 또한 그랬다. 근데 사실 그것이 아니다. 공무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복무요원들 또한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젠간 밝히 나타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상황과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해야 하는 법이다.
우리는 한 달에 한번 교육이 있다. 그래서 모일 때 자주 이런 말이 나온다. “청에 있으면서 주임님들에게만 인사를 잘하지 말고, 민원인들에게도 잘해라. 인사가 가장 기본적인 예의다.” 확실히 인사는 사람의 기본적은 예의이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여주는 행위중 하나라고 본다. 하지만 왜 우리는 민원인에게 까지 인사를 잘해야 하는 걸까? 이 궁금증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느 날, 인사를 잘하라는 말이 나온 지 얼마안 되어 들어온 민원인들에게 인사한 적이 있다. 그것도 웃으면서! 그랬더니 뻘쭘한지 인사를 받아주고 가는데, 나는 보았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결국 우리가 웃으면서 인사를 하게 되면 아무리 화가 난 민원인도 일단 마음이 수그러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첫 단추라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꿈과 연결고리가 되었다. 실제로 나는 소양교육때든지 처음 들어와서 나의 꿈 이라는 글을 쓸 때도 항상 적는 것이 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럼 이 세상에는 악은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며, 전쟁과 기아 등등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다. 이것이 중학교 때부터 이어온 나의 꿈이며 궁극적인 목표이다. 그리고 이것의 첫 번째 단추는 웃으면서 인사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키포인트는 웃는 것이다. 만약 오만 인상을 쓰며 인사를 하면 과연 누가 기분이 좋을까? 그러나 웃으면서 인사하면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준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거울효과이다. 인사뿐만이 아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항상 웃음을 유지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이든, 일을 시킨 사람이든 기분이 좋다. 그래서 항상 웃으면서 일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바뀐 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내 자신이 바뀌는 것이다. 그저 무료하고 지루한 삶을 살고 있던 나는 우울증마저 앓고 있었다. 근데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실제로 우울증 약을 4알에서 지금은 2알로 줄어든 상태이다. 내가 기분이 좋으니 우울증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변의 시선이다. 우중충한 기분으로 침울하게 일을 하면 언제나 주변에서도 일 시켜놓고 짜증 낼 때가 많다. 그리고 결국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웃으면서 일하고 난 뒤로는 주변에서 짜증내기는 커녕 내가 일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을 주고 같이 웃어주기도 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일을 잘한다. 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사실 이건 거짓말이다. 나 하나가 세상을 바꿀 인재는 아니다. 하지만 나의 세상은 바뀐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아니 이 세상에 자기 자신이 중요하지 또 누가 중요하겠는가? 나의 세상이 바뀌면 나의 기분이 바뀌고 결국 주변 환경 또한 바뀌게 된다.
우리는 군인도 민간인도 아닌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군인이자 민간인인 것이다. 우리는 두 군데 모두 속해 있다. 비록 군인처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싸우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존재가 없다면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게 된다. 사회복무요원이 없으면 공무원의 업무에 불편이 생기고, 그럼 업무효율이 늦어지니, 결국 민원도 처리하기 힘들어지고, 민원인들은 불편을 느끼게 된다.
그 불편은 공무원뿐만이 아닌 ‘국가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라며 국가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불평이 생기게 된다. 지금 사회복무요원이라는 존재가 있음으로 많은 사람이 편리를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애매한 존재라고 할지라도, 누구에게 나타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 국가의 민주주의 사상을 지키며 시민들의 편리를 제공하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인 것이다.(konas)
빈경환(여수지방해양수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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