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⑲〕이용자에서 친구로 친구에서 가족으로
이용자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들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6년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 ‘입선’ 글임. (편집자 주)
한창 가수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곡이 길거리를 메울 때, 내 머릿속은 걱정밖에 없었다. 막 훈련소에서 나와 처음 가보는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일해야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걱정과 설렘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곳이 장애인 주간보호센터라는 사실에 설렘보다는 걱정이 훨씬 앞섰다. ‘일반인들도 대하기 힘든 세상에 장애인들을 상대로 2년 동안 근무해야한다니......’ 월요일이 다가오기 전까지 머릿속은 부정적인 생각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첫 근무일이 다가왔다.
거의 해탈한 채로 센터까지 힘없이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오늘 부터 근무할 사회복무요원 김정호라고 합니다.” 인사와 함께 들어선 나에게 복지사님들은 웃으며 환영해 주셨다. 웃으며 따라 들어갔지만 좋은 첫인상을 위해 웃었지 마음속은 걱정을 넘어서 두려웠다. 센터에 조금 있으면 이용자들이 도착한다는 사실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던 차에 복도에 발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울리는 발소리와 함께 심장도 울렸다. “안녕하세요!” 불완전한 발음과 한눈에 봐도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이용자가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내주었다. 어색한 눈인사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에 응했다.
1호차에서 온 이용자분들은 모두 내가 상상하던 분들과 다름이 없는 아니 상상 이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도 많았다. 2호차에서 내리신 이용자분들도 다를 바 없었다. 낮은 정신연령을 가지고 계신 이용자분들이 대부분이었고 때문에 말을 제대로 못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설령 말을 하신다 해도 정확한 발음을 기대하고 듣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더 이질감이 들었던 것 같다. 늘 보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였다. 어렵고 무섭고 걱정됐다. 다만, 갓 훈련소에서 나온 머리 짧은 청년에게 위로가 되었던 사실은 센터에서 먹는 점심밥이 정말 맛있다는 것이었다.
3주 정도 점심생각만 하며 근무를 했을 뿐인데 어느새 이용자분들의 이름을 다 외우게 되었다. ‘처음에 적응하는게 힘들어서 그렇지 조금만 더 적응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어색함과 불안함이 늘 마음속에 존재했다. 그런데 그 어색함과 불안함을 한 번에 없애준 사건이 있다.
점심을 먹고 센터 내에서 하는 체육 수업시간이었다. 남자 복지사 선생님이 하시는 맨손체조 동작을 이용자분들이 따라하시게끔 도와드리면 됐다. 대부분 수업을 못 따라오시기 때문에 팔이나 다리를 잡고 도와드렸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A씨의 손을 잡고 도와드리고 있을 때였다. “에잇”하며 A씨가 손등에 뽀뽀를 해주었다. 깜짝 놀랐다. ‘뭐지?’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복지사님이 A씨는 마음에 드는 사람한테 뽀뽀를 해준다고 말해주셨다.
처음에는 ‘왜 내가 마음에 들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후에는 A씨가 이용자분들을 대하기 힘들어 하는 나에게 먼저 마음을 열어주었다는 생각에 정말 고마움을 느꼈다. 동시에 여태까지 먼저 마음을 열어보려고 시도조차 안 해 본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A씨의 뽀뽀와 함께 어색함과 불안함이 이미 멀리 달아났고 어색함과 불안함이 달아난 자리에 ‘이용자분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어보자’라는 각오가 들어섰다. 각오와 함께 생각해 낸 방법은 큰 일이 아닌 평소에 친구들과 자주하는 ‘하이파이브’였다. 그냥 손뼉 맞추기 정도로 여길 수 있지만 “짝!”소리와 함께 조금씩 유대감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사실이 되었다. A씨에게 뽀뽀를 받은 다음 날부터 센터에 들어오는 이용자분들께 “안녕하세요. OO씨”하고 이름을 부르며 손을 맞췄다. ‘손 맞춤’이 일주일이 되자 굳이 말을 안 해도 손만 들고 있으면 다들 손을 맞춰주셨고 ‘김정호 선생님’이라 불러주기 시작했다. ‘이제 막 친구가 된 것 같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A씨의 뽀뽀 한번이 고무적이였다.
이후로 ‘이용자’라는 딱딱하고 벽있는 단어는 마음속에서 사라졌다. 센터에 있는 모두가 내 친구로 느껴졌다. 물론 친구라고해서 예의없게 굴거나 하진 않았다. 여전히 내가 도와야 할 사람들이였고 돕는 과정이 나와 그들의 유대감 안에서 훨씬 자연스럽고 유연해졌을 뿐이였다. 처음에 겁먹었던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쉬웠다. 한번 벽이 허물어지고 나니 그 다음은 내가 하기 나름이었다. 봄꽃 구경을 갈 때 에도 친구들과 쉽게 손잡고 이야기 할 수 있었고, 매주 있는 음악수업에 서도 같이 마주보면 노래할 수 있었다. 마음을 열고 다가서니 이용자와 선생님보다는 친구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게 된 우리였다.
막연히 친해진 것뿐만 아니라 친구들을 통해 배우고 있는 나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해야 하는 것을 배웠다. 주위에 나와 같이 어떠한 불편함과 역경 없이 살아온 친구들만 있다 보니 나에게 주어진 상황이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센터에서 친구들이 다리가 불편해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모습, 표현하고 싶은 게 있지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이 그 간에 어리석은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적어도 나는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어디든 걸어갈 수 있지 않은가. 누가 도와주지 않고도 혼자 밥도 먹을 수 있고 대소변도 가릴 수 있는 내 삶에 감사하게 된 것이다. 또 그동안에 내가 얼마나 계산적이고 이해타산적이었는지 반성할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친구들은 몸만 성인이지 마음은 다 어린 아이들이다. 정말 한없이 순수할 때가 많다. 옆 사람이 울면 바로 일어나서 휴지를 주며 안아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탕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한다. 여태까지의 난 주위 사람이 울면 ‘다 커서 왜 울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혼자 차지하기 바빴던 행동들이 후회스러웠다.
때로는 친구같고 때로는 선생님 같은 그들보다 내가 나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이다. 만일 근무지가 장애인 주간 보호센터가 아닌 다른 곳이었으면 이런 생각과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을까? 봉사시간을 채우러 센터에 왔다면 그 짧은 시간에 친구들에게서 배울 점을 찾았을까?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이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그렇게 건강이 좋은 친구들이 별로 많지 않다. 일반적인 생활습관이나 식습관과는 다르게 생활하고, 신경안정제를 먹는 친구들도 많기 때문이다. 갑자기 경기를 하는 친구나 투석 때문에 두 팔뚝이 모두 멍투성이에 울그락 불그락한 친구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한 번은 혈당 검사를 위해 B씨 손을 잡고 병원을 간 적이 있었다. 혈당이 너무 높아 체 혈침이 아닌 주사기로 피를 뽑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무서워하는 B씨를 겨우 진정시키고 주사기로 체혈 할 수 있었다. 그 때, 중간에 B씨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코 끝이 붉게 되신 B씨의 어머니를 보았다. 마음이 찡했다. B씨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옛날에 어머니가 수술하셨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이런 비슷한 감정들을 느꼈었다. 말로는 형용하기 힘들지만 알 수 없는 무거운 무언가가 몸 안에서 퍼지는 느낌이었다.
반대로 친구들도 내가 아플 때 걱정해주고 공감해 주기도 한다. 감기 몸살이 너무 심해서 책상에 엎드려 선잠을 자고 있을 때, 베개를 가져다준 C씨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OO씨 저 오늘 잠을 못자서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하면 “화이팅”하며 하이파이브 해주는 D씨 등 위로가 되어주는 친구들이 많다. 모르는 사이에 친구들과 나는 서로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서로를 가족으로 생각 할 수밖에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보고, 같이 밥을 먹고, 활동을 통해 같이 웃고 떠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감과 소속감을 느낀다. ‘가족’이란 단어 외에는 따로 알맞은 단어가 없다. 앞으로 더 나은 가족 구성원이 되기 위해 단순히 사회복무요원의 신분으로 내 일이니까 친구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살을 부대끼면서 같이 생활하는 가족의 입장에서 다가가고 싶다. 내일도 친구들과 활기차게 활동하려면 일찍 자야하기 때문에 글을 여기서 마무리 지어야겠다.(konas)
김정호(부천 사랑터장애인 주간보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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