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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㉚〕걱정을 깎아드립니다

Written by. 정근욱   입력 : 2016-09-12 오전 9: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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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6년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 ‘입선’ 글임. (편집자 주)

 “아이고 깨끗해졌네, 그냥. 어쩜 그리 감쪽같이 잘라내지? 고마워라...” “어르신 오늘 호강하시네요. 그 두꺼운 걸 덜어내시니 얼마나 가벼우세요...” “내가 한번 깎아보려 했는데 도저히 안 되던데 어떻게 하셨대요? 대단하시네..” 오늘도 한건 했다. 오늘도 난 감사하게도 어르신들, 선생님들께 칭찬을 받았다. 뭘 했기에 이런 말들을 들었을까? 바로 발톱을 깎아 드린 것이다.

 나는 충청북도 청주시 서원구 미평동에 위치한 ‘참사랑 노인요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벌써 온지도 1년하고도 4개월째다. 학교를 떠난 뒤 이만큼 오래 일터에 다녀본 게 처음이다. 처음 적응기 때 나는 업무를 몸에 익히느라 쓰지 않던 근육들을 쓰고, 여러 어르신들과 직원분들게 인사드리고, 어르신 성함을 외우고, 그 속의 일과 흐름을 익히느라 작은 것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왠지 모르게 항상 바빴던 것 같다.

 그렇게 적응해 나가던 어느 날 목욕을 진행할 때, 어르신들의 손발톱의 비대함을 보게 되었다. 울퉁불퉁 솟아난 민낯의 손톱 발톱들, 엄청 개성 넘치게 생겼는데, 그들을 발견한 순간부터 친할머니의 손발톱 관리자(?)였던 나는 뭔가 ‘후벼 파내고 싶다’, ‘깎고 싶다’, ‘깨끗하게 해드리고 싶다’라는 마음의 염원을 쌓아갔다. 그렇게 점점 더 여러 어르신들의 발가락을 관심 있게 살펴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그런 상태셔서 어르신 모두의 깨끗한 발을 상상하며 강한 동기부여를 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마음이 들었을 때에 바로 실행하지는 못했다. 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친 할머니의 것과 같은 일반 발톱이 아닌 좀 누리끼리하게 변색이 되고 일반 발톱 깎기로는 깎기 어려울 것 같은 두꺼운 무좀 발톱을 두고, ‘하다가 잘못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 이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깎아드리는지 관찰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간호사 선생님 한분이 장갑을 낀 채 니퍼를 가지고, 바닥에는 깎여진 발톱 녀석들을 받을 쓰레기통을 두고, 발을 붙잡고, 그 험상궂은 발톱에 집중하면서 신중하게 조금씩 깎고 계시는 모습을 봤다.

 그걸 보고는 속으로 ‘아 저걸 저렇게 하는구나, 저 정도면 나도 한번 해봐도 괜찮겠다. 저 일은 선생님들께서는 노안으로 인해 자세히 안보여서 어려워하시는구나, 그럼 발톱 깎는 일도 하나의 봉사가 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다음 날 여느 날과 같이 시간에 따른 일과를 진행한 뒤, 틈틈이 찾아오는 쉬는 시간에 장갑을 끼고 니퍼와 손톱 깎기를 들고, 쓰레받기를 바닥에 대고 침상에 누워계시는 한 어르신께 시도를 했다. 그 때가 첫 시작이었다.

 처음 깎으려고 어르신들께 다가설 때는 “할머니 안녕하세요!”, “아이고 왔어?”, “할머니 양말 벗어 보세요.”, “양말은 왜?”, “발톱 깎아드릴까 해서요!”, “험상궂어서 잘 깎이지도 않는데...”, “괜찮아요, 한번 벗어 보세요.”, “그려” 이런 대화를 하며 다가섰다. 그리고 최대한 집중하면서도 ‘할머니 아프시면 말씀하세요.’라며 안심시켜 드리는 말을 종종 건넸다.

 그러자 차츰차츰 횟수를 더해 갈수록 어르신들은 어느 때나 찾아가도 마음 편하게 맡겨 주셨다. 이제 내 자리가 좀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럼 발톱은 어떻게 깎게 될까? 발톱을 깎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일회용 장갑, 손톱깎이, 쓰레받기를 준비한다. 그리고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발톱을 깎으러 왔는데 혹시 제가 해드릴 수 있을까요? 하고 어르신께 묻는다.(의사표현이 없으신 분들은 일하시는 선생님들께 발톱 좀 깎아드려도 될까요? 하고 대신 묻는다.)

 그리고 나서 쓰레받기를 바닥에 두고 편한 자세로 휠체어에 앉아 계시거나, 침상에 누워 계시는 어르신의 발톱을 깎는다. 이때 한꺼번에 많은 부분을 깎으려하면 잘못 깎아서 피가 날수도 있고,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다음에 또 깎아드려야겠다’ 마음먹고 조금씩 깎으면 된다. 그 후 뒤처리를 하면 끝이 난다.

 그럼 첫 시작 때부터 잘 했을까? 아니 그럴 리가. 처음엔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깔끔하게 깎아 내겠다는 마음이 그만 피를 부르고 만 것이다. 또한 그게 얼마나 큰 아픔일지도 모른 채 그냥 무작정 ‘조금만 참으세요!’ 하며 힘을 더해서 진행해 버렸다. 물론 살점이 한 덩어리 떨어져 나가도록 잘라낸 건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누워계시거나 발을 잘 이용하지 않으셔서 발이 굳어지는 바람에 각도에 따라 잘라내야 할 때 그만 살을 집게 된 것이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느낌이 온다. 자동반사다. 강한 떨림이 느껴진다. 그럴 때면 재빨리 휴지를 뜯어 지압에 나선다.(내 실수에 얼마나 아프셨을까, 어르신!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릴게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일명 무좀 발톱인 경우는 강도가 엄청 세거나, 이미 푹 곪거나 썩어서 통 채로 들려진다. 그런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 괜찮지만 갓 벗겨졌을 땐 약간만 눌려도 아프다. 그렇지만 그렇게 깎아내면 깔끔해지고, 양말을 신고 벗거나, 무좀이 걸리지 않은 발톱도 그래도 조금은 더 오래 걸리지 않게 되시겠거니 해서 깎았다, 깎다보니 이제는 아프지 않게 시간을 두고 조금씩 깎는 요령을 터득했다. 즉 오늘 다 깎아 내겠다는, 오늘 다해치우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게 된 것이다.

 발톱 깎기를 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기억은 바로 욕을 잘 하시는 어르신께 잘 한다고 인정받았을 때다. 나는 이 어르신이 칭찬하신 경우를 그간의 복무기간동안 한번도 못 봤다. 편마비가 와서 몸도 잘 못 움직이시기에 그로 인한 성냄이 많으신 어르신으로 보여져서, 늘 같은 방 어르신들을 깎아드리면서도 이 어르신은 하지 말까하고 생각도 해봤다.

 그래도 해보니 정확히 세 번째 깎아드릴 때부터는 편히 맡겨 주신다. 잘 한다고 칭찬을 해주셨는데, 내가 정말 도움을 드리고 있구나 하는 자존감이 많이 생겨났다. 또한 어르신들이 기뻐하실 때에는 나의 존재감이 느껴지면서 ‘허투루 시간을 보낸 게 아니구나.’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웃는 모습이, 또 “깨끗하네.” “고마워.” 라고 한마디를 남겨주시는 것이 또한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은 무엇이 바뀌었는가를 적고 싶다.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다. 가족 외의 타인과는 굳이 내 생각을 내비치거나 주장하기를 꺼려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효율적인 것을 추구하고 비약적인 발전을 꿈꾸던 꿈 많은 어른이(어린이+어른)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제는 전체가 변화하는 건 안전하게 천천히 조금씩 이란 걸 배우게 되었다.

 발톱 깎기를 통해서도 어르신들과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되었고, 나도 무언가 도움이 되었다는 자존감을 많이 찾게 되었고, 칭찬 덕분에 성격이 더 밝고 활기차졌다.

어르신들은 아실까 정작 나는 발톱을 깎는 도움은 드리지만, 도움은 내가 더 많이 받고 있음을. 덕분에 나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우게 되었음을.

 그래서 나는 발톱 깎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시간이 좀 걸리지만 남는 시간에 손톱깎이를 들고 어르신들을 찾아가 보시라. 손끝, 발끝으로 전하고 받는 그 시간들은 덮어두었던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기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konas)

정근욱(참사랑노인요양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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