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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자원 병역이행 병사 군생활 수기⑩] 군대에서 받은 선물

Written by. 김채헌   입력 : 2016-09-17 오후 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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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지원 병역이행 병사 군생활 수기 2016」‘입선’ 글이며, 자원입대한 병사들의 계급은 체험수기 응모 당시의 계급임(편집자 주)

 나는 현재 육군 수도군단 1175공병단 158대대 2중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일병 김채헌이다. 어렸을 때 강원도 춘천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족을 따라 인도네시아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인도네시아에서 10년 정도를 거주하면서 그 나라의 언어, 문화,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게 되었다.

 국제학교에서 공부를 한 덕에 홍콩에 있는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칠 즈음에 한국에서 유학을 온 대학 동기들이 입대하는 것을 보면서 군 입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홍콩에 계속 거주하거나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경우에 군 입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군대에 가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하였다. 군대를 가지 않을 경우에 한국을 방문할 수는 있지만 한국에서의 취직 등 영리활동이 제한되고, 한국에서의 거주 기간에도 제한이 있기 때문에 미래를 위하여 군 입대를 결정하게 되었다.

 2015년 9월 21일에 육군훈련소로 입대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들이 낯설고 어색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그리고 홍콩에서도 항상 한국 친구들과 같이 생활했지만 초등학생 이후로 이렇게 많은 또래 남자들이 모인 것을 처음 보았다. 항상 대다수의 외국인 사이에서 소수의 한국인 학생으로서 생활하다가 훈련소에서 이렇게 많은 또래 친구들을 만나니 한편으로는 반가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되었다.

 이 친구들과 자라온 환경과 문화가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반,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설렘 반을 가지고 외국에 있는 가족들 대신 훈련소까지 같이 와준 친구에게 인사를 하고 입영심사대로 들어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훈련소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나와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란 훈련소 동기들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이혼한 가정에서 자라온 친구들도 많았고, 고등학교까지 졸업하지 않은 동기들도 만나게 되었다. 정신 교육을 받고 기초 훈련을 받으면서 태어나서 처음 보는 친구들과 24시간 동안 같이 생활하게 되었다.

 훈련소 분대장들이 하는 말을 재빠르게 알아듣지 못하고 군대 말투도 적응하기 힘들어서 고생을 하였고, 또 다른 동기들이 추석 때 부모님과 전화를 할 때, 수신자 요금 부담 통화로는 국제전화를 할 수 없어서 우울하기도 하였다. 처음 완전군장을 하고 경계교장으로 가는 1시간 정도의 행군 길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내가 왜 자원입대를 하여서 다른 친구들은 사회에서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동안에 내가 내 발목을 묶어서 시간을 낭비하면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지 후회되었다.

 하지만, 훈련소에서 1~2주가 지나면서 비록 동기들과 문화도 다르고 자란 환경도 다르지만, 그 안에서의 공통점을 찾고 또 다른 점들을 공유하며 훈련소에서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또한, 훈련소 분대장들이 겉으로는 차가워보였지만, 외국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배려를 해주어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점점 나의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사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한번 사는 인생을 내가 태어난 나라의 군인으로서 외국 친구들이 해보지 못한 사격도 마쳤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힘들었던 훈련소에서의 시간도 점점 빨리 가기 시작했고, 수료하는 날 비록 군 생활의 시작을 한 것일 뿐이었지만, 나는 신병 훈련을 마쳤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뿌듯하였다.

 훈련소에서 나는 수도군단으로 배치 받게 되었다. 기차를 타고 안양으로 가서 수도군단사령부로 가는 버스 안에서 신병 분류를 맡은 장교님이 나의 보직을 말씀해 주셨다. 훈련소에서 어학병 특기시험에서 10점을 받았기 때문에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기대와는 달라 엄청난 충격과 우울감을 느끼게 되었다.

 나를 분류한 장교님이 처음에는 회계학과인 전공을 살려 회계행정 쪽으로 분류해 주시려 하셨으나, 편제가 부족하여 야전공병으로 분류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훈련소에서 친구들이 보병, 포병, 기갑병, 공병 중에서도 포병과 공병이 제일 힘들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복무하고 있는 부천에 도착할 때까지 걱정만 가득하였다.

 그렇게 자대에 도착하자마자 제대로 적응할 기간도 없이 바로 대대전술훈련에 참여하게 되었다. 오자마자 5일 동안이나 야외숙영을 하게 되어서 불쌍하다고 하는 동기들의 말을 듣고 마음이 더 심란하였다. 그렇게 물자와 장비 준비를 도운 뒤, 훈련장으로 가게 되었다. 훈련 간에 나와 내 동기는 전입온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훈련에 참가하지는 않고 본부소대를 도와 주둔지를 정리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첫 날에 행정보급관님이 나에게 작은 가위를 주시면서 땅에서 길쭉하게 자라있는 갈대들을 정리하라고 하셨다. 나는 자대에 와서 처음으로 받은 개인 임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여 갈대를 하나하나 정리하였다. 그렇게 혼자서 조용히 갈대를 정리하다 보니 벌써 해질 무렵이었다. 다음날 아침, 행정보급관님이 정리된 주둔지를 보고 칭찬해 주시며 내가 풀들을 정리한 덕에 길게 자라난 풀들에 긁히거나 걸려 넘어질 일이 없겠다고 좋아하셨다.

 대대장님도 주둔지에 오셔서 내가 풀을 다 잘라놓아서 깔끔해졌다고 칭찬해 주셨다. 이 일을 계기로 비록 작은 일이지만 열심히 하면 가치 있는 일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남들이 힘들다는 공병으로 보직을 부여받았지만, 마음가짐에 따라서 군 생활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훈련이 끝나고 자대로 돌아와서도 항상 그때의 기억을 되새기며 사소한 일이나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실수도 많이 하고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때마침 공석이 된 소대 무전병으로 임무 수행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소대 무전병을 열심히 배워서 혹한기 훈련까지 마치게 되었다.

 무전병으로 첫 훈련을 잘 마친 뒤, 나의 보직이 또 바뀌게 되었다. 행정보급관님과 중대장님이 나를 중대 행정병으로 추천해 주신 것이었다. 무전병으로서의 임무수행 하는 것을 만족해하고 있었지만 간부님들이 결정하신 사항에 따르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업무에 능숙하지 못하여서 일과시간 내에 주어진 일을 끝내지 못해 개인정비시간에도 밀린 업무를 하게 되었다. 동기들이 쉬고 있을 때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해야 할 때면 후회도 되었고, 일을 다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일이 생기면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에도 능숙해지고 웬만한 업무들이 머릿속에서 정리되기 시작하면서 이전보다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롭게 되었다. 또한 매주 월요일 실시하는 간부영어회의와 미군과의 한미연합회의 간에 통역병을 맡으면서 처음 훈련소에서 원했던 임무 수행을 전부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점점 자대에 적응해 가면서 나는 어떻게 하면 군 생활을 보람차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다. 외국인 친구들이 졸업학년이 되고 수습사원으로 일하면서 사회인으로서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비록 나는 군대에 있지만 여기에서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하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하며 책상에만 앉아있고 대학생 때도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 하여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서 체력을 더 길러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자율체육시간과 개인정비시간 때 시간을 내어 체력 단련실에서 근력 운동을 하고 주말에는 달리기를 하여서 입대할 때보다 5kg 이상 감량하게 되었다.

 외출 시에는 경제학 서적을 구입하고 다양한 교육 자료를 가져와 입대 전 공부하였던 것들을 복습하고, 새로운 지식도 얻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동시에 군대에서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하여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중대원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기로 결정하였다. 이제 나는 업무에 충실하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유용하게 사용하려고 항상 노력하는 군인이 되었다.

 입대한 것이 후회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힘들 때도 있었고 우울할 때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지금까지 군대에서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고 대답하고 싶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서로를 돕고, 임무수행을 하면서 책임감과 근면성실함을 얻게 되었다. 물론 통제받는 것이 때로는 힘들고, 더 자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도 많지만, 군인으로서의 생활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미래에 힘든 일이 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추진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은 1년 2개월이라는 시간을 더 보람차게 보내며 내 자신이 더욱 발전하는 사람이 됨과 동시에 좋은 경험과 추억이 쌓이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 누구라도 군대에 와서 바른 마음가짐과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군 복무를 한다면 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재산을 얻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konas)

 1175공병단 158대대 일병 김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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