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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자원 병역이행 병사 군생활 수기⑫] 군에서 성큼 자란 내 아들

Written by. 안성숙   입력 : 2016-09-18 오후 4: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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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지원 병역이행 병사 군생활 수기 2016」‘입선’ 글이며, 자원입대한 병사들의 계급은 체험수기 응모 당시의 계급임(편집자 주)
 
 “엄마 ! 나 군대 갈래요.” "이게 뭔 소리래 군대라니? 남들은 가지 않으려고 별별 비리를 저질러서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실리는 그 군대를 기꺼이 가시겠다고? 아니 아들, 생각은 가상하지만 군대는 장난처럼 가는 게 아니야. 더구나 너처럼 외국에서 오래 살았던 애들은 적응 하기가도 쉽지 않고 도리어 민폐야 민폐”

 ‘신성한 국방의 의무, 이런 거창한 이유나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애국심, 뭐 이런 이야기는 절대로 아닌데, 그 중요한 20대의 황금 같은 2년을 군대를 위해 희생하겠다니. 왜 군대를 가려고 하지? 혹시 우리 아들이 군대에 대한 환상이 있나?’ ‘TV나 영화에 나오는 군대가 진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울 아들 장래 꿈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미국에서 살아가는데 한국 군대가 왜 필요하냐?”, “군대 가면 영주권에 문제생긴다.” 등등의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했음에도 통하지 않았고, 어떤 말로도 승윤이의 군 입대 의지를 말릴 수 없어서 결국 아들은 자신이 꿈꾸던 군 입대 신청을 했다. 2015년 8월 24일, 논산으로 입영하는 날은 정말 가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그 며칠 전에 북한의 목함지뢰 사건으로 우리 병사가 중상을 입었고, 서부전선 대북 확성기 포격문제로 남북 간의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였다.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뒤숭숭하고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는 것에 더 마음이 불편했었고, 전쟁터로 나가는 것 같은 불안감도 있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아이들을 보내시는 부모님께 자신의 아들도 군 생활을 열심히 잘하고 있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연대장님의 말씀이 동지애적 연민처럼 작은 위안이 되었다. ‘그래, 설마 뭔 일이 일어나겠어? 북한이 공포분위기 조성하는 일이 한두 번이야. 자주 있는 일이잖아. 괜찮아. 괜찮을 거야.’ 애써 위로 했지만 연병장에서 아들이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 것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꾹 참았어야 되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원래 울보엄마라 아들은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돌아오면서 여러 가지 걱정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한 번도 좌향좌, 우향우, 이런 제식훈련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잘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 생활한 시간이 길어서 한국어 소통이 자유롭지 못한데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한국 아이들과는 생각이 많이 다를 텐데 힘들지 않을까?’ ‘평소 장이 약한데 먹는 것이 안 맞아서 배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지?’ 무수한 걱정들이 일었지만 결론은 다 쓸데없는 기우였다.

 승윤이는 너무도 적응을 잘했고, 아무런 문제없이 훈련을 받았다. 동기라는 친구들이 생겨서 힘든 생활이었지만 함께해서 이겨낼 수 있었고,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끈끈한 동지애를 쌓아가면서 훈련을 마쳤다.

 수료식에서 만난 아들은 덜 영글었지만 제법 군인 냄새가 폴폴 나는 진짜 사나이로 변해 있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저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요리솜씨가 별로인 엄마의 음식보다 군대 밥이 맛있었고, 영화와는 다른 군 생활이지만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익혀서 미래에 인생을 살아가는 긴 시간 동안에 어느 때엔가 보탬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을 배운 것 같았다.

 ‘내가 그렇게 잔소리하고 싸워가면서 바꾸고자 했던 아들의 습관들이 어디로 사라졌을까?’‘군대를 보내야 사람 된다는 그 어록들이 다 맞는 말인가 보다.’ 훈련을 마치고 자대로 배치되어 생활하는 아들을 보면서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생각과 그전보다 훨씬 소통이 잘 되는 참한 아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지금 나에게 보여지는 군대는 계급사회의 위계질서를 배우고, 위기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용기를 배우고, 함께하며 힘을 보태줄 수 있는 협동을 배우고, 조국을 위해 한몸 받친다는 희생정신을 배우고, 제복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존엄을 배우고, 그 모든 것에 기본이 되는 나라사랑을 배우는 참 괜찮은 곳이다. 아롱이다롱이로 살다가 군대라는 조금은 닫혀있는 공간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아들들이 피할 수 있으면 안 가려고 하는 곳임을 알고 있다. 지금처럼 남들과 소통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아가는 요즘 시대의 젊은이들에겐 더욱 힘든 시간일 수도 있다. 그러나 2년의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다른 곳에서는 돈을 주고도 배울 수도 없는 특별한 것을 배우고, 그 속에서 맺어지는 인간관계는 평생을 이어나가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도 있다.

 그 위에 내가 군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생활했다는 자긍심도 얻을 것이다. 우리와는 다르지만 미국의 공항에서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입국장을 나오면 그곳에서 다른 가족이나 다른 일행들을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이 열렬하게 박수와 환호를 해 준다. 그들은 미국의 국토방위를 책임지는 미국의 자랑스러운 군인이기에, 세계 여러 곳에 파병 되었다가 돌아오는 노고에 대한 격려와 환영의 박수를 쳐준다. 

 전혀 일면식이 없는 군인이고 그들이 어떤 소임을 맡았는지도 모르지만, 제복을 입고 있다는 하나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다. 꽤 괜찮은 보수를 받고 일하는 직업이지만, 그 군인들이 자신들의 자유와 안위를 지켜준다는 믿음이 깔려 있는 것이다. 비록 미국 군인들처럼 박수 받는 일들은 없지만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일은 그렇게 소중한 우리 아들들이 있어 하늘에서, 땅에서, 바다에서 지켜주기 때문에 오늘도 대한민국의 하루가 지탱되고 있다 본다.

 그래서 격하게 자랑한다. 울 아들 덕에 니들이 편하게 잠을 잔다고. 복지단이라는 비밀부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군대 체질이라는 농담을 하면서도 애잔하고 마음 한 켠에는 불안함이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학교 가는 아이들 배웅하면서도 늘 느껴지는 엄마의 괜한 걱정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까무잡잡하고 통통하게 오른 볼 살을 보면서 잘 먹고 있구나 생각하고, 각 잡힌 군복에 베레모가 한층 잘 어울리고, 한 개이던 작대기가 두개로 바뀌면서 ‘내 아들도 후임이 들어온 고참이 되었구나!’ 하는 뿌듯하고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었다.

 한국어 언어소통에 가끔 실수가 있어 재미있는 경험담을 말하고, 족구도 잘못해서 헛발질하던 일상이 있었지만, 사격대회에서 1등해서 포상휴가도 받고 나름 열심히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왜 내가 반대를 했을까?’ 아마 못할 것이라 속단 했었던 것 같다. 이젠 믿고 기다린다. 믿으면 될 것이다. 충분히 잘 견디고 잘 지내고 많은 것을 배우고 그래서 성큼 자란 아들이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konas)

복지단 춘천지원본부 안성숙(상병 이승윤의 母)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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