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자원 병역이행 병사 체험 수기⑰] 나는 이제 ‘진짜’ 한국인이다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7 자원 병역이행 병사 군생활 수기」 ‘영주권’ 부문 입선글이며, 자원입대한 병사들의 계급은 체험수기 응모 당시의 계급임(편집자 주)
“나 군대 갈까?” 내가 이렇게 말하면 모두가 똑같이 말했다.
“넌 안가도 되잖아?”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항상 무엇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래도 뭔가…….” 하지만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재일교포 4세다. 많은 근대문학 작품에서 다뤄졌듯이 나 같은 사람들은 항상 애매한 존재다. 나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본에서 생활하며 딱히 한국인임을 의식하며 지낸적이 없었다. 나는 일본에서 태어났고 고등학교까지 일본인과 다를 게 없이 자랐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이라는 나라가 특별하기보단 가깝지만 먼 나라처럼 느껴졌던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일본에서 살며 평범하게 인생을 보낼 줄 알았다. 그런 가운데 항상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거라” 그 한마디가 아직도 내 머리에 남아 있다. 내 친구들은 대부분 재일교포지만 군대에 간 친구는 한 명도 없다. 그들은 내가 군대를 간다고 하자 모두 시간낭비라고 했다. 그만큼 입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모두에게 높았고 나도 그랬기에 나만 군대에 간다는 것에 고독감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셨던 할머니께서 “남들이 못하는 일을 하려고 하는 거야. 나중에 그 경험이 너의 인생에 큰 도움이 줄 것이다”며 항상 나를 격려해주시며 자랑스럽게 생각해주셨다. 그리고 지금은 고생하지만 나중에 꼭 보답이 있을 거라고, 군 입대를 결정하면서 지금까지 한국이라는 나라가 나에게 애매한 존재였지만 이번에 내 뿌리가 있는 나라를 내 손으로 지킬 수 있는 권리를 줘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질 거라 하셨다.
2016년 8월8일, 논산훈련소에 가는 길, 내가 입대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가족들도 일본에서 오셨다. 입소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마지막에 다 같이 밥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멍하게 있었다. 나는 그때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연병장 집합이라는 방송이 들리고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나는 한걸음, 한걸음 연병장 쪽으로 걸어갔다. 나중에 들어보니까 할머니가 내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시며 많이 우셨다고 들었다.
내가 배치된 소대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로 편성되어 있었다. 중국, 싱가포르, 과테말라,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두들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그들도 입대 전에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굉장히 궁금했다. 다행히 동기들과 친해지기까지는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로 비슷한 환경에서 와서 우리가 어떻게 해서 입대까지 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자원입대를 선택하였는지를 알기 때문에 더 존중하며 배려할 수 있었다. 훈련소 첫날 밤, 나는 소등과 동시에 침상에 누워 빨갛게 켜진 취침등을 보면서 처음으로 여기가 군대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난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지?’ 자문자답해도 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은 멈춘 상태였지만 훈련병으로서의 생활은 빨리 지나갔다.
화생방, 각개전투, 20km 행군 등 많은 훈련을 동기들과 같이 버티면서 우리가 진짜 사나이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냈다. 각 훈련마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가족, 친구들이 보내준 손 편지를 몇 번이나 읽으며 훈련을 이겨낼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가족과 친구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군 생활에 감사하게 되었다. 묘한 기분이기도 했다. 입대 전에는 확실히 군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대부분이었는데 모든 훈련을 마친 후 그것들에게 감사하는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어느새 우리는 수료식을 맞이하고 있었고 자대배치 발표를 기다리게 되었다.
나는 11사단에 배치 받았고 내 진짜 군 생활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자대에 와서 적응할 때까지 내 생각보다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포대의 선임들이 내가 일본에서 왔다고 하니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또 자주 이야기도 걸어주셨다. 처음에는 한국어가 서툴러서 소통하는데 조금 힘들었지만 입대한지 10개월째인 현재 동기들에게 한국어 정말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까지 실력을 쌓게 되어 뿌듯함을 느낀다.
내가 받은 주특기는 155mm 사격지휘병이었다. 처음에는 그게 어떤 보직인지 전혀 몰랐고 설마 군대에 와서도 공부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사격지휘는 임무수행 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로 3개 역할로 나눠지고 개인보다 팀워크가 요구된다. 그 역할로는 VCO, HCO, COM의 3가지가 있으며 각각 역할을 맡아 협력하며 하나의 값을 산출한다.
단 한 명도 실수를 하면 그 한사람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만큼 내게 주어진 역할을 숙달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러던중에도 분대장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며 무슨 문제는 없냐면서 신경을 써주셨다. 포대 간부님들도 내가 일본에서 온 국외영주권 입영자라는것을 아시고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직접 나에게 찾아오셔서 부모님께서 외국에 계시니 일반통화로는 전화하기 어렵지 않냐며 간부님이 자신의 핸드폰을 빌려주셨고, 또한 한 달에 한 번씩 같이 면담을 갖는 시간을 내주시곤 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있다 보니까 내가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고 군 생활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군대에 처음 입대하려 했을때는 많이 망설였었다. 굳이 안 가도 되는 군대를 꼭 갈 필요가 있나? 내가 군대에 들어가면 적응할 수 있을까? 제대로 한국어도 못하는데 부대 생활을 문제없이 보낼 수 있을까? 수많은 걱정들을 안고 한국에 들어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인 집단에서 어울리며 그것이 나의 정체성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주어 ‘역시 내 뿌리는 이곳 한국에 있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 외에도 군 생활 중에 문제가 생길때 그것을 해결하려는 힘과 의지, 나의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면 더 열심히 배우고 알아보려는 자세, 어려움이 다가오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각오들을 제대로 배웠고 활용하고 있다. 즉, 군 생활을 통해 지금이나 혹은 앞으로 있을 시련들을 이겨내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재 대한민국 육군 용사로서 나라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복무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게되고, 내가 한국인으로 태어난것에 다시 한 번 감사할수 있었다. 만약 남들처럼 군 생활을 회피하려 했다면 나는 이런 귀중한 경험들과 생각들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하늘에서 지켜봐주시는 할아버지께서도 지금의 내 모습을 보시며 많이 좋아하고 계실것이다. 이제 나는 정말로 한국인이 되었고 잊으려고 했던 ‘나’를 이제 평생 잊을 일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입대할 국외영주권 사나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자신이 어디 있든 우리의 뿌리는 바로 대한민국에 있다. 그것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안전하게 군 복무를 해줬으면 좋겠다. 파이팅!
(11사단 20포병대대 본부포대 일병 하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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