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 대사
만난 사람 = 김석환 논설위원
"미군 재배치- 이라크 派兵 연계 없다"
북핵 문제에 이어 이라크 파병이 한.미 양국 간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한.미 동맹 50주년을 맞았다. 두 여중생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길거리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반미감정의 앙금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한.미 양국은 지난 50년 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온 한.미 동맹의 질적 변환을 놓고 고민 중이다.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한.미 동맹의 미래와 현재, 그리고 북핵 문제와 이라크 파병 등의 현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지난 50년간 한.미 동맹이 이땅에서 이룩하고 지켜온 것이 무엇인가. 또 앞으로 한.미 동맹은 어떤 형태로 변신할 것으로 보나?
"한.미 동맹과 한.미 군사관계 덕분에 우리는 북한이 한반도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다.
동맹은 또 한국이 오늘날과 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는 바탕이 되었다. 한국의 정치 발전에도 한.미 동맹이 기여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한.미 동맹의 억제력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킴으로써 중국과 일본의 경제 발전 등 다른 국가들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그리고 이 같은 발전은 한.미 양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한.미 동맹의 발전과 미래 한.미 관계를 위협하는 도전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다고 보나?
"우리의 동맹은 군사 동맹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경제 관계, 인적 교류 그리고 테러리즘과 같은 광범위한 세계적 이슈들을 포괄하는 관계다.
현재 한.미 양국은 우리의 동맹을 변해가는 환경에 맞게 수정하고 현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동맹을 현대화해 첨단 교전 기술을 활용, 현재 우리가 직면해 있는 문제들을 원만하게 해결코자 한다.
근본적으로 미국은 미국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한.미 동맹이 한국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양국 동맹을 더욱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과 관련, 미국이 한국에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가?
"미국은 내년 초께 이라크에 1년 가까이 배치돼 있는 미군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
이 중 일부 혹은 상당수가 미군으로 대체되겠지만 미국은 다른 여러 국가들이 이 과정에 참여하기를 희망한 것이다.
그래서 어떠한 도움을 한국 정부가 우리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지를 타진한 것이다.
물론 이라크로의 군 파병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상당한 역량의 군대를 갖고 있으며 미군과 오랫동안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많지 않은 국가 중 하나다.
우리는 한국이 우리 공동의 이해관계를 증진시키고 이라크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를 타진한 것이다."
-만약 한국이 파병을 하지 않기로 한다면 미국이 어떤 느낌을 받을 것인가?
"한국 정부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그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한.미 동맹의 입장에서 정책 결정자뿐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인이 섭섭해하지는 않을 것인가?
"한국 정부가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지 미국의 한국 방어에 대한 의지는 계속 굳건할 것이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이라크 파병이 연계되어 있는가?
파병을 하지 않을 경우 주한 미군 2사단을 이동시켜 이라크로 보낼 것인가?
"아무런 연계가 없다. 미국은 2사단을 이라크로 보낼 용의가 없다. 2사단은 계속 한국에 본부를 둘 것이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2사단이 계속해 지금의 위치에 주둔할 것이라는 얘기인가?
"우리는 현재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이전시키는 계획을 세웠으며 이 문제를 한국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아직 논의 중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완전하게 해결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것이다.
때문에 얼마 동안은 주한미군이 현재의 위치에 계속 주둔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에 주한미군을 한강 이남으로 이전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계속해서 사용후 핵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주장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킬 수도 있다는 식의 협박을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이런 주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우리는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요원들을 추방한 이후로 북한의 동태를 예전만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계속해 도발적 발언들을 일삼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주 초에는 더 많은 수의 핵무기를 제조하겠다고 말하더니 일본의 6자회담 참여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북핵 문제에 있어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다.
때문에 일본을 6자회담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북한의 주장을 다른 참여국가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같이 반복되는 북한의 도발 발언들에 주력하기보다는 후속 6자회담을 열고 효과적으로 회담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2차 6자회담은 언제쯤 열릴 것으로 생각하나?
"나도 예상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른 시일 내에 후속 회담이 열리길 바란다.
그 시기가 이르면 이를수록 더 좋을 것이다."
-올해 내에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기를 바란다."
-미국은 한국의 민주화와 경제발전 및 자유신장에 기여했지만 과거 독재정권 시절엔 침묵하고 반대로 정작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잡은 후에 과도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의 독재정권 시절에 미국이 침묵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은 그 기간 중 민주주의의 기반을 구축하고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은 한국의 지도자를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그 결정은 오히려 군사 쿠데타를 비롯한 비민주주의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그 기간 중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힘썼으며 한국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미국이 한국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 또한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 두 나라는 선진산업국이자 서로에 중요한 교역 파트너다.
우리는 한국 시장이 미국의 시장만큼 개방되지 않았거나 미국 기업들에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경우 무역 문제를 제기한다.
그동안 한국은 많이 발전했고 특히 미국과의 교역에서 1백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보고 있다.
동맹국인 우리 양국에는 공동의 이해관계와 북핵 문제 등 공동 우려사항이 있다.
또한 우리 양국의 견해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체로 공통적인 이해관계와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성숙한 동맹의 자세로 서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반도의 미래의 모습과 한국의 미래에 대해 낙관하나?
"한국이 계속 번영하고 정치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낙관한다.
또한 한반도가 마침내 통일되고 북한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것으로 낙관한다.
우리는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
한.미 양국은 계속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미래가 매우 밝다고 생각한다."
- 최근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에 미국과 여러가지로 조율이 안 되거나 코드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 있다.
대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사적으로 청와대 핵심 인사나 행정부 책임자와 자주 만나는 편인가?
폭탄주까지 겸비할 정도로 마음 속의 대화를 나누어본 적이 있는가?
무엇인가 안 맞는 게 있어 이것을 개선하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가?
"누구하고든 폭탄주를 마시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었다.
(웃음) 한국 정부와는 친밀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느끼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몇 번 뵐 기회를 가졌다.
외교통상부 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 등 한국 정부의 지도급 인사들과 자주 만나 식사도 같이 하고 종종 골프도 함께 친다.
한국 정부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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