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분단의 질곡을 걷어내는 평화의 퍼레이드
미국의 풍자화가 존 알렉산더가 그린 ‘퍼레이드’라는 작품은 높이 휘날리는 깃발들, 십자가를 든 인파들이 운집해 있어, 마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그려진 애국적인 모습을 연상시킨다.
퍼레이드는 축제나 축하 행사로 많은 사람이 시가를 화려하게 행진하는 가두행렬을 말한다. 그래서 세계의 축제에서는 대부분 퍼레이드 즉 가두행렬을 거행한다. 역사적으로도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축제 때 디오니소스의 신상을 수레에 태우고 가두행렬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화려한 국가의 상징적 행사는 군사퍼레이드이다. 특히 퍼레이드에서 실시하는 열병식은 제식 또는 행군이라는 밀집 기동에 따라 움직이는 용맹스런 군인들의 행렬이다.
지금도 대규모 열병식은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프로파간다의 목적도 가지고 있다. 로마시대의 개선식(triumphus)은 그 화려함으로 유명했는데, 5천명 이상의 적군을 쓰러트린 지휘관에게만 베풀어지는 최고의 영예였다.
개선장군은 적국에서 노획한 전리품들을 시민에게 과시하고 그 이익을 나누기도 했고, 적군 수장을 포로로 잡아와 시민들에게 보여준 후 처형했다. 당시 군사퍼레이드는 전쟁의 승리와 성과를 보여주는 정치적 의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에서 승자의 개선행진은 통치자에게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식이 되어 왔다.
최근 트럼프대통령도 미국에서 보기 힘든 ‘군사퍼레이드’를 원하다 빈축을 산적이 있다. 지난해 7월 프랑스 대혁명을 기념하는 파리 열병식을 참관한 뒤‘ 내가본 최고의 열병식 중 하나였다’고 큰 관심을 드러냈고, 제1차 세계대전발발 100주년이자 미국재향군인의 날인 11월11일 워싱턴 D.C에서 개최하려다 취소하였다.
우리나라의 국군의 날 행사에서 퍼레이드는 5년 주기로 기계화 부대나 보병부대의 시가행진을 ‘남대문, 광화문 또는 테헤란로’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현행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에 명시되어있다.
|
그러나 올해 국군의 날 70주년에는 최근 북한과의 유화 관계를 고려하여 군사 퍼레이드는 실시하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북한은 정권 수립 70주년인 9·9절에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대대적 열병식을 거행했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군이 지난 70년 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 위용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기회가 이번 국군의 날이었다. 그래서 남북 화해 분위기와 관계없이 군의 안보태세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투력을 과시해 국민의 안보불안감을 덜어주는 국군의 날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은 아쉬운 점이다.
우리의 일상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안보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감성으로 평화를 강조할 수 있지만, 군은 냉혹한 힘으로 평화를 지켜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장병과 국가안보를 생각하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든 이유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평화는 우리의 힘이 바탕이 될 때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국군통수권자의 입장에서 북한과의 전쟁종식과 안보력 강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고민이다.
남북 간 평화체제를 세우기로 한 지금은 오히려 보여주는 군사력 시위보다는 축제 같은 행사가 더 효과 적일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이해 할 수 있다. 사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최우선의 가치는 일상의 평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국익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평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자유도 경제성장도 분배·복지도 없다.
지금 우리는 가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역사의 노정에 들어섰다. 그래서 정파를 넘어 비핵평화체제를 추구하고, 일촉즉발의 전쟁의 위기 상황으로 대립하던 북한과 미국의 갈등을 중재하여 평화를 이끌고, 남북 간의 분단의 질곡을 걷어내는 것은 우리의 가장 큰 지향점이다.
그래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현명하고 모험적이며 용기 있는 선택은 필요하다.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정적 굴욕을 경험하거나 국가의 생존에 대한 치명적 위험에 직면할지 모른다.
종전이라는 세계 유례가 없는 역사의 연장선에 서 있는 대통령이 평화의 신념으로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 해소와 평화정착을 성공시키기를 기대한다. 아마도 남과 북이 상호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될 때 가장 진정한 의미의 평화적 퍼레이드는 마련될 것이다.
(이만종 대테러안보연구원장.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
- 관련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