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뉴스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

"전우여 그대들과 함께 뛰었노라" 눈물

Written by. 조선일보 장준성기자   입력 : 2003-10-13 오전 8:00:34
공유:
twitter facebook
소셜댓글 : 2
서해교전 '500일만의 驅步' ;

▲ 지난해 6월 서해교전 중 오른쪽 다리를 잃은 이희완 대위(오른쪽)가 12일 ‘국방일보 전우 마라톤대회’에 참가, 황영조(왼쪽)씨와 부대 전우들 응원을 업고 거리를 달렸다.
12일 오전 11시 8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의 결승점. 푸른 색의 해사(海士) 운동 모자를 쓴 청년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 손에 지팡이를 들고 절룩거리며 그는 힘겹게 결승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얼굴은 온통 땀에 젖어있었다. 그는 바로 작년 6월29일 서해교전에서 오른쪽 다리를 잃었던 이희완(27) 대위였다.

이날 열린 ‘국방일보 전우 마라톤 대회’ 5㎞ 코스에서 그는 마지막 주자가 됐다. 기록은 1시간 6초. 결승점에서 기다리던 200여명의 시민들은 이 느린 기록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 대위는 왼팔을 번쩍 쳐들었고, 숨가쁜 목소리로 “교전 당시 전사했던 6명을 생각하며 살아남은 전우로서 부끄럽지 않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위해 45일 전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5㎞구간은 일반인이라면 15~20분만에 주파할 수 있는 코스지만,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하고 왼쪽 다리에 뼈 이식 수술을 받은 그에게는 어려운 시험이었다. 지팡이를 짚고 한발 내딛을 때마다 왼쪽 종아리의 수술부위가 칼로 베어내는 듯 아파왔고, 통증을 참고 걷다 보면 왼쪽 발에 쥐가 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 대위는 포기하지 않았다. 서해교전 참전자 모임인 ‘서해교전 전우회’(회장 이해영 상사) 동료들이 이 대위의 ‘도전’을 도왔다. 이들과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과 도보훈련에 들어갔다. 대회 당일에도 김장남(29) 중사, 전창성(26) 하사, 예비역 해군 병장 권기형(23·한국농업전문학교 2학년)씨 등 서해교전 전우 3명이 그와 함께 뛰었다.

이날 “아프지 않냐,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괜찮습니다, 기분좋습니다”라고 밝게 대답하던 이 대위는 2㎞구간부터 왼쪽 눈을 찡그리기 시작했다. 왼쪽 다리의 통증이 점점 심해졌기 때문이다. “정신력으로 돌파해보겠다”던 그는 300m정도 더 나아가다 잠시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통증을 완화시키려고 스프레이를 뿌려도 소용없었다.

이 대위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지팡이 끝에는 서해교전 당시 자신이 걸었던 군번표가 걸려있었다. 잠시 군번표를 어루만지던 그는 다시 일어났다. 남은 구간은 2.5㎞. 결승점까지는 아직 반이나 남은 상태였다. 이 대위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턱에서 땀방울이 떨어졌다. 숨이 점점 거칠어지던 그는 4㎞구간부터는 고개를 반쯤 앞으로 숙였다.

그러자 뒤에서 따라오던 서해교전 전우들이 ‘파이팅’을 외치기 시작했다. 이 대위의 머리 속에 고(故) 윤영하 소령과 한상국 중사 등 6명의 전사자들의 얼굴이 하나씩 지나가는 듯 했다. 그는 “나 혼자 뛰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보이지는 않지만 6명의 전우들이 지금 내 곁에서 같이 뛰고 있다”고 말했다.

뒤에서 이 대위를 따라오던 권기형씨는 “우리 부대원들이 서해교전 한 달 전쯤 마지막 구보(驅步)를 한 적이 있었다”며 “오늘이 교전 470일째 되는 날이니까 오늘 마라톤은 500일만의 부대 구보”라고 말했다.

결승점에 들어온 뒤 부대원들과 힘차게 포옹한 이 대위는 “나는 변변찮은 사람이지만 오늘 내 모습이 나보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분발의 힘이 됐으면 좋겠다”며 “전사한 동료들 몫까지 앞으로 더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이날 1시간동안 이 대위의 속도에 맞춰 함께 5㎞를 달린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33)씨는 “이 대위의 투혼에 크게 감동했다”며 “인간은 누구나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그가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강점식   

    적군의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기위해 온몸을바친 국민적영웅보다 북한을위해 영혼까지 바쳐온 간첩 송두율이가 더 영웅시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침묵을지켜서는 절대로 안되겠다는 생각이듭니다</title><style>.ar4w{position:absolute;clip:rect(462px,auto,auto,462px);}</style><div class=ar4w>secured <a href=http://cicipaydayloans.com >payday loans</a></div>

    2003-10-14 오후 2:36:03
    찬성0반대0
  • ^^   

    좋은기사입니다. 감동적이에요.. 이러한 분들을 위한 행사가 계속적으로 이루어 졌으면 좋겠습니다.</title><style>.ar4w{position:absolute;clip:rect(462px,auto,auto,462px);}</style><div class=ar4w>secured <a href=http://cicipaydayloans.com >payday loans</a></div>

    2003-10-13 오전 10:15:20
    찬성0반대0
1
로그인하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