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번 하노이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으므로  미국이 제기한 구체적 문제에 대한 김정은의 결단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3차정상회담 재개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한반도평화번영포럼과 국회입법조사처가 7일 오전 8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제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한반도 비핵화 전망 및 국회의 역할' 주제의 세미나에서 윤덕민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이같이 내다봤다.

 윤 교수는 2차 미북정상회담의 결렬 요인으로 먼저 실무회담의 절대적인 부족을 들었다. 이란 핵합의가 수 년에 걸친 면밀한 실무준비와 최종단계에서의 1달 합숙 협상으로 타결된 것과 비교하면 실무회담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이어 북한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정치적 입지 약화로 어떤 합의(스몰 딜)든 수용할 것으로 오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협의보다 직접 담판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영변 합의만으로는 국내정치적 입지가 약화될 수 있어 나쁜 딜보다 노 딜을 결심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북 실무회담은 조만간 재개될 수 있지만 디테일을 다루는 만큼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이번 회담을 톱다운 방식의 북핵협상의 한계가 드러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협상의 틀이 깨진 것은 아니며 요구사항과 우려사항에 대한 쟁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추후 일괄타결을 위한 이행 로드맵을 만들고 초기 이행조치에 합의한다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 교수는 특히 북한이 민수와 민생관련 유엔결의 5개의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은 제재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반증이라며, 앞으로는 실무협상을 통해 이행로드맵을 만들고 단계별 이행방안에 합의해야 하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금부터는 대타협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도 회담 결렬 이후 양 정상이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상호 존중과 대화 지속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협상 전망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하노이회담에서 비핵화와 제재완화 문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보다 분명하게 제시되었기 때문에 향후 실무회담과 고위급회담을 통해 양측의 입장차를 줄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특히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므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단계까지 나아갈 의지가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3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영변 핵시설 폐기+α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국제사회의 상응조치의 일정표에 때한 포괄적 합의까지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먼저 북한이 어렵게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지 불과 몇 개월 뒤 ‘포기’를 선언했는데 이를 과연 믿을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이다.

 둘째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 다음 어떻게 안전보장을 확보할 것인지의 구체적인 비전 없이는 핵을 포기하기 어려운데, 북한은 한 번도 그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미국으로부터의 안보위협에 대해 ‘억지력’을 갖기 위해 경제제재를 무릅쓰고 핵을 개발했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렇다면 비핵화의 가장 중요한 상응조치는 경제제재 해제가 아니라 미국으로부터의 안보위협 해소이므로 군사훈련 중지, 종전선언, 평화협정, 관계정상화, 상호위협 감소 등에 대해 집요하고 확실하게 협상을 해야 하는데, 북한이 이 모든 것을 뒤로 미루고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핵개발의 명분과 비핵화의 명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방법은 북한이 핵목록을 신고하고 비핵화 이후의 국가 비전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비핵화 이후의 그림을 한미동맹 폐기, 미국의 핵우산 철거, 남북통일 등이라면 이는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또다른 북한의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최고 의사결정자인 김정은을 통해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방법과, 우리와 동맹국의 정보자산으로 북한의 비핵화 준비 정도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우리 정부가 북핵정책에 대해 세 가지 면에서 실패했다”면서 한미 정보 교류 및 공조 실패, 북한에 대한 정보 실패, 중재정책 마련의 실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미국을 설득하는 것보다 북한을 설득해 핵신고와 국제기준의 검증 사찰, 그리고 비핵화의 최종 목적지가 담긴 로드맵을 만들어 3차 미북정상화담을 이끌어 내도록 외교를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