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미북공동성명 이후 한반도 평화비핵 프로세스가 정체 국면에 빠진 것은 미북 사이의 신뢰조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100주년 기념 국제학술포럼'에서 ‘한반도 평화비핵 프로세스’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해 4.27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비핵 프로세스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졌고 6.12미북정상회담에서 4가지 기둥을 세웠기에 하노이회담에서 지붕이 완성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결렬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고유환 교수는 “제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완전한 비핵화를 동시 행동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행할 것을 염두에 둔 ‘안보-안보교환의 한반도 평화비핵 프로세스’를 추진하고자 했다”며, “반면 미국은 선 신고검증 등 추가적인 비핵화 행동을 요구하거나 비핵화 범주에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대량살상무기(WMD) 전반을 폐기해야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일괄타결식 빅딜안을 내놓음으로써 비핵평화 프로세스는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해 3월 남측 특사단에게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며 '조건부 비핵화론'을 밝히면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시작됐다"며 "특히 지난 해 4월 당중앙위원회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발전총력집중노선을 채택하여 비핵화 목표가 경제발전에 있다는 점을 당의 기본 노선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편승하지 못하면 영원히 낙후된 저개발국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완전한 비핵화 결심을 하고 협상의 전면에 나섰다”며 “중국의 부상과 전통적 북중관계 회복도 북한의 비핵화 결심의 배경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영변 핵시설 이외에 또다른 핵시설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패권적 발상의 재현’이라고 반발했지만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힘으로써 판을 깨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며, “미북이 작은 타협을 하다가 깨진 것이 아니라 최대치를 내놓고 빅딜을 모색하다가 결렬됐기 때문에 추후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지만 양국 사이의 너무나 큰 입장 차이를 확인했고 신뢰가 손상돼 미북 협상이 재개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유환 교수는 한반도 평화비핵 프로세스 가동을 위해 "한반도 평화구축과 비핵화는 연관된 문제를 동시에 풀어나가야 성공할 수 있다"며, “우리 정부는 촉진자, 중재자를 넘어 당사자가 되어 다음 달 1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이 협상 중단과 핵.미사일 실험 재개를 선언하는 등 ‘새로운 길’을 선택하지 않도록 상황관리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konas)

코나스 이숙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