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전 세계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미칠 잠재적 영향’ 보고서에서 북한을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위기 국가로 꼽았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 11일과 12일 노동당 정치국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잇달아 열고 코로나19 대응방안과 예산 점검, 그리고 최고인민회의에 제출할 인사와 조직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당 중앙위원회, 국무위원회, 내각 공동결정서인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에 대처하여 우리 인민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더욱 철저히 세울데 대하여'가 채택됐다고 밝혔다. 결정서에 따르면 북한은 "비루스(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불가능하며 따라서 이같은 환경은 우리의 투쟁과 전진에도 일정한 장애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가적인 비상방역사업을 계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한 부분이다. 북한은 정치국 회의 별도 공보를 통해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동시에 지난해 말 군 총참모장에 오른 박정천을 정치국 위원으로, 또 지난 1월 초 외무상에 오른 리선권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각각 임명했다.

 북한은 그동안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이 전혀 없다”고 선전해 왔다. 노동신문은 지난 3일 “전 세계가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의 피해로 인한 대혼란 속에 빠져 전전긍긍하고 있는 때에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우리나라 사회주의 보건제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 청정지역임을 밝혀온 북한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여러 통로로 주장돼 왔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2일 CNN 등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가 전혀 없다는 북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8일자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북한 지도부가 사실을 전달하는 대신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정보를 내놓고 있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평양의 의료 체계에 정통한 서방국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의료 시스템을 설명하면서 “북한은 국경을 석 달째 봉쇄하면서도 확진자가 전혀 없다는 주장을 반복해 신뢰할 수 없다”며 “북한의 대응은 보건이 아니라 체제 보호 중심”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상황관리와 경제정책에 초점을 맞춘 당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공동결정서를 발표한 배경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방역 자체도 중요하지만 강력한 주민 통제와 봉쇄 정책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정책 방향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말 열린 당 중앙위 7기 5차 전체회의에서 대북 제재 ‘정면돌파’ 방침을 밝혔지만 올해 초부터 뜻밖의 코로나19 사태로 북중교역 등이 차질을 빚고 있어 대책이 절실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처럼 김정은도 코로나 리더십 시험대에 올라 향후 국정운영 능력을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초석이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8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의 코로나19 대응:특징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은 당분간 국가역량을 총동원하여 자력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외적으로는 내부 확진자가 없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외부의 지원 제안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중국 내 코로나19 사태 진정 여부를 고려하여 적정 시점에 상황 종료를 선언하고 코로나19 방역 업적을 김정은 리더십 선전과 주민들의 자긍심 고취 및 정면돌파전 독려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느 나라든 경제위기는 정치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이 1년만에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한 것은 핵심적 '로열패밀리'로서의 상징적 입지는 물론 김정은 체제를 결속하는 역할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체 예산지출의 47.8%를 경제건설에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보건부문에 대한 투자를 작년보다 7.4% 늘리는 한편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계획대로 보장할 것이라고 밝혀 주민 생활 안정 의지를 과시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고지도자가 주민 생명과 안전을 가장 중시한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어려움에 지친 불만을 잠재우고 민심을 다독이는데 주력하는 이미지로 통치력을 강화하고 내부결속과 경제 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19는 북한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상황을 나락으로 몰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북한은 이번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위험이 그들의 투쟁과 전진에 일정한 장애를 조성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사업에 대해 일부 과업들을 조정·변경하는 데 대한 문제를 토의한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적 악영향을 극복하고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한 비상경제체제에 들어가기 위한 조치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북한이 1990년대 중ㆍ후반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 등으로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고난의 행군’ 이후 최대 경제위기에 빠진 북한의 난관을 중국이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이미 깊은 타격을 입은 중국의 우호적 지원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특히 북한에게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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