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7월 27일. 3년여 간 한반도에 울렸던 총성이 멈추었다. 또한 7월 27일은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일이기도 하다. 유엔군 참전의 날은 6.25전쟁 당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수호한 국군과 유엔 참전 22개국 195만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에 감사를 표함과 더불어, 동맹국과의 우호협력을 강화하고 전후 세대에게 동맹국에 대한 역사 인식을 재정립하기 위해 2013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1950년 6월 26일(뉴욕 현지시간 25일) 유엔이 승인한 대한민국이 북한군의 기습공격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접한 트루먼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지체없이 참전을 결정하고 긴급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했다. 이어 28일(뉴욕 현지시간 27일) 유엔은 북한군에 대해 군사제재를 결정하고 7월 7일 유엔 역사상 최초로 유엔군을 창설해 지원군을 파병했다. 초대 유엔군사령관에는 미국의 극동군사령관 맥아더 원수가 임명되었다. 당시 한국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승만 대통령은 7월 14일 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했다. 그 사이 미국은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미 제24사단을 한반도에 파병했다.  

 6.25전쟁에서 유엔군과 공산군은 지상에서 38도선을 3번씩이나 오르내리는 격전을 치르면서 협상으로 전쟁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1951년 7월 10일 휴전회담을 개막해 그해 11월 군사분계선 설정에 합의했다. 이후 판문점에서는 휴전회담이 휴회(休會)와 재개를 반복하며 진행되었고, 전선에서는 휴전 이후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국군을 비롯한 유엔군과 공산군 간에 치열한 고지쟁탈전이 전개되었다. 그러다 1953년 1월 20일 미국에서는 민주당의 트루먼 대통령이 물러나는 대신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들어섰고, 소련에서는 6.25전쟁 남침을 승인하고 북한을 지원해 왔던 스탈린이 1953년 3월 5일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정전협정은 진전을 보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전후 한국에 대한 안전보장이 없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는 휴전협상에 반대하면서 반공포로 석방으로 미국을 압박했다. 결국 한국 정부는 휴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 전후 상호방위조약 체결과 경제원조 그리고 한국군 증강 약속을 받아냈다. 이렇게 휴전회담은 6.25전쟁이 발발한지 3년 1개월 2일, 휴전회담을 개시한지 2년 18일째 되는 날인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 측 대표 해리슨 중장과 공산군 측 수석대표 남일이 입장하여, 세계 최장의 휴전협정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고 끝을 보게 됐다. 양측 수석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한 마디의 인사말도 나누지 않은채 18통(영문 6부, 중문 6부, 국문 6부)으로 된 협정문에 서명했다. 이후 정전협정 문서는 문산의 유엔군사령부로 보내져 이날 오후 1시에 유엔군사령관 클라크 대장이 유엔군을 대표하여 서명한 후 다시 판문점으로 되돌려져 평양과 개성으로 이송되어 김일성과 팽덕회가 각각 서명하였다. 그리고 정전협정에 서명된 문서 중 영문으로 된 6통의 문서만이 유엔군사령부로 돌아왔다.

▲ 6.25전쟁 정전협정문ⓒkonas.net

 정전협정 조인 직후 지상에서의 모든 전투는 중단되었지만 포격전은 계속되었다. 유엔군 전폭기들은 정전감시단이 임무를 수행할 때까지 공산군의 제반 전투력을 조금이라도 더 감소시킬 목적으로 북한의 비행장·철로·도로 등을 강타했다. 해상에서도 유엔군 해군 전함들이 고성과 원산에 대해 함포사격을 가했다. 그러나 27일 저녁 22시가 되자 한반도 전역에서 포성이 멎었고, 7월 30일 22시 정전협정에 따라 현 접촉선이 군사분계선으로 바뀌게 되었다. 유엔군은 후방으로 2km 철수하여 비무장지대 남쪽에서 주진지 편성에 들어가면서 37개월간의 전투가 막을 고했다. 정전협정 당시 유엔군의 지상 전력은 국군을 포함하여 92만 명에 달하였고, 공산군은 북한군과 중공군을 합쳐 180만 명에 달했다. 정전협정이 조인되자 한국전에 전투병력을 지원한 유엔 16개국 회원국들은 7월 27일 워싱턴에서, 한국에서 공산군이 다시 전쟁을 일으키면 유엔회원국들이 공동으로 이에 즉각적으로 대처한다는 내용의 ‘대제재(大制裁,GreaterSanctions)’선언을 작성하고 이에 서명했다. 이것은 한국전에 참전한 유엔회원들의 공산군 측에 대한 공개적인 경고였다. 이 대제재선언문은 8월 7일 워싱턴에서 ‘공동정책선언(JointPolicyDeclaration)’으로 발표되었다.

▲ 1953년 7월 27일. 유엔군측 수석대표 윌리엄 해리슨 미 육군 중장과 남일 북한군 대장이 정전협정문에 서명하고 있다.(사진 출처: 국가기록원)ⓒkonas.net

 정전협정 과정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한미동맹과 경제건설 그리고 한국군 증강을 일구어냈다. 한국 정부는 육군을 20개 사단으로 확장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1953년 초 대한민국 육군은 2개 군단, 12개 사단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그해 본격적으로 육군이 증강됐다. 정전협정 체결 이전인 1953년 5월 제3군단을 창설한데 이어, 정전협정 조인 때까지 제20·21·22·25·26·27사단을 창설함으로써 육군은 18개 사단을 보유하게 되었고, 10월 1일에는 제5군단을 창설하고 연말에 11월 제28·29사단을 창설함으로써 한국 정부가 미국에게 끈질기게 요구했던 20개 전투사단 창설을 완료했다. 이때 육군 병력은 55만 명에 달했다. 해군도 휴전 무렵 병력 14,863명에 각종 함정 50척을 보유하게 되었고, 공군은 6.25전쟁 전 연락기 12대와 AT-6 훈련기 10대를 포함해 26대가 총 전력이었으나, 휴전 무렵에는 1개 전투비행단과 3개 전투비행대대, 전폭기 79대를 포함해 총 110대의 전술항공기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처럼 국군은 미국의 군사원조에 힘입어 육군이 3개 군단 20개 사단, 해군이 1개 함대, 해병대가 1개 전투단, 공군이 2개 비행단 규모로 확장되었으며 총병력은 약 60만 명에 이르렀다. 장비면에서도 현대적인 중장비와 전투용 함정 및 전투기를 갖추게 되었다.

 또한 1953년 8월 8일 경무대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한미 수뇌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변영태 외무부장관과 덜레스 국무장관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가조인했고, 양 장관은 10월 1일 워싱턴에서 정식 서명했다. 이후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 상원이 비준한 10개월 뒤인 1954년 11월 17일 정식 발효되어 한미양국은 군사동맹의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 북한의 재침략 억제와 한국에 대한 어떠한 침략세력의 공격에도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 모든 중심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있었다. 그러나 정전협정 이후에도 북한은 끊임없이 군사 도발과 위협을 가해 왔고, 현재도 유엔 안보리결의를 무시하면서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고 있다. 6.25전쟁은 멈췄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오는 7월 27일은 정전협정일이자 유엔군 참전의 날이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