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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단상

Written by. 정창인   입력 : 2003-08-28 오후 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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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역설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전에도 계룡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군철수에 대비할 것을 군에 주문하였다. 대통령이 자주국방에 대하여 일관되게 언급하는 배경에는 단순히 원칙을 상기시키는 것 이상의 어떤 사정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자주국방론을 기쁜 마음으로 환영만 할 수 없는 것은 그 의미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1950년 북한이 기습적인 남침을 감행하였을 때만큼 자주국방이 절실한 시기는 없었다. 당시 국군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장비로 무장한 북한군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미군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미군이 철수하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박정희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기치로 내걸고 장비 국산화 및 현대화 계획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 때는 자주국방에 대해 누구도 다른 해석을 하지 않았고 우리 모두가 한 마음으로 절실하게 자주국방을 염원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자주국방이 당위론적으로 옳은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올바른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그 만큼 우리의 정치 현실이 복잡해졌다는 것을 반영한다.

무엇보다 자주국방의 의미에 대한 견해가 다를 수 있다. 단순히 군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자주국방은 국방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스스로 갖춘다는 의미로서 마땅히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다. 무기체계의 현대화나 지휘체계의 정비 등과 관련하여 자주적 국방력을 구축하는 것은 잠시라도 게을리 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남북한 관계를 둘러싼 국제적 및 국내적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자주국방의 의미는 가치중립적일 수가 없다. 북한의 남침 이래 우리는 한미동맹에 기초하여 북한의 전쟁 도발을 억지하고 있다. 동란 당시나 한미동맹 초기의 한국군의 능력은 보잘 것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이래 자주국방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여 지금은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자주국방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미군의 존재가 그 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친북세력이 득세하게 되면서부터 문제의 본질이 뒤흔들리게 되었다. 북한의 교묘한 통일전선 전략에 휘말려 국내 여론이 분열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군철수를 관철시키기 위해 끈질기게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고 또한 성공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외세공조라고 하여 민족공조와 대비시키는 것이나 한반도 전쟁의 주범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시각, 그리고 미군을 점령군으로 정의하고 한미동맹을 주장하는 것을 사대주의로 몰아붙이는 등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친북세력이 점점 커가고 있다.

특히 북한은 전쟁시 작전권을 미군이 가지고 있는 점을 들어 한국이 주권국이 아니라 미국의 속국이라고 주장하고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는 것을 수구 냉전적 사고로 공격한다. 국내의 친북세력은 북한의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주한 미군의 철수를 관철시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자주국방의 의미를 한미동맹관계의 해체 및 주한미군의 철수로 받아들인다. 주권국으로서 독립적 작전권을 가져야 한다거나 외국군의 주둔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한 것처럼 들린다. 이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이들의 주장을 따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대통령의 자주국방론은 친북좌익 불순세력들이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군은 한국에 점령군으로서가 아니라 동맹군으로서 주둔하고 있다. 따라서 미군의 주둔 자체가 우리의 주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북한의 전쟁도발을 억지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을 맺는 것은 자주국으로서의 우리의 선택이다. 나아가 북한의 전쟁에 대비하는 것은 주권국으로서의 우리의 권리다. 자주국방과 관련하여 대통령은 이러한 점들을 더 한층 강조하여야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자주국방이 일체의 외부의 도움을 거부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한다. 자주국방은 자주적으로 국가를 방위한다는 뜻이지 우리 손으로만 국가를 방위한다는 뜻은 아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연합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는 연합전력이 일국의 단독전력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자주적으로 미국의 힘을 국가 방위에 활용하는 것은 자주국방의 한 형태다.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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