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11월 11일’ 하면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도 ‘빼빼로 데이’를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11월 11일에는 여러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법정 기념일로는 ‘농업인의 날’이자 ‘보행자의 날’이었고, 해군 모체인 해방병단이 창설되어 ‘해군의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한민국과 국민들이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6·25전쟁에서 희생된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TURN TOWARD BUSAN)’이다.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유래와 의미
 대한민국정부는 유엔군과 관련하여 두 개의 법정 기념일을 지정하였다. 7월 27일은 ‘유엔군 참전의 날’로 6·25전쟁에 참전(參戰)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유엔참전국의 공헌을 기리는 날이며, 11월 11일은 전쟁에서 희생된 용사들의 공헌을 기념하고 추모(追慕)하는,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다. 그리고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Turn Toward Busan(턴 투워드 부산, 부산을 향하여)’으로, 11시 정각에 6·25전쟁에 참전한 22개 유엔참전국가에서 함께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묵념하는 것이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묘지이다. 이곳은 6·25전쟁에서 세계평화와 자유를 위해 생명을 바친 유엔군 전몰장병이 잠들어 있다. 유엔군 사령부는 6·25전쟁 중이던 1951년 1월부터 전사자 매장을 위해 묘지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55년 11월  유엔군 희생에 보답하는 뜻으로 부산 유엔기념공원 토지를 유엔에 영구 기증했다. 이후 ‘재한 국제연합 기념묘지 설치 및 유지를 위한 유엔과 대한민국간의 협정’을 체결하고, 1974년부터 ‘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Commission for the UNMCK)’에 위임 관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추모행사는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였던 캐나다의 빈센트 커트니(Vincent Courtenay)씨가 2007년, 6·25전사자들이 안장된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동시에 묵념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2007년 11월 11일 한국 현지 시각 11시 정각에 1분 동안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추모하게 되었고, 2008년부터 ‘국제추모식’으로 격상했다. 참고로 ‘11월 11일 11시’의  의미는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시점인데, 유럽에서 많은 나라들이 매년 이 시각에 참전 전몰 병사들을 기리며 묵념을 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1차 대전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2020년,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약칭: 유엔참전용사법, 법률 제17117호)’를 제정하였고, 11월 11일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유엔참전용사법(제5조 2항)에 “6·25전쟁에 참전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유엔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념하고, 이들을 유엔참전국과 함께 추모하기 위하여 매년 11월 11일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한다.”고 명시하였다. 이처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은 6·25전쟁에서 희생되어 안치된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11월 11일 11시에 1분간 함께 묵념하는 행사로 정착되었다.

유엔과 참전국 및 참전용사에 대한 국제보훈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유엔의 깃발아래 오로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한번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전장’에 뛰어들었다. 6개 대륙 22개 국가에서 1,957,733명의 용사들이 참전하였으며, 그 중 40,896명이 목숨을 바쳤다. 그리고 전사한 11개 국가 2,315명의 전쟁영웅들이 모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들이 지켜낸 한반도의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잠들어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염원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유엔 회원국으로 국군의 해외파병을 통한 국제평화활동으로 ‘도움 받던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로 변모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유엔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존경하고 감사와 추모의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국제보훈활동’을 통해 이 땅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유엔참전용사들에게 국가 차원에서 명예선양과 예우를 다해야 한다. 이들을 초대하여 발전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후손들도 참전용사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2·3세에 대한 사업과 행사도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22년 11월 11일에는 15개국에서 참전용사 및 가족 등 114명이 방한하여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이번 행사에는 세 분의 6·25전쟁 유엔군 참전용사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영면한다. 국가보훈처에 의하면, 이들은 1952년 9월부터 화살머리고지 전투 등에 참전했던 프랑스의 로베르 피크나르씨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근무했던 네덜란드 참전용사 마티아스 호헌봄씨 및 에두아드 엥버링크씨 등이다. 이 분들은 평소부터 ‘사후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전우들 곁에 잠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으며, 유족들이 이를 받들어 한국정부와 안정을 추진하게 되었고, 11월 11일 ‘턴 투 워드 부산’ 행사를 기해 영면에 들게 된다.  

 미국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George Santayana)는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은 과거의 일을 반복하고야 만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70여 년 전 피와 땀으로 이 땅과 자유를 지켜낸 유엔군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11월 11일, 단 하루만이라도 기억해야 한다. 유엔군은 지난 70여 년 동안 이 땅의 평화 유지에 기여해 왔으며, 향후에도 한미동맹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도발이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는 이 엄중한 시기에 상업적 ‘빼빼로 데이’에 밀려 잊혀가는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 되지 않기를 간절하게 호소하고자 한다. 우리가 잠시도 망각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여전히 한반도는 6·25전쟁의 유물인 정전협정 상태에 있으며, 핵을 개발한 북한은 대한민국과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 11월 11일 11시 11분, ‘Turn Toward Busan!(턴 투워드 부산)!’ (konas)

박동순 한성대학교 교수 / 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