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12년,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강원도 인제 산골짜기에서 고달픈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병장 만기전역한 나는 그토록 꿈꾸어왔던 유학을 떠났다. 칙칙한 군복을 벗어 던지고 원없이 대학 생활의 자유분방을 한참 누리기 바빴던 생활은 신세계와 같았다. 늦게나마 학업에도 흥미를 붙여서 독서에 골몰하다가 종종 밥먹는 것도 잊어버린 적이 많았다. 그 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도서관에 들어박혀 책장을 뒤적거리는 중이었다. 갑자기 울린 휴대전화 소리에 급하게 바지 주머니로 손이 갔다. 한국에서 전쟁이 났다는 친구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한 통이 와 있었다. 이미 3월에 천안함을 폭침하여 대한민국 장병 47명이 전사하고 순직하였던 사건이 발생한 지 여덟 달 만에 북한은 또다시 무력도발을 감행한 것이었다. 조국을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한 북한의 도발에 해병대원 둘과 무고한 민간인들까지 죽고 말았다. 이 소식을 접하며 느낀 고통과 분노는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나의 진로를 바꾸어버릴 만큼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군복을 입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빨간 명찰이 달렸다. 2010년 11월 23일의 격렬했던 연평도 포격전, 그리고 십수 년도 지난 나의 이야기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던 연평도 포격전, 그 격렬했던 전투 후 12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 정세는 급속히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확고한 목표 속에서 일련의 도발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전술핵 실험의 가능성은 기정사실화되었다. 그리고 최근 집중적으로 실시된 북한의 대규모 훈련을 통해 다양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휴전선 접경지역에서의 사격을 통해 위력을 과시하면서 가용한 노후 전투기까지 총동원하여 종합적인 군사력을 공개하였다.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북한이 향후 군사분계선(MDL)이나 서해·동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국지도발을 감행하거나, 핵위협을 앞세워 더욱 대담하게 우리의 영토나 함정을 공격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기에 이르렀다. 사실 이러한 북한의 무모한 모험주의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에도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하고, 셀 수 없이 많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로 우리를 위협하였다. 또한 무인기 침투, DMZ 목함지뢰 사건, GPS 교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도발을 통해 막대한 피해를 강요하였다. 이는 명백히 UN결의안을 위반하고 9·19 군사합의를 무력화시키는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우리의 안보현실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대처할 우리의 강력한 안보태세 준비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기본적으로 끊임없이 불안정을 유발하는 북한의 도발 행위에 맞서는 조치들을 확대하고,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들을 찾아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고도화되는 북한의 위협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대응체계를 갖추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언급된 협력방안은 우리가 당면한 실질적 위협 해결을 위한 시사점을 제공하며 좋은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 등 양국의 협의체들을 활용한 확장억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특히,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맞춤형억제전략(TDS)의 개정을 서둘러야 하고, 북한의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의 수시 개최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다양한 미사일 발사를 통해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는 ‘한국형 3축체계’의 실질적 강화와 신뢰성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모든 안보를 강력한 동맹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것이며, 자체적인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의 하나로서 킬 체인(Kill Chain),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세 가지 작전형태를 모은 ‘한국형 3축체계’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하지만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된 무력시위에서 킬체인의 핵심 전력 무기인 현무-2C의 영내 낙탄과 에이태큼스(ATACMS) 추적 실패를 보여주는 망신을 당했다. 앞으로 핵심 무기 체계들의 신뢰성 향상에 힘쓰고, 우리의 대처 과정에서 한 치의 허점도 발견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신속하고 냉정한 판단과 단호한 대응으로 북한의 노림수를 좌절시켜야 한다.
엄중한 한반도 정세를 마주한 우리는 대한민국재향군인회(이하 향군)의 역할 확대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현재 향군은 대한민국 최대의 안보단체로서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양하고, 국가의 안보정책을 지원하는 막중한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 북한 위협의 실체를 국민에게 올바르게 홍보하는 활동,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대가 육성되도록 지원하는 활동, 굳건한 한미동맹이 더욱 강력해질 수 있도록 강화하는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중요한 역할인 만큼 유관 부처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향군의 세부적인 활동 방향이 빛을 발할 수 있으려면 다음의 조건들이 보장되어야 한다.
첫째, 북한 위협의 실체 인식을 위한 신분별, 연령별 북한 실상 교육 기회가 전국적으로 확충되고, 정부의 대북 안보정책 논의 시 향군 예비역 자원의 적극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복무여건 개선 및 예비역 지원정책 분야에 풍부한 군 경험을 갖춘 향군 예비역 자원의 자문 역할에 적극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대한민국 번영과 발전의 기초가 되어주었던 한미동맹이 더 굳건해질 수 있도록 양국 우호를 증진시키기 위한 한국전 참전용사 예우 및 보은 활동은 물론, 한미동맹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한 대응 활동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선 절박한 시기에 향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역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기틀을 확립하는데 앞으로도 향군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김지현 중국신양섭외직업기술대 교수 / 재향군인회 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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