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의 문제점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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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의 핵보유 선언과 6자회담 무기 중단조치는 제2의 한반도 불바다 발언과 같은 성격을 띄는 것으로써 국내외에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2월 21일, 평양을 방문한 왕자루이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6자회담 조건이 성숙된다면 어느 때든지 회담장에 나갈 것』이라며 『미국이 믿을만한 성의를 보이고 행동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북한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에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면서 북한 외무성의 핵무기 보유성명에 대해 『어제오늘의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함으로써 핵보유를 처음으로 시인했다.
그는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서 △미국에 의한 안전보장 △대등한 자격의 협의 약속 △신뢰할 수 있는 조건 제시 △북한을 압제국가로 규정한 이유 설명 등 네가지를 제시했다고 한다.
북한의 6자회담 재개 전제조건 제시는 전통적 공산주의 협상전술인 이른바 「조건·환경개선론」에 입각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70년대 이후 남북대화 과정에서 회담개최를 요구하는 우리측에 대해 회담개최의 전제조건을 제시한 일이 많았다. 그들은 회담이 원만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면서 국보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등을 주장했었다. 북한은 회담장에 나와서도 그같은 주장을 되풀이함으로써 우리측을 압박하고 회담 주도권 장악을 시도했었다. 이것은 전제조건 제시를 통해 상대측으로부터 1차적 댓가를 얻어내고 또 본회담 테이블에서도 유사한 주장을 함으로써 2차적 양보를 끌어내려는 고도의 협상전술에 기인한 것이다.
북한은 이와같은 「조건·환경개선론」 협상전술을 이번 6자회담에 대해서도 적용하려 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한·미 양국 등 우리측은 이를 경계하면서 「조건없는 회담재개」원칙으로 대응해야 한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조건으로 내세운 북한체제의 안전보장(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포기)은 북한의 핵 폐기와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에 회담 테이블에서 논의할 사안이지,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주장할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북한이 진정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전을 보장받으려면 이를 회담재개의 조건으로 삼지 말고 회담장에 나와서 떳떳히 제기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미 양국 등 우리측은 북한의 전제조건 철회를 무한정 기다려서는 안된다. 그것은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 사실화 시켜주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담복귀의 시한을 설정하고 북한이 그 때까지도 회담에 나오지 않을 경우 제재조치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또한 6자회담이 설령 재개된다 하더라도 쌍방간에 쟁점이 너무 많고 이견이 심각하여 그 전망을 낙관하기가 어렵다.
회담쟁점으로 첫째는 농축 우라늄 핵개발 계획의 존재여부이다. 북한이 과거 파키스탄으로부터 가스 원심분리기를 도입했고 6불화 우라늄을 리비아에 수출한 정황을 포착한 미국은 북한의 농축 우라늄 핵개발을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그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둘째는 핵폐기의 범위와 대상 문제이다. 영변, 태천 등 여러군데 핵시설들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어느 범위까지 폐기할 것이냐는 것은 미·북간에 큰 쟁점이 될 것이다.
셋째는 사찰의 방법 문제이다. 철저하고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사찰하겠다는 미국은 북한지역내 땅굴 등 의심지역을 샅샅히 들추어보려고 할 것이나 북한은 극히 제한된 범위내에서의 사찰만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는 북한체제 보장의 수준 문제이다. 북한 핵폐기 댓가로 불침공, 경제지원, 미·북수교 등을 생각하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북한은 그러한 것 뿐만아니라 인권문제, 탈북자 문제 등도 거론하지 말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자유의 확산을 외교정책의 기본철학으로 천명한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민주주의 증진법 제정을 추진중인 미국의회로서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결코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미국 의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감으로써 탈북자 지원과 북한주민의 인권개선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6자회담에서 핵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인권문제를 제기할 공산이 크다.
이상에서 열거한 쟁점사안들을 놓고 볼 때, 6자회담이 설령 열린다 하더라도 그 앞날은 멀고 험난하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6자 회담의 타결 가능성보다는 결렬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미국으로서는 압박과 제재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우리 정부는 협상의 극적 타결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에만 매달리지 말고 그 반대의 상황에도 대비하는 종합대책을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미공조를 굳건히 하는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konas)
송영대 (숙대 겸임교수, 전 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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