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제사회 ‘왕따’ 우려된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을 다녀갔다. 라이스의 한국방문은 한-미간 거리가 더욱 멀어져 가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무엇보다 양국간 주요 현안에 대해 이견이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향후 한-미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일간에는 지금 독도와 교과서 문제로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민간차원이 아닌 정부차원에서 각을 세워 설전을 하는 상황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전개는 매우 불길한 조짐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라이스의 방문으로 한-미간 북핵문제 해법에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은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주기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한국정부는 미-북간 실질적인 양자회담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기존의 6자회담 틀을 유지한다는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또한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대해 한국정부는 뭔가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미국이 제공했으면 하고 내심 바랐으나 라이스는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라이스는 19일 일본 연설에서 “북한의 문제 있는 체제에 대해 침묵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라이스는 또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대해 “사실을 말한 것에 대해 사과한 예를 알지 못 한다” 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문제는 대한민국 정부가 거의 북한 입장만 두둔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말도 되지 않는 억지주장을 한국정부가 미국에 수용해 달라고 떼를 쓰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이 6자회담의 원칙을 버릴 수 없는 것은 그동안 북한의 행태로 봐서 언제든지 말을 뒤집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한국전쟁 이후 북한이 보여 온 협상태도를 보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 것이다. 상대방의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회만 있으면 등에 칼을 꽂는 버릇이 습성화된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물샐틈없는 장치가 선행되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북한에 대해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한 발언도 그렇다. 사실이 그런 것을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물론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대방에 대해 자극적인 말을 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더라도 북한에 대해서는 경우가 다르다. 북한 김정일정권의 폭압정치는 미국이나 한국에도 위협요소이지만 보다 궁극적으로는 북한 주민의 생명과 자유에 관한 문제이다. 북한주민들이 폭압정치로 말미암아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하루하루 말 못할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를 모른 채 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결국 노무현 정권의 지나친 대북 유화책으로 말미암아 한-미관계에 균열이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미관계에 틈이 벌어지는 상황과 더불어 한-일간에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독도에 대한 영유권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이로 말미암아 한-일간 외교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도록 방치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외교관계는 한 번 틀어지면 복원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내문제와 달리 국제문제는 국가의 명운을 좌우한다. 민간차원에서 시위를 하고 울분을 토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정부의 대응까지 감정적으로 나가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한반도를 중심한 주변국을 아무리 둘러봐도 한국에 우호적인 나라는 없다.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이 체제가치를 공유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이 틀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대한민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면서 미국과 멀어지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의 외교기조도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멀어지면서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이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은 미국대로 멀어지고 중국은 우리만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 경우이다. 현재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중국이 한국입장을 배려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겠는가. 고구려나 발해 역사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보면 일본보다 중국이 더욱 우리에게 위험한 나라라는 것을 보여준다. 더구나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은 중국을 종주국으로 섬겨오지 않았는가. 탈미친중(脫美親中)은 스스로 중국의 위성국가를 자임하는 결과가 될까 우려된다. 대한제국이 일제에 병탄될 때 국제적으로 어느 나라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던 상황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 기우(杞憂)이길 바랄 뿐이다.(www.freezone200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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