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공모전 입선작> 미국에서 외친 “같이 갑시다!” 한국에서 외치는 “We go together!”
이 글은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6.25전쟁 73주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호국안보 글짓기 공모전에서 일반부 장려에 선정된 글입니다.
작년에 좋은 기회로, 나는 미국에서 군사교육을 받게 되었다. 미 국방부 예하 공보 특기를 가진 군인과 군무원들이 오는 학교였다. 유일한 외국군 장교로서 미국인들 사이에서 한껏 움츠러들어 있었던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던 이는 한국계 대위 토마스였다. 누가 들어도 외국인 발음과 억양의 “안녕하세요?”가 오리엔테이션 장소에 메아리쳤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낯선 땅에서 들린 한국어가 어찌나 반가웠던지,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토마스는 “안녕하세요”를 제외한 한국어를 몰랐지만, 한국에 대한 큰 관심과 애정으로, 틈이 나면 내가 어려운 것은 없는지 챙겨주었다. 말하기가 중요한 과정이라 외국인으로서 느끼는 부담감이 엄청났는데, 토마스는 원어민인 자기도 어렵다면서 격려를 해주며 적응을 도와줬다. 사교적인 토마스가 징검다리가 되어주니 조금씩 다른 친구들과도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한국에 근무한 적이 있거나, 방문했던 친구들은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왔다.
해병대 대위 매트는 한국에서 2개월 정도 머무르는 일이 있었다면서, 초신 퓨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 듣는 단어였다. 초신이 장진호 전투의 ‘장진’의 영어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절했던 장진호 전투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생존자들은 거의 없다는 표현의 퓨(Few)를 붙여 초신 퓨(The Chosin Few)로 불린다고 했다. 6.25전쟁, 한미동맹에 대한 과목이 아닌데 친구끼리의 잡담에서 그런 주제를 꺼내고 자기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파란 눈의 미군이 머나먼 나라, 한국에서 발발한 6.25전쟁의 한 전투에 대해, 오래된 책 속의 전사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70여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한국군 앞에서 한국에서 싸웠던 선배 전우들을 기억하며, 미군과 한국군, 모두에게 의미를 주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로 말하고 있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매트와는 교육 과정 내내 한국과 미국 공보작전의 차이와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나누었고, 나에게 많은 자극과 가르침을 준 동료였다. 마지막 날, 매트는 미국 남동생이 있는 곳이라면서 우리가 나눈 우정에 감사하단 편지와 함께 미 해병대 티셔츠를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육군이라서 해병대 티셔츠를 못 입고 다니겠다고 농담하니, 매트는 누군가 한국 해병대가 미군 해병대도 아닌데 미군 해병대 티셔츠를 입었냐고 물으면, 미군 해병대 친구가 진심을 담아 선물을 준 것이라고 하면, 한국 해병대도 무척 좋아할 것이라고 우문현답으로 날 다시금 감동시켰다.
주한미군으로 복무를 한 경험이 있는 군인들은 한국군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가지고, 나를 무척 지지해주고 도와주었다. 육군 대위 메리와 조지는 개인 프리젠테이션을 앞두고 덜덜 떨고 있는 나에게 자신들은 한국에 복무했음에도 할 수 있는 한국어는 “같이 갑시다!” 뿐이라면서 잘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메리는 한국의 동료들에 대한 감사함을 이야기하며, 기회가 되면 다시 한국에서 복무하고 싶고, 친구들을 보기 위해서라도 한미 연합훈련 때마다 자원할 거라고 이야기를 했다.
정말 메리는 작년 후반기 연습 때, 일본으로 증원을 나와 훈련을 마치고, 한국에 들러 교육 수료 3개월 만에 상봉할 수 있었고, 올해 전반기에는 UFS 훈련을 위해 한국에 방문하여, 연합사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갔다. 훈련에 참여한 메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느끼는 연합훈련에 더해 미군이 느끼는 연합훈련에 대한 의미를 알 수 있었고, 나중에 나는 한국 대표로, 메리는 미국군 대표로 우리가 미국에서 배운 것을 한미 연합훈련에서 함께 발휘하자고 약속했다.
군복을 입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미동맹에 대해서 수없이 들어왔고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미동맹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는 손에 잡히지 않기에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데 미국에서 동료들이 보여준 친절과 배려, 선배 전우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낸 한국에 느끼는 감정과 관심,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며 받은 따뜻한 환대를 나에게 다시 돌려주는 모습, 헤어질 때면 “같이 갑시다!”를 외쳐주던 그들의 모습에서 한미동맹의 가치와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개인적 경험을 통해 한미동맹이 국가적 수준에서 말단 개인에 이르기까지 영향력을 미치며 돈독하게 뿌리를 뻗어 간 것이라 신뢰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씨를 심고, 누군가가 물을 주면, 누군가는 꽃을 보겠지.”란 말을 좋아한다. 한미동맹의 태동을 만들어 낸 선배 전우들에게 감사한다. 초신 퓨처럼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참전용사분들 덕에 한미동맹의 씨앗이 움틀 수 있었고, 70여 년 동안 비바람보다 더한 어려움 속에서도 물을 주고, 햇빛을 막아주고 한미동맹의 발전을 이끌어 온 선배 전우들 덕에 이제는 꽃봉오리를 볼 수 있는 것이니까.
내가 노력한다면 누군가는 활짝 핀 꽃을 볼 수 있을테니, 선배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지 다짐해본다.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세계 속에서 이바지할 수 있는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미국에 있는 내 친구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 미국에 있는 나의 친구들! 같이 갑시다! We go together!(konasnet)
한마음(경기도 용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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