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중국정치 바꾼다
중국에서는 올 들어 ‘인터넷 민족주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인터넷을 이용한 네티즌들의 민족주의 감정 표출이 잦아지고 있다.
16일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가 성공적으로 귀환한 직후 관영 신화통신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양리웨이(楊利偉) 개선, 우리는 승리했다!’는 대형 활자로 화면을 메웠고, 이에 호응한 네티즌들은 “중국의 첫 우주인이여, 당신은 우주를 비행하는 중화민족 수천년의 꿈을 실현시켰다”는 등 민족 자부심을 고취하는 글들을 잇달아 띄워 올렸다. 관영 CCTV 사이트에는 우주선 발사 전부터 “미국이라고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선저우 5호가 자랑스럽다”는 글이 떠올랐다.
중국 네티즌들은 인터넷에 민족주의 색깔이 짙은 글들을 대거 유통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집단 행동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지난 4월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고속철도 건설 사업과 관련, “중국 고위층이 일본 철도업자에게 ‘고속철도사업에 일본의 신칸센 기술을 선정할 가능성이 95%’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일본의 과거 침략사를 거론하며 일제히 반기를 들고 나섰다. 급기야 7월 19일 ‘애국자 동맹망(net)’이라는 사이트는 일본 신칸센 기술도입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서명자는 10일 만에 8만명을 넘어서 네티즌들 스스로도 놀랄 만큼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들은 8월 초 서명서를 중국 철도부에 제출했다.
이어 8월 말에는 대만 북부 해상의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을 놓고 일본과 다시 충돌하자 네티즌들은 상하이의 일본 대사관 앞에 몰려가 일장기를 불태우는 등 격한 행동에 나섰다. 8월 초 일본 화학무기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네티즌들은 100만명 서명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 밖에 고이즈미(小泉純一郞) 총리의 신사참배와 일본 단체관광단의 주하이(珠海) 집단 매춘 행위 등 악재가 터지면서 중국 네티즌들의 ‘인터넷 민족주의’는 더욱 급속하게 확산됐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민족주의’를 주제로 하는 수많은 사이트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는 민간의 자발적인 민족주의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언론들은 이런 현상을 ‘인터넷 민족주의 출현’, ‘21세기형 민족주의 시작’, ‘민간 민족주의 발흥’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중국 정부도 이를 의식,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9일 일본 관광단의 매춘 사건과 관련, “만일 중국 매체의 보도와 네티즌들의 반응을 본다면 중국 민중이 이 사건에 대해 얼마나 강하게 분개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
중국 학자들과 언론들은 인터넷 민족주의에 대해 “국가와 민족의 일을 자신을 일로 여기는 사회 발전의 한 단면”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민족주의가 배타적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우리는 정치적 민족주의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인종적 민족주의는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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