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집단안보시대- 한미동맹은 '제2의 국력'이다
"미국에 있어 한국은 막대한 비용과 희생을 쏟아부을 만큼 사활적 이익이 아니다" "한·미 양국은 우호적인 결별을 준비해야 한다" 미(美) 카토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지난 주말(3월25일) 한국국제정치학회가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내놓은 말이다.(조선일보 보도) 미국측 민간사이드에서 이런 메시지가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일 수가 없다.
선진국들은 우호관계에 있는 나라에 대한 불만을 표명할 때 공식채널을 거치기보다는 민간 전문가 또는 언론을 통해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건넨다. 바로 이 점을 감안한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미국풍(風)이 이미 우리에게 불어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이런 위험신호나 경고신호를 진지하게 검토하고서 갈등요소를 제거하는 작업에 나서는 것이 올바른 수순(手順)이다. 그것이 외교적 관행이다. 그래야 한미동맹체제는 유지될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양국관계는 조금씩 벌어져 불원간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한미 양국은 이런 불협화음 속에서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향해 서서히 접근하고 있다고 진단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정부는 대내외에 '주한미군의 동북아(東北亞) 기동군화 반대' '한·미·일 안보 삼각체제 이탈' '동북아지역 균형자 자임(自任)과 선택 중시' 등 범상치 않은 일련의 메시지들을 내놓았다. 그때마다 한미 양국간의 거리는 더욱 더 멀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요즈음 수시로 한미동맹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있는 외교적 메시지를 대내외에 내놓고 있다. 그나마 공세성(攻勢性) 메시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외교적 실익(實益)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스처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국내에서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편법 또는 들러리로 '포플리즘 성격의 메시지'를 남발하고 있는 느낌이다.
대의(大義)를 추구한다는 명분 아래 국제사회의 여건과 흐름을 안중에 둠이 없이 쏟아내는 메시지가 외교적 언행일 수는 없다. 호언장담보다는 '실속(國益) 챙기기'를 겨냥한 외교의 본질이 강조되어야 할 시점이고,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절실히 요청되는 상황이다.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 역시 우리가 자청한다고 해서 이뤄질 수 있는 일인가. 그렇지가 않다. 그에 상응하는 막강한 국력과 리더십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그런 국력의 뒷받침 없는 외침은 허장성세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동북아의 세력 판도가 변화할 것이라는 논리 역시 국력의 지원 없이는 어렵다는 점에서 자칫 국제적으로 '기회주의'라는 평판을 듣기 십상이다.
외교적 언사(言辭)는 무릇 허구와 관념으로 교직(交織)된 틀 속의 '언어적 작희(作戱)와는 다르다. 자강(自强)을 도모하자면 '강력한 이미지 만들기'에 주력해야 한다. 국제정치에서 외교를 통해 우리가 거둬들일 수 있는 실효적 가치는 이미지이며, 외교에 있어서는 그 이미지가 '내용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이미지라야 할 것인가. 미국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치를 공유한다는 국가정체성을 선명히 하고, 이 땅의 평화와 비핵화 및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미국과 공동으로 추구할 것임을 전세계에 과시함으로써 획득되는 이미지라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외교를 통한 실효적 가치를 십분 누리는 것이 될 것이다.
동맹국으로서의 우리는 미국측의 전략변화에 맞추어 상호입장과 이해(利害)를 조율하는 가운데 한미동맹의 미래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입장만을 100% 관철시킬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최대한의 공통분모는 양국이 긴밀하게 협의하여 찾아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교과서 개악사건' '중국의 우리 고대사 흔적 없애기와 고구려사(史)의 자국 역사 편입 움직임'- 이런 흐름을 보더라도 일본이나 중국 그리고 과거 구한말 부동항(不凍港)을 탐해왔던 러시아가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代案)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미국과 인식공동체를 구성하고서 공유가치와 공동이익을 최대화해 나갈 때 비로소 국민은 안심하고서 생업에 열중할 것이고, 북한의 대남도발에 제동이 걸릴 것이며, 일본 중국 러시아도 대한민국을 경시하지 못할 것이다.
한미동맹의 정체성이 뚜렷해야 한국의 발언권과 영향력은 더욱 증대될 것이고, 우리의 수출과 투자 전망도 밝아질 것이며, 국태민안(國泰民安)이 절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 반대로 우리가 한미동맹체제에서 이탈하는 듯한 언동을 하거나 양국간의 이해에 간극이 벌어져있는 이미지가 대외에 드러나면 그들은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우리의 허점(虛點)을 파고 들 것이다. 그 경우 괴로워지는 것은 '우리'이다. (konas)
정준 (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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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9 오후 12:5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