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적대적 두 국가론' 2년,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 2년
북한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2023년 말과 2024년 초 두 차례의 연설을 통해 발표되었다. 벌써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북한은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23년 12월 30일, 북한 김정은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폐막연설에서 "남북관계는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그는 또한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 십 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 개 국가로 존재해 왔다"며 "남한 전체를 점령하기 위한 군사적 준비"를 강조했다.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시정연설에서는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헌법에 이를 명기하도록 했다. 김정은은 "두 실체의 통일이란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다"며, 통일 관련 기구 폐지와 대남 노선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다. 이처럼 김정은은 남북 관계를 '통일 지향 특수관계'에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재정립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후, 이를 법제화 및 제도화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북한이 취한 내부적인 조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헌법 개정의 추진으로,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명시하는 내용을 헌법에 반영하도록 지시했다.
둘째, 교육 및 선전사업 강화 일환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을 더 이상 '동족'이 아닌 '적국'으로 인식하도록 교양 사업을 강화했다.
셋째, 통일 관련 상징물인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하는 등 통일 상징물과 흔적을 제거했으며, 공식적인 호칭에서 '남조선' 대신 '한국' 또는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편, 북한이 취한 대남 관계적인 조치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남 기구 폐지 및 개편이다. 남북 간 대화와 교류, 경제 협력을 담당해 온 주요 대남 사업 기구들을 폐지하거나 정리·개편했다. 폐지된 주요 기구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등이다.
둘째, 대남 접촉의 전면적인 단절이다. 북한은 선전 매체의 폐쇄로, 대남 관계가 완전히 단절됨에 따라 '우리민족끼리' 등 주요 대남 선전 매체와 웹사이트를 폐쇄했다. 또한 물리적 연결에 대한 단절로, 남한 영토와 연결되어 있던 도로와 철길들을 완전히 파괴·단절시켰다. 이와 병행하여 한국과의 모든 대화와 일체의 접촉을 거부하며 관계 단절을 실행에 옮겼다.
셋째, 군사적 위협의 증대다. 북한은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대한민국 全 영토를 점령하고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북한이 기존의 '우리민족끼리', '평화통일' 노선을 완전히 폐기하고, 한국을 협상의 대상이 아닌 '주적'으로 규정하며 '단절과 정복'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대남 전략을 공식적으로 제도화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 주장을 선언한 배경은 무엇일까?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내외적인 정치적 목적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 체제의 생존과 안보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적대적 두 국가론은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체제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새로운 대내외 안보 정책의 일환이다. 한국을 명확한 '적대국'으로 규정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고, 위협 요소를 제거하여 체제 안보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본다.
둘째, 한국의 통일 시도에 대한 차단이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흡수 통일'을 국책으로 정했다고 판단하고, 이에 맞서 한국의 개입을 불법으로 간주하려는 의도가 있다. 한국이 통일을 명분으로 북한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 차단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현실적 남북 관계의 인식이다. 지난 80여 년간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해왔으며,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등에 의해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라는 합의는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한국을 '화해와 협력 대상'이 아닌 '전쟁 중인 교전국'처럼 완전히 고착된 관계로 규정했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한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외교적 편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넷째, 핵 무력에 대한 자신감과 국제사회에 위상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 무력을 고도화해 왔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따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남 정책의 새로운 설계를 시도해 왔다. 이를 통해 북한은 국제사회에 별개의 국가로 인정받고 분단을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한은 더 이상 통일 논의에 매달리지 않고, 한국을 명백한 주적으로 규정하여 대내외적으로 새로운 안보 환경에 대비하려는 전략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어떻게 대해야 할까?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된 채 사실상 핵을 가진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지 2년을 맞고 있다. 이에 한국은 북한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첫째, '하나의 한국(One Korea)'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은 북한의 주장에 맞서, 헌법에 명시된 '한반도 전체 영토 조항'과 '평화 통일 지향 원칙'을 일관되게 고수해야 한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남북 관계는 잠정적인 '특수 관계'임을 재확인해야 한다.
둘째, 군사 안보적으로 단호한 대응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핵을 가진 북한이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를 선언하고 군사적 위협을 높이는 데 대해, 한국은 강력한 국방 태세가 필수적이다.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킬 필요는 없지만, 만약의 군사적 도발에는 상응하게 대응할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셋째,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새로운 대남 전략은 북·중·러 연대 강화 및 러·북 군사적 협력 심화와 연계되는 경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한·미·일 안보 협력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공조 강화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넷째, 원칙적인 대북 대화 의지의 표명을 지속해야 한다. 한국은 북한의 적대적 선언에도 불구하고, 언제든지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밝혀야한다. 언제든지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다섯째, 북핵 문제의 해결을 포함한 새로운 대북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북한 비핵화와 적대적 노선이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로 평가됨에 따라, 정부는 전문가들을 통해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대북 전략 방향을 연구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통일 방안과 남북관계의 발전적인 방안을 재검토하는 것을 포괄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북한의 일방적인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을 수용하지 않고, 헌법적 원칙을 바탕으로 기존의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라는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변화된 노선에 맞춰 현실적이고 단호한 대응 전략을 병행하는 동시에, 북한의 실질적 위협에 대해서는 강력한 억제력과 국제 공조를 통해 단호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의 통일안보 전략은 시대와 정파를 초월하여 범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장기 전략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konas)
박동순 :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정치학박사, 향군 안보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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