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미국과 이란 전쟁, 한반도까지 번지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내 반정부 시위 세력 지원과 핵무기 개발 저지를 명분으로 이란을 선제 타격함으로써 전쟁이 발발하였다. 4월 7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주간의 인도주의적 휴전’을 발표함으로써 종전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4월 12일 미국의 종전 협상 대표단장인 밴스 미국 부통령은 협상장이던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 타결 없이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협상의 결렬을 밝혔다. 미국은 종전 협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핵물질 제거 등을 포함해서 미국에 유리한 결과를 얻고 종전을 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본고에서는 미국과 이란 전쟁의 양상과 우리 한반도에 미치고 있는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미국과 이란 전쟁은 겉으로는 중동의 분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에너지, 해상교통, 동맹, 군사자산, 금융시장, 사이버 공간이 동시에 연결된 ‘복합 전장’이다. 이 복합 전장의 충격은 우리 한반도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중동은 멀고, 북한은 가깝다”는 인식이 많다. 안보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오늘날 안보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금 한반도 안보 상황은 휴전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중동에서의 전쟁, 미군 전력의 글로벌 재배치, 국제유가 급등, 미·중 전략경쟁,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이 모두 한반도 안보와 맞물려 있다. 따라서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곧 우리의 안보 현실과 직결되는 일이 되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특징은 ‘단기 결전’이 아니라 장기 소모전의 성격
대부분의 생각은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으니 전쟁의 승패는 금방 결정 날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전통적인 의미의 ‘누가 더 센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의 군사 목표는 이란의 핵·미사일 역량 약화, 군사시설 타격, 지역 억지력 회복 등으로 다층적이다. 반면 이란은 정면승부 대신 비대칭 대응과 장기 소모전으로 버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 전쟁의 핵심은 ‘영토 점령’이 아니라 ‘상대의 의지를 꺾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은 이란 정권의 군사적 행동 능력과 억지력을 무너뜨리려 하고, 이란은 미국이 전쟁을 지속할수록 감당해야 할 비용을 높이려 하고 있다. 그래서 전선은 이란 본토에만 있지 않다. 걸프 해역의 유조선 항로, 중동 주둔 미군기지, 역내 친이란 세력, 에너지 인프라, 심지어 국제 금융시장까지 모두가 전장의 일부가 되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과거의 대규모 지상전과 다른 양상이다. 전투의 목적은 ‘점령’보다 ‘마비’, ‘확전’보다 ‘비용 전가’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즉, 상대를 완전히 쓰러뜨리지 못하더라도, 상대가 계속 싸우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란은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없어도, 미국의 동맹국과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 미국은 이란 정권을 즉시 붕괴시키지 못하더라도, 핵심 군사자산과 에너지·통신·지휘체계를 마비시키려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전장 양상을 고려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전장의 중심이 ‘석유’와 ‘해상로’에 있다는 점
미국과 이란 전쟁의 가장 위험한 특징은 무기라기보다 에너지와 해상 물류가 먼저 흔들린다는 데 있다. 이란은 미국 해군과 정면으로 맞붙어 싸우기보다는 세계 경제의 약한 고리를 노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 해협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병목지점이며,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유가, 해상보험료, 선박 운항, 정유·화학 원료 공급망이 연쇄적으로 충격을 받는 곳이다. 최근의 분석에서도 전쟁 장기화가 유가 급등, 해상 운송 불안, 글로벌 금융시장 스트레스 확대를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이 구조에 매우 취약하다. 최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호르무즈 해협 경로에 의존하고 있으며, 원유뿐 아니라 나프타나 헬륨 같은 산업 핵심 자원도 같은 충격권 안에 있다. 해당 분석은 한국 선박의 발이 묶이고, 원화와 주식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으며, 성장률과 물가 전망에도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이제 안보는 군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안보 위기는 “북한군 남침”처럼 단편적이지 않다. 오히려 미국과 중동 국가 관계는 물론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이에 따른 사회적 피로 증가와 정부의 정책 약화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 가중이 더 큰 요인이며 복합적인 상황이다. 즉 국가안보는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경제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미사일과 드론, 사이버가 결합한 ‘비대칭 전쟁’
미국과 이란 전쟁은 기술적으로도 중요한 특징이 드러난다. 대규모 기갑부대가 국경을 넘어 영토를 점령하는 형태보다 정밀타격 미사일, 장거리 드론, 순항미사일, 해상 위협, 사이버 공격, 정보전이 결합이 된 복합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이란은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맞설 때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수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전쟁 방식은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인 교훈을 준다. 왜냐하면 북한 역시 오랫동안 비대칭 전력을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장사정포, 무인기, GPS 교란, 사이버 공격, 핵·미사일 결합 등 본질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재래식 우위를 상쇄할 전략”을 써왔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이버와 기반시설 공격이다. 이란의 전략을 통해 볼 때 에너지 인프라와 핵심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위협에 주안을 두고 있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연결성과 산업 집중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전력망, 통신망, 항만, 정유·화학 설비, 반도체 생산 라인, 금융망 등이 공격받을 경우 피해가 매우 클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미국을 지지하면서도, 중동 지역에서 직접적 군사 개입을 최소화하고, 해상교통로를 확보하여 안전을 기반으로 한 자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급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정교한 균형 외교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균형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총화는 물론 국정 책임자들의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영석 : 한국의병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안보전략연구원 및 논문심사위원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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