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추진 의미와 한국의 안보대응 전략
한반도 안보의 글로벌 연결성
최근 국제질서는 국익 중심의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안보환경도 요동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국지도발 차원을 넘어 유사시 전면적인 대남 핵 공격이 가능한 핵전력 체계로 고도화되고 있다. 북한은 전략 핵탄두가 장착된 고체연료 ICBM 및 극초음속 미사일, 전술핵탄두(화산-31) 기반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순항미사일, 600mm 초대형 방사포(KN-25), 자폭드론, 사이버/전자전 능력을 통합하면서 한미를 동시에 압박하는 하이브리드형 복합적 안보위협 구도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북·러 군사협력 강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비호 유지 및 북·중·러 연대의 재부상까지 동시에 진행되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은 더 이상 남북한 양자 대립의 문제로만 볼 수 없게 되었다.
동시에 미·중 전략경쟁은 인도·태평양 전체의 안보 질서를 바꾸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장기적·구조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대만해협, 남·동중국해, 서해, 한반도, 일본열도, 필리핀, 괌을 하나의 전구로 인식하여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은 그동안의 대북억제 중심에서 확대되고 있다. 평택 험프리 기지는 한반도 방어의 거점이면서 동시에 인도·태평양지역 전략기동의 핵심 허브가 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미국 입장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군사적 효율성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안보 공백의 발생, 대중국 관계의 리스크 증가, 대만해협 위기 연루 가능성,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및 확장억제 신뢰성 문제와 직결된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인도·태평양 전략기동군으로 간주하고 한국군은 한반도 방위의 핵심 억제전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와같은 한미간 간극을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하느냐가 향후 한미동맹 발전의 핵심 과제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대외전략의 변화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의 배경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과 국가방위전략(NDS)을 관통하는 핵심은 분명하다. 첫째, 중국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경쟁자로 규정한다. 둘째, 러시아·북한·이란을 지역질서 교란 세력으로 인식한다. 셋째, 미국 단독으로 모든 전쟁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동맹국에 대한 역할과 방위비 분담을 확대 주문하고 있다. 넷째, 지역 주둔 미군의 성격을 기존 고정배치 중심 대비태세에서 유사시 전력을 신속하게 이동·분산·재배치하는 유연한 작전태세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의 동맹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동맹관계는 미국이 안보공공재를 제공하고 동맹국이 보조하는 형태의 구조였다. 그러나 현재의 동맹관계에서는 미국이 전략적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동맹국이 더 많은 비용과 책임을 분담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을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단순한 방어 대상국이 아니다. 세계적인 조선·반도체 제조능력, 원전 기술, 방산 수출역량, 첨단 제조 기반을 보유한 핵심 동맹국이다. 특히 한국의 조선업은 미 해군력 재건과도 연결된다. 중국 해군력의 급속한 확장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함정 건조·정비·수리(MRO) 능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조선산업 협력 분야에 있어 한국은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다. 따라서 한미동맹 현대화는 군사력 운용 조정 문제가 아닌 조선, 원자력, 반도체, 방산, 우주, 사이버안보 분야까지 포괄하는 전략산업 동맹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략적 유연성 논의가 재점화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중국 위협의 현실화다. 중국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압박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은 대만해협 위기를 실제 전쟁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둘째, 북한 위협의 복잡화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미국은 고정형 전력만으로는 중국·러시아·북한이 동시에 일으키는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셋째, 미국의 안보부담 분산 전략이다. 미국은 더 이상 안보비용을 감당하려 하지 않는다. 동맹국의 비용 분담과 함께 책임지는 동맹을 원한다.
미·중 전략경쟁과 인도·태평양 안보질서의 변화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 무대는 인도·태평양이다. 중국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해군력 증강을 통해 서태평양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핵탄두 보유량의 증가 등 핵무력 현대화와 동시에 항모, 구축함, 핵추진잠수함 및 장거리 대함 미사일 등 해군력 증강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 해경과 해상민병대는 회색지대 전략을 통해 주변국의 해양권익을 잠식하고 있다. 서해에서 중국은 잠정조치수역(PMZ) 내 해상구조물·부표 불법 설치와 해양조사 활동 및 해경함정 활동을 통해 서해 내해화 시도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동맹국과 안보협력 네트워크를 촘촘히 엮고 있다. 한·미동맹, 미일동맹, 미·필리핀동맹, 미·일·호·필리핀 안보협력, AUKUS, QUAD, 한·미·일 안보협력, 나토의 인도·태평양 관여 확대가 모두 같은 흐름이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중국이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군사행동을 감행할 경우, 역내 미군 전력을 신속히 투입하고 동맹국의 기지 사용·정보·군수·정비·후방지원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구조 틀 내 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요소가 된다.
여기서 한국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하면 미국은 주한미군 일부 전력인 정보감시정찰(ISR) 전력, 항공전력, 미사일방어 전력, 군수지원기능을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우 북한은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여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발을 묶으려 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에 협력한다고 판단할 경우 경제·외교·군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은 북한 억제, 한미동맹, 중국 관리, 대만해협 위기 연루 방지라는 네 가지 방정식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향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더 공개적이고 제도화된 형태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주한미군사 지휘부의 발언이나 한미 연합연습 시나리오, 작전계획 조정, 기지 운용, 군수지원체계, 정보공유체계 운영과정에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특히 평택 험프리스기지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의 대응방안: 자강력 강화와 전략적 자율성 확보
이에 따른 한국의 올바른 대응 방안을 제시해 보면 첫 번째 대응으로 자강력 강화다. 동맹이 중요하지만, 동맹만 믿고 버티는 시대는 끝났다. 미국은 필요할 때 도와주지만, 미국의 전략 우선순위는 언제나 미국의 국익에 기반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자체적으로 억제·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우선 한국형 3축체계를 실질적으로 구축하여 완성해야 한다.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는 구호가 아니라 실제 작전능력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TEL), 지하갱도, 핵공격잠수함(SSB), 대구경 장사정포, 전술핵 운용부대를 탐지·추적·타격할 수 있는 정보감시정찰(ISR) 및 정밀타격 능력 확보가 핵심이다.
두 번째 대응은 정밀타격능력 확보를 위한 육·해·공군 수단을 현실화해야 하며, 특히 최근 북한의 핵추진전략잠수함(SSBN)과 재래식 핵공격잠수함(SSB) 기반의 SLBM·SLCM·수중 핵어뢰(해일) 등 수중 핵 공격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지난해 10월에 한미정상간 합의한 핵추진공격잠수함(SSN) 건조 사업을 치밀하고 장기적인 국가전략 수준에서 실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핵추진전략잠수함과 핵공격잠수함에 대한 감시 추적·차단·격멸 임무 수행이 가능하고 중국의 핵추진잠수함 등 공세적인 해양패권 활동에 대한 견제 역할 분담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대응은 방위산업과 군수지속역량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키워야 한다. 전쟁은 무기체계 숫자만으로 승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산업체를 포함한 민간산업체 동원능력이 기본이 된다. 우러전쟁이 보여준 가장 큰 교훈은 첨단무기만큼이나 전쟁 지속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K-방산 수출 실적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장기전 지속능력과 국가 통합방위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자강력 강화와 함께 필요한 것이 전략적 자율성이다. 전략적 자율성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한국의 국익과 안보상황에 맞게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미 간 협의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역외 투입이 한반도 방위태세에 영향을 미칠 경우, 사전 협의 및 공동평가가 필요하다. 둘째, 한반도 방위 공백 방지 장치를 제도화해야 한다. 주한미군 일부 전력이 역외로 이동하더라도 대북 억제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미 증원전력, 전략자산 전개, 한국군 즉응전력, 연합지휘체계, 탄약·군수지원계획 등을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 셋째, 확장억제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핵협의그룹(NCG) 운용, 전략자산 전개, 핵·재래식 통합운용(CNI) 및 한미 공동기획·연합연습 등을 실질화해야 한다. 체감할 수 있는 확장억제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국내 독자 핵무장론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넷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핵추진공격잠수함(SSN) 건조 협력 문제를 전략적으로 다뤄야 한다. 한국의 핵추진공격잠수함(SSN) 확보는 핵무장과 구분되는 북한의 핵추진전략잠수함(SSBN)과 핵공격재래식잠수함(SSB)에 대응하기 위한 원자력 추진체계로 운용되는 공격형 잠수함 확보의 문제다. 저농축우라늄 기반의 원자력 추진체계, IAEA 안전조치, 한미 간 특별부속서 또는 별도 협력협정, 핵연료 공급 문제를 패키지로 검토해야 한다. 이 문제는 감정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 법률·기술·외교·군사 논리를 정교하게 쌓아야 하는 장기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국의 전략적 유연성 대비 긴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국에게 불편한 주제다. 그러나 불편하다고 피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미국은 대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확대하려 할 것이고,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앞세워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릴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선택을 압박할 것이고, 한국은 더 확실한 안보 보장이 요구된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안보정세 속에서 한국은 감정적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전략적 차원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한국 안보의 핵심축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이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국 안보의 불안요인이 아니라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한국은 수동적 동맹국이 아니라 능동적 전략국가가 되어야 한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체를 하나의 전략공간으로 보고 있다면, 한국도 한반도만 바라보는 협소한 시야를 넘어서야 한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첨단기술·문화대국으로서 서해~동중국해~대만해협~남중국해, 말라카해협, 인도양, 중동 해상교통로까지 연결된 큰 지도를 봐야 한다.
결국 정답은 강력한 한미동맹 유지하에 자주국방 역량 강화와 전략적 자율성 확보에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축이 균형을 이룰 때 한국은 미·중 전략경쟁의 파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동맹을 유지하고, 국익을 지키며, 자강력을 키워야 한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안보가 가야 할 현실적이고도 당당한 길이기 때문이다. (konas)
박범진: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향군 안보교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군사연구위원, 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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