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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칼럼] 2026년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는 우리의 자세

Written by. 권영태   입력 : 2026-05-28 오전 1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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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오면 우리는 다시 태극기와 묵념, 현충원과 추모식의 풍경을 떠올린다. 많은 사람들에게 호국보훈의 달은 익숙한 국가 기념의 시간처럼 지나간다. 그러나 6월은 단지 달력 속 기념행사가 모여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어떤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졌는지를 되묻는 시간이다.

오늘 우리가 무심히 걸어 다니는 거리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일상, 안정된 경제활동과 민주주의 역시 결코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춘을 바쳤고, 누군가는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전장에서 쓰러졌다. 또 누군가는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조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가난과 고단함 속에서도 삶을 버텨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단순히 경제 성장의 결과물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헌신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축적된 결과다.

오늘날 우리는 보훈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과거의 언어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줄어들고, 급속한 경제 성장과 개인 중심 사회가 자리 잡으면서 국가를 위한 희생과 공동체적 책임의 가치는 점차 낯설어지고 있다. 일부에게 보훈은 교과서 속 역사나 형식적인 행사 정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를 지키기 위한 헌신은 시대가 변해도 결코 사라질 수 없는 가치다.

특히 오늘날의 안보는 과거처럼 총과 탱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이버 공격과 정보전, 경제 안보와 기술 패권 경쟁은 새로운 형태의 국가 위협이 되고 있다. 국제 질서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멀게 느껴졌던 지정학적 충돌은 이제 우리의 경제와 일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시대에 안보는 군인만의 책임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호국보훈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시민의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기억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그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할 책임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일 역시 넓은 의미의 보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진정한 보훈은 말이 아니라 태도에서 드러난다. 참전용사와 국가유공자를 존중하는 사회는 단지 예우의 차원을 넘어 공동체의 품격을 보여준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사회는 더 성숙해질 수 있다. 반대로 희생을 잊고 감사의 마음을 잃어버린 공동체는 쉽게 분열하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정치적 갈등과 세대 간 충돌, 지역과 이념의 대립 속에서 깊은 분열을 경험하고 있다. 서로를 적대시하고 혐오하는 언어는 일상이 되었고, 공동체보다 개인의 이익이 우선되는 문화도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한민국이 결코 특정 세대나 특정 이념만의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나라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지켜져 왔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었던 군인들, 폐허 속에서 산업화를 일으킨 노동자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던 시민들 모두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주인공들이다.

그렇기에 호국보훈의 달은 과거를 미화하거나 감정적인 애국심만을 강조하는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희생을 현재의 책임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우리는 단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사회적 신뢰를 지키고, 공동체를 위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며, 다음 세대에게 더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희생을 기억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다.

무엇보다 청년 세대에게 보훈은 더 이상 먼 이야기여서는 안 된다. 국가의 미래를 살아갈 세대일수록 자유와 평화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자유는 공짜로 유지되지 않는다. 평화 또한 저절로 지속되지 않는다. 역사 속 모든 평화는 누군가의 희생과 경계, 그리고 공동체를 지키려는 의지 위에서 유지되어 왔다. 이를 망각할 때 사회는 쉽게 안일함에 빠지고, 공동체를 지키는 힘 또한 약해질 수밖에 없다.

2026년의 세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기술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고, 글로벌 경제는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 역시 결코 안정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군사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를 신뢰하고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시민적 책임,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려는 태도, 그리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존중하는 문화까지 포함하는 문제다.

기억하지 않는 사회는 쉽게 흔들린다. 감사하지 않는 공동체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역사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지탱하는 정신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호국보훈의 달을 통해 되새겨야 하는 것은 단순한 추모의 감정이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책임의식이다.

6월의 묵념은 단지 과거를 향한 침묵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다.

2026년 호국보훈의 달,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자유와 평화는 결코 당연하지 않으며,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역시 누군가의 희생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희생에 응답하는 가장 올바른 방법은, 각자의 자리에서 더 책임 있는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공동체를 존중하고, 서로를 지키며,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는 것. 바로 그것이 오늘 우리가 가져야 할 진정한 호국보훈의 자세일 것이다. (konas)

권영태 : 향군 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산업경제연구소 국방사업연구팀 책임연구원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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