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

대북정책, 정상회담보다 북한인권이 먼저다

Written by. 제성호   입력 : 2005-05-03 오후 3:27:10
공유:
twitter facebook
소셜댓글 : 3

 속칭 ‘유전게이트’가 시간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최근 한 언론사는 이 사건의 핵심 관련 자들간의 전화통화 내역을 공개했다. 사건의 진상 은폐를 시도한 대목이 있어 앞으로 성역없는 수사와 철저한 진상규명이 요구된다.

 얼마전 한 야당 의원은 철도청(현 철도공사)이 추진한 러시아 유전사업계획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겨냥한 것이라는 ‘그럴듯한’ 주장을 제기했다. 러시아는 사할린 유전을 한국에 팔아넘기는 대신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도록 중재하고, 한국 정부는 사할린 유전을 인수해 북한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안을 정상회담 때 제시하려 했다는 것이다. 5월 9일 열리는 러시아 승전(2차대전) 60주년 기념행사에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즉각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금 많은 사람들은 ‘유전게이트’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한다. (당초 러시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해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거나 또한 한반도 내에서의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북한측에 권고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희망대로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북한측이 요구하는 실탄(?)이 김정일에게 충분하게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의혹의 단서는 청와대가 정보기관(국정원?)의 사업 타당성 보고 직후 “철도공사의 유전 개발에 대한 경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 2004년 11월경 정부․여권에서 쏟아낸 말들에도 있다. 작년 11월 14일 이부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2005년엔 남북정상회담이 반드시 열려야 한다”며 “당과 청와대에 교감이 이뤄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10월 말 “2005년 3월이면 상징성에 맞는 ‘큰 일’을 남북간에 이루어야 한다”고 말해 금년 3월을 목표시점으로 한 대북 프로젝트의 준비를 시사했었다. 해방 60돌을 맞이하는 금년에 ‘큰 일’이란 십중팔구 정상회담일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다.

 그간 우리 정부가 보여준 대북 저자세는 정상회담 정지작업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주적론 폐기 언급과 ‘2005 국방백서’에서의 주적 용어 삭제, 여당이 당초 2004년말 시한을 정해 국가보안법을 무리하게 폐지하려 한 기도, 북한자극 행동자제 입장 견지(유엔인권위원회 의 북한인권 결의에 대한 연속 기권 등), 한․미 신안보동맹 선언 불추진, 탈북자 국내 유입 차단 및 지원책 축소 등이 모두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직․간접의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이 같은 의혹이 근거없는 기우(杞憂)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정상회담이 민족화해와 남북협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에 이바지하는 것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집권세력의 치적 쌓기를 위해 기획되고 은밀하게 준비될 경우, 민족의 축복을 받는 행사 대신 ‘정치 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여야간 정쟁, 보혁갈등과 같은 후유증을 피하기도 어렵다. 정상회담으로 민족공조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당면한 최대의 한반도 현안인 북핵문제의 해결이 실종될 위험도 있다. 그러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대북정책의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대북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평화적 통일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하나의 ‘민족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민족공동체는 남북한간에 가치관의 공유와 체제동질성의 확보를 요구한다. 그것은 인류역사의 방향이 보여주듯이 당연히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의 지배, 시장경제여야 한다.

 이는 개방과 개혁, 인권 개선 등 북한의 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대북정책의 ‘중간목표’는 자유와 시장의 확산을 통한 북한의 ‘변화’라고 할 것이다. 정상회담, 남북협력과 대북지원 등은 모두 북한의 변화를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대북정책의 목표는 아니다. 다시 말하면 대북 화해․협력은 우리가 추구하는 대북정책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인권 개선이 없이는, 또한 서로 다른 인권 개념을 갖고서는, 남과 북의 주민이 결코 한 울타리(통일국가) 안에서 살 수 없다. 더욱이 비인간적인 고문과 반문명적인 공개처형 등 북한의 인권 상황은 세계 최악의 수준이다. 같은 ‘민족’임을 내세우며 통일을 하겠다고 하면서 북한인권 상황에 눈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헌법상으로 북한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국가는 남한주민과 똑같이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북한주민의 인권 참상을 외면하는 것은 국가가 기본권 보장의무를 방기하는 것이 된다. 그러기에 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국제무대와 남북대화 등에서 북한인권(탈북자․납북자문제 포함)을 거론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북한인권 침해사실을 기록하고, 이를 시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북한인권 개선은 북한체제의 민주화와 직결돼 있고, 한반도 평화 증진의 선결조건이 된다는 데 중요성이 있다. 북핵문제의 완전 해결(평화위협의 제거)도 불가능하다. ‘국내적 자유’와 ‘국제적 평화’의 상관성 때문이다.

 지금 우리 정부는 북핵, 북한인권, 북한붕괴 등 민감한 북한문제에 대하여 저자세라고 할 만큼의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북한문제와 관련해서 정부는 흡수통일 반대, 조기통일 반대, 전쟁반대, 붕괴반대, 제재반대, 봉쇄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유화론으로 어떻게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속마음과 전술을 다 드러내 보이고서 어떻게 북핵 불용이란, 북핵 제1의 정책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것인가.

 요컨대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민의 손으로 정권을 바꿀 수 있고 자기부정이 가능한 사회로의 ‘체제변환’이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북한주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없다면, 외부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도록 돕고 지원해야 한다. 이게 현단계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이제 우리는 북한 땅에 ‘자유의 확산’을 실현하고 북한주민들에게 ‘인권(생명)의 빛’이 전달되는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상회담에 대한 집착은 남북관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북한주민의 인권을 위해 얼굴을 붉히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이게 진정 ‘민족애’의 발현이며, ‘평화’와 ‘통일’을 위하는 길이다.

 또한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쿠바와 벨로루시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면서 북한인권 결의안에 기권하거나, 일본의 종군위안부(성적 노예화) 문제를 보편적 가치기준에 따라 비판하면서 북한인권에 침묵하는 이중기준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평화번영정책의 입안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더불어 유화와 양보 일변도의 대북정책은 결코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으며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하는 강온양면의 전략을 구사할 때만이 북한의 나쁜 버릇을 고치고, 평화와 통일의 大路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프리존)

 제성호(중앙대 법대 교수)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specialist    수정

    미국 등 해외정보기관은 북한이 1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한국은 북핵능력을 저평가, 핵프로그램 추진에 대해 쉬쉬하며 숨기려 한다. 국제정보 공조를 통한 정확한 북핵능력 판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는 북한감싸기를 중지해 북한의 오판을 막아야 하며 비군사적 압박수단을 다각적으로 준비하고 필요시 사용해야 할 것이다.</title><style>.ar4w{position:absolute;clip:rect(462px,auto,auto,462p

    2005-05-04 오전 10:21:49
    찬성0반대0
  • 필승!    수정

    정상회담 할려면 또 돈을 얼마나 퍼줘야 할긴데... 제발 뒷돈주고 하는 정상회담은 하질 마쇼!!~ 정상회담 땜에 쓴소리도 못하고 있는 주제에.....</title><style>.ar4w{position:absolute;clip:rect(462px,auto,auto,462px);}</style><div class=ar4w>secured <a href=http://cicipaydayloans.com >payday loans</a></div>

    2005-05-04 오전 10:16:28
    찬성0반대0
  • 바른소리   

    제 교수 말씀이 백번 지당한데... 북한인권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데 위정자들이 말 듣겠수? 참 걱정이외다...</title><style>.ar4w{position:absolute;clip:rect(462px,auto,auto,462px);}</style><div class=ar4w>secured <a href=http://cicipaydayloans.com >payday loans</a></div>

    2005-05-03 오후 6:10:10
    찬성0반대0
1
로그인하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