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북한‘정찰정보총국’임무 확대 의도와 안보 대응방향
김정은은 2026년 7월 9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9기 제1차 확대회의에서 "정찰정보총국의 직능과 임무를 다각적으로 확대"하고 "총국의 군사정찰 및 정보첩보 능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이 기관을 "잠재적인 적수들의 위협을 관리하고 관건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데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규정했다.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다. 핵무력과 대남·대외 전략을 떠받치는 공세적 통합정보기관의 출현을 예고한 것이다.
정찰정보총국 임무 확대 배경 및 의도
정찰총국은 2009년 인민무력부 정찰국과 노동당 작전부·35호실 등 분산돼 있던 공작 조직을 통합해 출범했다. '정찰정보총국'이라는 명칭은 2025년 9월 박정천 당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담화에서 처음 확인됐고, 이번에 임무 확대까지 공식화됐다. 명칭에 '정보'를 더한 뜻은 분명하다. 공작원 침투와 특수공작 중심의 기관에서 벗어나 인간정보와 영상정보, 신호정보, 사이버정보를 수집·융합·분석해 그 결과를 김정은과 핵·미사일 지휘부에 제공하는 전략정보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정보기구 차원에서 제도화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한국을 통일의 상대가 아니라 미국·일본과 동렬의 적대국으로 규정한 이상, 대남 정보 역량은 대남·대외 정보 역량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우선 대상은 한국·미국·일본과 주한미군·주일미군이다. 러시아 파병과 미사일·포탄 제공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무기체계의 성능·전술·취약점을 파악하려는 정보 수요도 커졌다. 우크라이나와 NATO 회원국은 물론 이스라엘·호주·뉴질랜드 등 대북 공조에 참여하는 국가들도 정보 수집과 사이버 침투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주목할 대목은 정찰정보총국이 북한 핵공격 능력을 뒷받침하는 정보·감시·정찰(ISR)의 중추로 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핵무기는 탄두와 투발수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상대의 공격 징후를 조기에 탐지·경보하고, 핵심 표적을 식별해 좌표를 산출하며, 수집된 첩보를 처리·분석하고 타격 결과까지 평가하는 정보순환이 작동해야 비로소 '쓸 수 있는' 핵전력이 된다. 정찰정보총국은 정찰위성과 무인기, 신호정보, 해외 공작망과 사이버 침투 수단을 하나로 엮어 한미연합 지휘부와 해·공군 기지, 항만, 공항, 미사일 기지와 미사일방어 시설에 관한 정보를 축적해 갈 것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판독과 빅데이터 분석, 해킹 자동화, 악성코드 제작, 딥페이크 심리전 등 첨단기술 환경에 적응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미국이 대규모 가상자산 탈취의 배후로 지목해 온 조직이 바로 이곳이다. 2026년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보위성이 '국가정보국'으로 개칭된 만큼, 정찰정보총국이 군사정찰·해외공작·사이버공격을, 국가정보국이 방첩과 주민 감시, 체제 보위를 맡는 분업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가정보국 역시 정보 수집 기능 확대를 표방한 터라 두 기관의 해외 정보망과 사이버 작전, 정세 보고 기능이 어떻게 나뉘고 조정되는지는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북한의 정찰정보총국 역량 강화와 한국 정보기관 역량 약화의 역설
북한 대남 공작의 뿌리는 정찰총국 창설보다 훨씬 깊다. 1946년 북조선노동당의 대남 공작 조직 정비와 6·25전쟁 전후의 간첩 침투·유격대 활동을 거쳐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1983년 아웅산 폭탄테러, 1996년 강릉 상어급 잠수함 침투로 이어졌다. 이들 사건은 정찰총국 창설 이전의 일인 만큼 그 전신인 군 정찰기관과 노동당 대남 공작 조직이 수행한 공작의 계보로 보아야 한다. 정찰총국 출범 이후로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조의 위장 탈북 침투가 대표적이며, 2017년 말레이시아 김정남 VX 암살은 국가보위성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보기관들이 사안에 따라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며 침투·암살·테러를 실행해 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문제는 위협의 방향과 우리 대응의 방향이 어긋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정보기구를 통합하고 확대하는 사이 우리는 반대로 분산의 길을 걸었다. 2024년 1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완전히 이관됐고, 2026년 8월 3일에는 창설 49년의 국군방첩사령부가 해체돼 국방방첩본부·국방보안지원단·국방부 조사본부 안보수사단으로 나뉘었다.
한국의 정보역량 강화 대응방안
12·3 비상계엄에 연루된 조직의 과오를 청산하고 민주적 통제를 세우는 일은 마땅히 필요했다. 그러나 정치적 오염의 제거가 방첩 역량의 소멸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 대공수사권 이관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기소 실적이 사실상 없고 국정원의 인력·예산·해외 정보망은 함께 넘어가지 않았다는 지적이 국회 토론회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안보 대응 방향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첫째, 국가방첩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북한의 공작은 해외 지령과 사이버 접촉, 위장 탈북, 가상자산 거래, 국내 인사 포섭을 복합적으로 운용한다. 정보 수집과 수사를 기계적으로 분리해서는 대응할 수 없다. 정치 관여와 인권침해를 차단하는 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조건 아래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대안으로 국정원·국방방첩본부·정보사·경찰·해양경찰의 방첩정보를 통합하는 가칭 '국가방첩안보국'을 설치해 해외·군사·국내·해양 방첩을 상시 연계하는 방식도 있다. 무엇보다 방첩사가 축적해 온 군 방첩 전문성과 숙련 인력이 조직 개편 과정에서 흩어지지 않도록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둘째, 가칭 '정보활동 보장법'을 제정해 정권 교체나 정치적 논란으로 국가정보 활동이 위축되고 중단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 적법한 정보 수집과 정보요원의 신분 보호, 기관 간 정보 공유 의무, 비밀정보의 법적 보호를 명문화하되 영장주의와 기본권 보호, 국회 정보위원회의 통제, 독립 감찰과 위법행위 처벌 규정을 함께 담아야 한다. 정보활동의 보장은 무제한의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정보기관을 지키면서 법률과 민주적 절차로 엄격히 통제하는 체계를 세우는 일이다.
셋째, 사이버 심리전과 사회분열 공작에 대응할 국가 차원의 인지전 대응 통합기관을 설치해야 한다. 국정원과 군, 경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와 민간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참여해 허위정보와 딥페이크, 여론조작, 사이버 공격 징후를 조기에 탐지하고 사실 확인과 전략적 소통을 신속히 수행해야 한다. 다만 국민의 정상적인 비판이나 정치적 견해가 적대적 인지전으로 규정되지 않도록 명확한 법적 기준과 민간 중심의 감독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넷째, 군 장병을 대상으로 실질적 방첩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북한과 주변국 정보요원들은 금전·이성·학연·취업 알선은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게임, 학술 교류, 가상자산까지 포섭 수단으로 활용한다. 장병과 군무원, 연구기관 및 방산업체 종사자가 의심스러운 접촉과 기밀 제공 요구를 식별해 즉시 신고하도록 계급·보직별 맞춤형 교육과 모의훈련을 정례화해야 한다. 해외 파견 및 첨단무기 운용요원, 정보·사이버 요원, 전역 예정자는 별도의 보안교육과 사후관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정찰정보총국의 확대는 북한이 핵전력과 첨단기술, 해외 공작과 사이버전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 운용하겠다는 위험한 신호다. 사건이 터진 뒤 수습하는 방어적 대응에서 벗어나, 위협 징후를 먼저 포착하고 공작망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정보 우위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를 확립하는 일과 정당한 정보·방첩 활동을 흔들림 없이 보장하는 일은 결코 상충하지 않는다. 강력한 정보력은 군의 눈과 귀를 넘어, 북한의 핵위협과 복합공작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생존의 방패다. (konas)
박범진: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 향군 안보교수 및 안보논단위원 / 한국국가정보학회 이사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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