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간 회담- 무엇을 건질 것인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북한이 왜 이 시점에서 남북당국간 회담을 제의해 왔는지를. 필요하면 삼키고 아니면 딴전부리거나 협박하려드는 집단이 바로 북한이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더 이상 북측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말고 남북관계 정상화와 북핵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고 최소한의 의미 있는 진전이라도 이끌어내야 한다.
북한은 언제나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의 불리한 상황이 되어있을 때 또는 경제적인 지원을 필요로 할 때 그리고 미국과의 대치 국면에서 남한 국민을 대상으로 '민족공조'를 강조할 필요가 있을 때 우리측에 넌지시 회담을 제의했었다. 이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이 이번 남북대화에서 조속한 타결을 원하는 안건은 비료 지원문제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쌀 지원 요청도 있을 것이다. 봄철 파종기(播種期)를 시비(施肥) 없이 넘기기에는 상황이 너무 다급한 북한이다. 그런 이유로 북한은 최근 중국에 40만t의 비료지원을 요청했지만 되돌아온 반응은 묵묵부답이었다. 정부 역시 지난 1월 북한측의 비료 50만t 지원 요청에 당국간 회담이 먼저 열려야 한다는 점을 내세워 미뤄왔었다.
그 다음 겨냥하는 것은 북한이 늘 그래왔듯이 6·15 공동선언 5주년을 빌미로 '민족공조'를 앞세워 한미공조 쪽으로 방향을 틀고있는 남한 내 분위기를 반전시켜보고자 하는 부수적 효과일 것이다. 이번 회담이 북핵문제 해법에는 근접하지도 못하고 북한이 우리에게 반미(反美)정서를 부추겨가며 '시간 벌기'를 겨냥한 행차라면 없느니만 못하다.
북한은 올들어 '핵보유 선언'과 '미사일 시험발사' 그리고 '폐연료봉 인출' 등 연속적인 도발행위로 이어지는 벼랑끝 외교전술을 구사해왔다. 그 대가는 '핵문제의 UN보장이사회 회부'와 '대북(對北) 경제제재 강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의한 해상봉쇄' 등 북한 옥죄이기가 있을 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이 자초한 급박한 상황에서 남한마저 등을 돌릴 경우 북한이 도움을 받을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그들만의 억지논리를 장황하게 펼치는 선전장(場)으로 이용하려 드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북한 역시 우리의 회담 복귀 요청을 외면할 경우 더 이상 '북한 감싸기'는 있을 수 없음을 깨우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손만 벌이면 쥐어주는 나쁜 버릇도 더는 전례(前例)를 남기지 말아야한다. 북한이 핵모험을 계속하면 남북경협이나 대북지원이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북한에 통고해야 한다. 그런 얕은 수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에 가르쳐야한다.
돌이켜보면 이번 남북간 대화는 10개월만에 재개되는 자리이다. 북한 핵 위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남북한당국의 만남은 수면 하에서 잠자고 있었다. 작년 7월 김일성(金日成) 10주기에 한국정부가 남측 인사들의 김일성 조문(弔問) 불허와 탈북동포의 (남한)집단입국 등을 이유로 들어 당국간 회담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던 그들이다.
현재 남북이 당면하고있는 최대 과제는 누가 뭐래도 북한의 핵 보유 선언 이후 지속되고있는 '핵위기 국면의 해소'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북한측은 쌀과 비료 지원 등 대북 인도적 지원과 같은 남북 문제만을 논의하고자 원할 뿐, 핵과 관련된 안보 이슈는 도마 위에 올리려 하지 않을 것임이 자명하다.
북핵 문제야말로 가장 시급히 서둘러 대안을 모색해야 할 남북간 현안이다. 어떤 경우에도 '남북문제 따로, 북핵문제 따로'일 수가 없다. 북한에 얼굴을 붉혀야 할 때는 바로 이 시점이다.
그런 이유로도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핵문제과 별도의 남북간 문제를 분리하여 처리하는 선례(先例)를 남겨서는 안 된다. 이번 만남에서 그런 원칙이 무시된다면 북한은 앞으로도 남한당국과의 만남을 오로지 쌀과 비료를 얻어내어 북한 내 위기국면을 극복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하려 들 것이다.
북한이 핵문제와 같은 한반도 안보 이슈를 두고 남한을 젖혀두고 미국과만 논의하겠다는 것은 엄청난 '논리적 자가당착'이다. 그것이 '남북 공존(共存)' '평화통일' 등 민족의 운명이 걸린 중대사안이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의도하는대로 마냥 시간 끌기에 밀려다니다 결국 이렇다할 결실 없이 비료만 내주고서 북한이 흔들어대면 그뿐인 부질없는 '회담 재개'와 '회담 정례화(定例化) 원칙 합의'에 그 의의를 찾는 우매함은 보이지 말아야 한다. (konas)
정 준(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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