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남북대화를 우려한다
Written by. 박용옥
입력 : 2005-05-20 오후 3:54:09
지난 16~19일 개성에서 있은 남북차관급회담은 결국 ‘비료지원’과 ‘장관급회담’을 맞바꾸는 형식의 합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끝났다.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개인 인권 존중 체제와 독재 권력 옹위 체제 간에는 공동 지향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거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설령 남북한이 ‘민족공조’ 차원의 공동 목표를 지향해 나간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어느 한쪽의 체제·이념·가치관 등이 소멸되는 것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남북회담은 그 속성상 동상이몽(同床異夢)일 가능성이 크다.
남북회담의 본질적 속성이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개성에서 있은 남북회담에서처럼 동상이몽의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난 적도 많지 않은 것 같다. 한 예로써, 90년대 초 남북고위급회담의 경우, 실무급 분과위원회 회담이든 총리급 본회담이든, 남북 양측은 그래도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이라는 공동의 관심과 협의의제를 가지고 회담에 임했다. 특히, 남측은 회담 개최 그 자체보다는 남북관계 기본 정신의 관철을 중요시했다. 그 결과 협의 과정에서 마찰과 충돌이 거듭되기도 했지만 결국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과 같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남북차관급회담의 경우는 앞으로의 남북대화를 기대하기보다 우려하게 하는 몇 가지 문제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먼저, 회담 개최 동기부터 주요 관심사안에 이르기까지 남북 양측은 처음부터 전혀 서로 다른 생각과 문제 의식을 갖고 회담에 임했다. 북측의 관심은 무엇보다 시기적으로 급박한 비료 지원을 얻어내는 데 있었고, 남측은 지난해 7월 이후 중단 상태에 있는 남북장관급회담 조기 개최에 관심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 결과 북측은 ‘비료지원’ 문제와 ‘장관급회담’ 문제만을 저울질하면서 북핵 문제와 같은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과 관련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아예 무시하거나 일축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리고 이번 개성 남북회담에서 우리측 주요 관심사안인 북핵 문제가 처음부터 협의 대상이 되지 못한 데는 남측 책임이 크다. 북한은 현재 한반도를 이미 ‘핵지대’로 만든 장본인이다. 또, 북핵 문제에 관한 한 남측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며, 남북한 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도 이미 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상태에 있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 재확인’ ‘6자회담 조기 복귀’ 등을 이번 남북회담 공동보도문으로 발표하자는 남측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마도 공허한 소리로 들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비료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예년 수준으로 지원하되, 장관급회담에 매달리지 말고, “한반도 비핵화가 지켜지지 않으면 남북 공조도, 화해 협력도 불가능하다”는 회담의 모두발언을 행동화할 것을 단호하게 경고하는 선에서 회담을 마무리하는 편이 오히려 더 의미 있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하면, 남북의 동상이몽은 앞으로도 북한에 역이용 당할 수 있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남측의 관심사안은 일축하고, 자신의 대남 요구사항과 별 부담 없이 수용할 수 있는 남측 관심사안만을 주요 협의 대상으로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회담연장 등 긴박한 협상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마치 남측에 큰 선심이라도 쓰는 듯이 6월 남북장관급회담의 서울 개최와 6·15 공동선언 5주년행사에 남측 장관급대표단 파견에 합의해 주면서 비료 20만t을 챙겼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언질도 없었다.
다음달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또는 6·15공동선언 5주년 기념축전에 참석하는 장관급대표단이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또 어떤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동상이몽의 남북회담 개최 자체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konas)
박용옥 /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전 국방부 차관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개인 인권 존중 체제와 독재 권력 옹위 체제 간에는 공동 지향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거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설령 남북한이 ‘민족공조’ 차원의 공동 목표를 지향해 나간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어느 한쪽의 체제·이념·가치관 등이 소멸되는 것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남북회담은 그 속성상 동상이몽(同床異夢)일 가능성이 크다.
남북회담의 본질적 속성이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개성에서 있은 남북회담에서처럼 동상이몽의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난 적도 많지 않은 것 같다. 한 예로써, 90년대 초 남북고위급회담의 경우, 실무급 분과위원회 회담이든 총리급 본회담이든, 남북 양측은 그래도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이라는 공동의 관심과 협의의제를 가지고 회담에 임했다. 특히, 남측은 회담 개최 그 자체보다는 남북관계 기본 정신의 관철을 중요시했다. 그 결과 협의 과정에서 마찰과 충돌이 거듭되기도 했지만 결국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과 같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남북차관급회담의 경우는 앞으로의 남북대화를 기대하기보다 우려하게 하는 몇 가지 문제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먼저, 회담 개최 동기부터 주요 관심사안에 이르기까지 남북 양측은 처음부터 전혀 서로 다른 생각과 문제 의식을 갖고 회담에 임했다. 북측의 관심은 무엇보다 시기적으로 급박한 비료 지원을 얻어내는 데 있었고, 남측은 지난해 7월 이후 중단 상태에 있는 남북장관급회담 조기 개최에 관심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 결과 북측은 ‘비료지원’ 문제와 ‘장관급회담’ 문제만을 저울질하면서 북핵 문제와 같은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과 관련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아예 무시하거나 일축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리고 이번 개성 남북회담에서 우리측 주요 관심사안인 북핵 문제가 처음부터 협의 대상이 되지 못한 데는 남측 책임이 크다. 북한은 현재 한반도를 이미 ‘핵지대’로 만든 장본인이다. 또, 북핵 문제에 관한 한 남측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며, 남북한 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도 이미 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상태에 있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 재확인’ ‘6자회담 조기 복귀’ 등을 이번 남북회담 공동보도문으로 발표하자는 남측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마도 공허한 소리로 들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비료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예년 수준으로 지원하되, 장관급회담에 매달리지 말고, “한반도 비핵화가 지켜지지 않으면 남북 공조도, 화해 협력도 불가능하다”는 회담의 모두발언을 행동화할 것을 단호하게 경고하는 선에서 회담을 마무리하는 편이 오히려 더 의미 있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하면, 남북의 동상이몽은 앞으로도 북한에 역이용 당할 수 있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남측의 관심사안은 일축하고, 자신의 대남 요구사항과 별 부담 없이 수용할 수 있는 남측 관심사안만을 주요 협의 대상으로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회담연장 등 긴박한 협상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마치 남측에 큰 선심이라도 쓰는 듯이 6월 남북장관급회담의 서울 개최와 6·15 공동선언 5주년행사에 남측 장관급대표단 파견에 합의해 주면서 비료 20만t을 챙겼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언질도 없었다.
다음달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또는 6·15공동선언 5주년 기념축전에 참석하는 장관급대표단이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또 어떤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동상이몽의 남북회담 개최 자체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konas)
박용옥 /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전 국방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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