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줘도 해결 안되는 북한의 식량난
대북 비료지원, 지금까지 175만톤 5천6백억원 넘어
정부가 북한의 식량 증산을 도우려고 1999년 시작한 비료지원 사업이 지난달 남북 차관급회담 합의에 따라 지원된 20만t으로 지금까지 모두 175만t, 돈으로 환산하면 5천6백억원을 넘게 됐다고 밝혔다.
통일부 발표에 따른 연도별 지원액을 보면 1999년 339억원(11만5천t), 2000년 944억원(30만t), 2001년 638억원(20만t), 2002년 832억원(30만t), 2003년 836억원(30만t), 2004년 1천28억원(30만t) 2005년 900억원(20만t) 등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까지 북한에 지원해준 비료가 북한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고도 남을 분량이라는 분석이다. 유안비료를 기준으로 비료 1kg당 약 20kg의 알곡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볼때 지금까지 지원된 비료 175만t은 약 3,500만t의 양곡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북한의 수요량을 충족시키고도 남을 분량이라는 것이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북한은 연간 510만t 가량의 식량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410만t 정도를 자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의 지원액과 양은 늘어나지만 북한의 식량사정이 좋아졌다는 소식은 없다. 이런식으로 계속 비료를 지원한들 상황이 호전될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오히려 때마다 북한의 요구량만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비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대북비료지원이 북한의 식량부족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로 ▲농지의 고질적 산성화 ▲총체적 경제위기 ▲공동생산제도의 한계 등을 꼽고 있지만 이는 한마디로 사회주의 독재체제의 모순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결과일 뿐이다.
"묶어 놓은 강아지는 굶어 죽을 수 있어도 풀어 놓은 강아지는 절대 굶지 않는다"는 한 탈북자의 말 처럼 북한 식량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김정일이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주민들을 철저히 통제하는데 있다.
최근 북한당국은 주민들이 산(山) 등을 개간하여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했던 '뙈기밭'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묵인방침을 바꿔 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북한정권은 주민들이 뙈기밭에 매달려 협동농장 농사를 등한히 한 것이 식량난의 한 원인이라고 엉뚱한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다.
협동농장 생산물의 처분권을 주지 않는 사회주의적 방식에 근본적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북한 식량생산의 주된 공급원이었던 주민들의 뙈기밭까지 금지하고 나섰으니, 북한 당국의 무책임한 조치에 한심함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지난 5월 중순 전 주민에게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의 내부 주민 강연자료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하니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 하다.
‘고난의 행군’이란 결코 ‘힘든 행군’이란 의미가 아니다. 90년대 중반 300만명이 굶어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참사에 대해 북한정권은 ‘고난의 행군’이라고 표현해 왔다. 북한은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을 할 때 일본군의 추격을 따돌리면서 겪었던 험난했던 과정을 ‘고난의 행군’이라고 명명했는데, 엉뚱하게도 이를 식량난 참사를 미화하는 말로 이용한 것이다.
20만t의 비료를 지원 받은 올해에도 북한은 수백만에 달하는 평양 등 도시 주민들을 매주말 농삿일에 동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치는 특히 올해 식량부족으로 인한 기근 가능성을 시사하는 또 다른 사례라고 지난 2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우리의 대북 비료지원과 식량지원으로 북한이 당장의 어려움은 해결할 수 있겠지만 더 이상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대북지원은 북한 식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님이 확인된 것이다.
더우기 우리는 '인도주의적' '동포애적' 차원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대북지원을 하지만 이것을 받는 북한이 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전략물자로 이용한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즉 우리가 준 비료로 생산한 양곡이 일반 주민들에게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군대에 제공되며, 비료에 포함된 질안(질산암모늄)성분을 화약 등 무기제조의 원료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민복 전 북한농업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이 제공하는 비료는 복합비료, 요소비료, 유안비료 등으로 무기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질안비료를 주로 사용하는 북한은 상대적인 여유분량을 무기생산으로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남재중 美 이지스재단 대표는 "비료를 '인도적 지원' 품목에 포함시키는 것은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북한 노동당 전 요원은 "북한당국자들이 비료를 농가에 전달하기도 전에 중국에 팔아 넘기는 경우도 흔하다"고 밝혔다.
5년전 입국한 탈북자 이주일씨는 "남한에서 보낸 비료는 외화벌이용 아편 재배를 위해서도 사용된다. 노동당에서는 외화벌이 기관이나 군부대에서 재배하는 아편 생산에 비료를 투입한다"며 "대다수 남한 국민들은 북으로 보내지는 비료들이 북한 동포들의 기아 해결에 도움이 될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북한 동포들은 여전히 굶고 있다. 남한정부는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북한당국은 유상으로 분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어쨌건 지난 10년 동안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식량과 비료 등 끊임없는 지원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식량문제에는 아무런 개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기잡는 법을 배우려 하지 않은 북한도 문제지만 고기배와 낚시는 주지않고 생선만 건네 준 남한당국에도 문제가 많다.
무능하고 폭압적인 김정일 독재정권하에서는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 문제는 결코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 지난 10년 경험의 명백한 결론이다. 그렇다고 핵무장이 북한의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을까. 더 더욱 아니다 라는 것은 북한이 알고 우리가 알고 세계가 안다. 그런데도 우리정부가 언제까지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계속할 지 궁금하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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