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개발로 휴지가 되어버린 6·15공동선언
북핵개발로 휴지가 되어버린 6·15공동선언
6·15남북공동선언은 남북정상회담 결과 채택된 합의 문건으로 남북관계와 국제관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남북공동선언은 남북한 최고위 당국자간에 채택된 최초의 합의문서로서 남북화해와 협력의 토대를 마련하였을 뿐 아니라 본격적인 남북협상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대북 뒷거래의 산물로서 안보 불감증 초래
실제로 남북공동선언 이후 지난 5년간 10차에 걸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 남측 가족 1,736명이 방북해 북측 가족과 상봉하였으며, 3대 남북경협사업(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건설사업, 경의선철도 연결사업)도 계속 추진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사회.문화 교류사업이 실천되고 있는 점이나 DMZ 일부 개방을 통한 경의선 철도연결 공사 등으로 군사적 긴장완화가 일부 진전을 보인 것 등도 긍정적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남북공동선언은 특히 5억달러 상당의 비밀 송금이라는 대북 뒷거래의 산물이었던 점은 역사적 의미를 반감시키는 결과로 작용했으며 합의 이행을 보장할 만한 안전장치와 제재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 역시 내용적 한계로 지적된다.
남북 공동선언의 문제점
첫째, 통일의 평화.민주 원칙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공동선언문에는 자주적 해결 원칙만을 명시하였을 뿐 평화.민주의 원칙을 명기하지 못해 7.4 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오히려 후퇴하고 말았다. ‘자주’ 해결원칙 역시 북한이 주장하는 ‘반외세’ ‘민족공조’ 전략 수행의 지렛대 역할로 작용하였다.
둘째, 한반도 평화정착에 관한 기본 입장을 명기하지 않아 대북관과 통일관에 혼란을 초래했다. 현재의 남북관계가 정전체제임을 감안할 때 남북공동선언에서는 마땅히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 관한 기본 합의가 명시되어야 하지만, 선언문에는 평화문제 대신 통일방안에 대한 규정만이 포함되었다.
셋째, 김정일정권은 통일 대상도 통일 협상의 대상도 아니며, 어디까지나 평화 공존의 대상, 통일 동반자로 만들어가기 위한 ‘변화’의 대상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반민주적인 김정일 독재정권과 본격적인 통일방안을 논의한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닐수 없다.
넷째, 남북 기본합의서를 사장(死藏)시켰다. 남북기본합의서는 화해.불가침.교류협력 등 남북간 주요 현안을 망라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비해, 남북공동선언은 주로 교류분야에 치중되어 있다. 따라서 남북공동선언 이행에 주력하는 것은 경제.사회교류협력과 군사적 긴장완화의 균형적 추진이 아닌 불균형적 합의 이행이라는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다섯째, 협력과 지원만 중시함으로써 안보불감증을 야기하였다. 햇볕정책은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고 대량살상무기 등 안보문제는 등한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안보불감증을 낳았다. 대북 퍼주기와 과다한 현금 지원은 올바른 남북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으며, 전체적으로 남북공동선언과 햇볕정책은 북한이 핵개발을 은밀하게 추진하는 것을 방치한 셈이다.

향후 우리의 대북 정책과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안보태세를 기초로 민족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한 대북정책 추진이 긴요한 때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에 대한 냉철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북관.통일관을 올바르게 정립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남남갈등 해소를 위한 실천적 노력을 경주하고 안보와 화해협력을 병행하거나 튼튼한 안보의 기초위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세부적 정책과제로는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북핵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제도화하며, 남북 경협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문화교류협력의 안정적 추진과 군사적 신뢰 구축도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장관급회담 산하에 사회문화교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남북회담의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 남북관계의 안정화를 모색하는 것이 긴요하다. 남북경협은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남북경협과 북한경제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는데, 개성특구에 대응하는 통일경제특구를 파주시에 건설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
남북교류는 비정치적 성격을 띠면서도 공감대 형성의 파급효과가 큰 체육.문화 교류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는데 경평축구의 부활, 2008년 베이징 올림픽대회에 대비한 남북체육협력방안 등이 그것이다. 남북 군사적 신뢰 구축은 남북협력 촉진을 위한 기능적.실질적 차원으로 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차 남북정상회담은 북핵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 국민적 동의와 투명성 확보하에 차분히 추진되어야 하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민족경제공동체 형성,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해결 등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이같은 대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한미 동맹을 레버리지로 활용, 긴밀한 한미 공조하에 한미간 역할분담을 포함한 미국의 대북정책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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