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C사무처, 자문기구의 사무처로 돌아가야 한다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의 위상 내지 법적 지위가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NSC 사무처가 통일외교안보 사안에 대하여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외에도,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 등 외교안보부처에 대하여 수시로 지시 하달 및 감독을 함으로써 ‘사실상의 통일.외교.안보 부총리’로 군림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헌법과 국가안전보장회의법에 합치하는 것이냐 하는 문제제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게다가 금년 초에 NSC 사무처 직제와 관련해서 법에 있지도 않은 사무차장제를 운용해 왔던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서둘러 사무차장을 정무직(차관급)으로 보임토록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하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NSC 사무처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장관이 장으로 되어 있는 다수의 외교안보부처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옥상옥의 기관으로서 존재하고 있으며, 불필요하게 많은 인력과 예산을 사용하면서 외교.안보.통일문제에 대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1인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법에 근거한 정상적인 체제로 환원시켜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국가기관이 위헌적․위법적 상태 하에서월권행위를 지속하도록 방치한다면,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NSC 사무처는 정책집행기구가 아님은 물론이고 대통령 자문기구도 아니다. 대통령 자문기구는 NSC 그 자체일 뿐이다. 따라서 국가안보 전반에 관한 정책을 수립.기획하거나 안보관련 사항을 협의.조정하는 정책집행기구로서의 권한을 갖지 못한다.
이와 관련, 헌법 제91조 제1항에서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군사정책과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국무회의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기 헌법조항에 근거해 제정된 국가안전보장회의법 제3조(직능)에서도 “회의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군사정책과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대통령의 자문에 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과 국가안전보장회의법에 의할 때 국가안전보장과 관련하여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기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이지 NSC 사무처가 아닌 것이다. NSC 사무처는 어디까지나 NSC 회의 개최준비, 회의기록 정리 및 전파 등 그야말로 사무처로서의 임무만 수행하도록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 현재 NSC 사무처는 大統領令인 ‘국가안전보장회의운영등에관한규정’에 의거해 실질적으로 자신의 기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특히 동 규정의 제14조, 제18조, 제19조 및 제20조는 명백히 기획 및 집행업무(즉 정책기획, 현안조정, 정보전파 등)에 관하여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헌법과 법률에 저촉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대통령령인 국가안전보장회의운영등에관한규정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문)업무의 범위를 넘어 기획 및 집행업무를 명시한 것은 상위법의 위임범위를 우월한 것으로 위법한 것임은 물론이고,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통령령에 의해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통일부, 외교통상부, 국방부의 고유업무를 침해하는 외에 헌법의 위임을 받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헌법의 틀내에서 NSC의 임무와 기능을 설정할 수 있는 고유권한을 침해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통일.외교.안보정책 결정과정의 혼선과 불협화음을 초래하였다.
더불어 행정부의 업무수행과 사기를 크게 저하시킨 외에도, 고도의 전문적인 능력과 경험을 갖춘 외교․안보전문가들의 의견과 입장을 배제 또는 무시하는 NSC 사무처 독주체제를 낳게 되었다. 이와 같은 NSC 사무처 운영, 특히 사무처의 소수 고위간부들이 주도하는 현상타파적이고 포퓰리즘적인 통일.외교.안보정책을 목격하고, 지금 많은 국민들이 안보불안을 느끼고 있다.
셋째, 현행법상 국가안전보장 관련 사안에 대하여 직접 대통령에 대하여 자문하는 기구는 NSC, 즉 국가안전보장회의(의장은 대통령)다. 즉 NSC를 구성하는 자문위원(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재정경제부 장관, 국정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국가안보보좌관 등)들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것이다. NSC 사무처는 어디까지나 NSC 소속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취합.정리하는 임무에 그치고, NSC의 주관위원인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보고함으로써 동 보좌관이 법률과 대통령령이 정한 범위 내에서의 합법적인 보좌기능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NSC 사무처장을 겸하고 있는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실상 NSC 사무차장이 NSC 사무처를 장악하여 대통령에게 직접 자문할 뿐만 아니라, 정책수립 및 기획조정, 정책집행 지시 및 감독 등의 집행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NSC 사무처의 이 같은 비정상적인 운영을 종식시키고, NSC 사무처의 정상적인 운영체제를 회복하여야 한다. 즉 국가안보에 대한 자문 및 보좌기능은 대통령 비서인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맡기도록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부처간 업무조정은 대통령과 대통령 비서실 및 국무총리의 역할이므로 국가안전보장 관련 업무의 조정기능을 대통령 비서실로 환원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NSC 사무처는 자신의 고유한 사무처 기능(회의 준비, 토의/자문기록 정리.관리 및 전파 등)에 부합하도록 인원 및 예산을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사용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현재 NSC는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게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 안에서 (필요시 국가안전보장회의법을 개정해서라도) NSC 사무처가 사무처 답게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법치주의의 당연한 요구라고 할 것이다. 또한 제도와 사람을 법규와 현실이 일치하는 선에서 운용하는 것이 ‘법의 지배’(rule of law)의 기본이념이라고 하겠다.
소위 ‘시스템 정부’를 지향하는 노무현 정부에서 ①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위법적 국가안보 행정 방치, ② 위인설관, ③통일.외교.안보 사안에서 차관급 인사의 독주체제 묵인․허용, ④ 특정인이 법이 보장하는 권한 이상을 행사하고 과도하게 대접을 받도록 하는 일이 더 이상 버젓이 용인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konas)
제 성호(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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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7 오전 11:4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