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 총기사건 이후 나온 어설픈 대책들②
대학학점 취득, 모병제, 사병 봉급인상·퇴직금제도 등 현실성 부족
앞에서 '군 복무 중 대학학점 취득'의 문제점을 살펴 보았는데, 이어서 GP 총기사건 이후 정치권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나온 '모병제로의 병역제도 개선'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지난 5일 열린우리당 박찬석 의원실이 주최한 ‘전투력 강화를 위한 병역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주제 발제를 맡은 국방대학교 이상목 교수는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징병제가 모병제보다 더 유리하다"도 주장했다. 모병제를 중심으로 토론회가 국회에서 개최된 것은 처음이였다.
이 교수는 병역제도의 병역제도의 유형별 장단점과 세계의 지역별 병역제도에 대한 분포를 살펴보고 우리 나라 병역제도의 운용실태를 분석한 후, 징병제와 모병제의 ‘가시적·비가시적’ 비용과 징병제의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해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동국대 이철기 교수는 “69만명의 병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너무나 비정상적이고 비효율적이다”고 지적하면서, 대규모 병력을 감축한다는 전제 조건 아래 모병제로 병역제도를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인구 8천만명이 넘는 독일이 27만의 병력을, 영국이 20만 1천 5백명, 프랑스가 18만 4천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도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와 냉전 붕괴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군대에서는 병역제도를 바꾼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병역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적정 병력수의 산출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GP 총기사건과 육군 훈련소 인분 사건, 군대에서의 가혹행위와 자살 등의 근본 원인은 모두 징병제 때문에 일어난 것인 냥 입을 모았다.
그러나 병역제도의 개혁은 병력충원차원에서만 이해되면 안된다. 강한 군대를 만들고 군의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차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병력감축은 北체제 민주화 이후 논의, 모병제는 시기상조"
병력감축에 대해서 재향군인회 안보연구위원 정창인 박사는 “북한의 정치체제가 자유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전제조건이라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남북이 각각 30만명의 병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병력감축이 이루어진다해도, 독재국가인 북한에서는 병력을 증대시키는 것은 용이한 일"이라며, 병력감축은 “북한의 정치체제가 민주화된 이후에 합리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박사는 또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라는 점에서 모병제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고, 양심에 따른 대체복무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보였다. 군대 유지는 헌법에 보장된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우리는 앞선 3명의 교수들의 주장보다는 정 박사의 주장이 훨씬 현실적이고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특히 이철기 교수가 예로 든 독일 프랑스 영국의 27만~18만 병력 규모는 우리의 안보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른 경우로 참고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우리처럼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지도 않고 주변의 위협국가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굳이 독일 등의 예를 참고한다면 통일국가가 되었을 경우다. 남북이 통일되고 주변의 위협이 크게 감소했을 때 적정 병력수는 독일이나 영국처럼 인구의 0.3%~0.4% 수준인 24만 내지 30만명으로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병제가 장점이 있다하더라도 지금같은 남북 대치상황과 여타 정치적·군사적 이유 등으로 급작스러운 제도 전환은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특히 무조건적인 모병제 전환은 미국과 같이 사회적 약자만 군대에 간다는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지금은 헌법 39조 1항에 따른 국민개병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안보문제는 정책 실험의 대상이 돼서는 않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안보현실에서 모병제는 시기상조다.
끝으로 사병퇴직금제 입법 추진/ 병사들 봉급 인상 주장에 대해 살펴본다.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은 6일 제대 사병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군인연금법, 전투경찰대설치법, 교정시설경비교도대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전투경찰과 교도대원을 포함한 전체 의무복무 사병에게 제대와 함께 약 300만원의 퇴직금을 지급토록하고 이를 전체의 ±20% 범위 내에서 근무지 여건 등에 따라 차등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 GP(감시초소)와 같은 위험지역에 복무하거나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에게는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도록 했다.
또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내년 1월 입대자가 제대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100%의 퇴직금을 지급토록 했으며, 현재 군 복무중이거나 올해말까지 입대하는 사병의 경우에는 내년 1월 제대자부터 퇴직금의 일부를 지급하도록 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정부와 여당이 내년도 국방분야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를 갖고 장병 복무여건 개선의 일환으로 내년도 사병 봉급을 현재 4만 6,600원에서 6만 5,000원으로 39.5%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을 올해 20조5천301억원에서 12.6% 늘어난 23조1천69억원을 요구했다. 사병봉급 현실화와 용산기지 이전, 사병내무반 개선 등에 돈이 많이 투입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윤건영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올해 기준으로 약 7천920억원의 예산 소요가 예상된다. 이는 올해 국방비 예산의 4.0%수준이다. 또 앞에서 언급된 대학 학점 취득을 위한 중대 단위에 인터넷 PC를 설치한다면 국방비 중 1천 600억원의 운영유지비가 더 들어가게 된다. 윤 의원은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면제자와 군복무자간 형평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큰 부담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국방비가 투자비에 비해 인건비 비율이 높을수록 군장비의 첨단화와 주한미군전력의 공백으로 인한 자주국방 문제는 요원해 질 수 밖에 없다.
한편, 여론 떠보기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사병월급 30만원으로 인상, 복무기간 24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 구식 마루형 내무반을 침대형 내무반으로 바꿀 것, 사병들 간에 존댓말 사용' 등을 주장하는 병영문화 개선책을 내놓았다.
임 의원은 이어 11일 당 홈페이지에 '병사월급은 30만원, 복무기간은 18개월로'라는 제목의 칼럼을 올리고 상기한 내용의 주장을 했지만, 네티즌들은 임 의원의 주장에 '차라리 군대를 폐지하자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며 '말도 안된다' '생뚱맞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상에서 보듯, 여야 정치인들은 공히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병사들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자는데는 적극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다분히 표를 의식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냄새가 짙다. 병사들이 2년 여의 군대생활 중에 많은 봉급을 받고, 또 제대할 때는 퇴직금까지 챙겨 일시적으로는 기쁘겠지만, 그들이 제대 후에는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치인들의 호의(?)에 선뜻 감사해 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GP 총기난사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장병 8명의 유족 대표를 맡았던 조두하(50, 故 조정웅 상병 아버지)씨는 최근 국방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국회진상조사위, 병영개선위원회, 사병봉급 인상 운운 등을 보면서 서글픔을 느낀다. 그런 유치한 발상은 도대체 누가 하는 건지 국민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말라"고 뼈있는 주문을 했다. 병사들 봉급인상에 적극적인 국회의원들이 새겨 들어야 할 대목이다.(끝) (konas)
- 관련기사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