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타임스, “北, 영어 교육에 이중적 태도 취해”
영어 학습서 대부분이 김일성 어록(영문판)
한국전쟁직후 북한에서 금지됐던 영어가 다시 필수 외국어가 돼가고 있지만 교사가 없어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22일 미국의 'LA 타임스'(바바라 데믹 기자)가 보도했다. 그러나 신문은 북한은 아직도 공식적으로는 모든 영어 교재나 신문, 영화, 음악은 금지하는 등 어정쩡하고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은 기사의 전문이다.<편집자 주>
공산국가인 북한이 영어의 유용성에 대해 눈뜨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립된 국가인 북한에서 유능한 영어교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북한 당국은 한국전쟁 직후 줄곧 영어를 적국의 언어로 간주해 왔으며 영어의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 특히 북한은 구 소련의 공산경제와 매우 깊은 상관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영어를 대신해 러시아어가 제1외국어로 간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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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흘러 북한은 영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국제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 영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그러나 북한은 주민들이 영어에 능숙해지면 이와 함께 들어오게 될 급격한 서양문화의 유입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영어로 쓰여진 책, 신문, 광고, 영화 그리고 음악이 모두 금지돼있다. 물론 영어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조차 착용이 금지되어 있으며 영어를 사용하는 원어민 교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 북한 당국은 내키진 않지만 우수 학생들 중 일부를 해외로 유학을 보내고 캐나다와 영국 출신의 교사를 초빙하는 등 약간의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들 엘리트 학생들은 무역관계, 혹은 공식행사에서 외국 방문객들을 상대로 영어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영국의 교육 평가원(ETS·프린스턴 소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국적의 토플 응시건수는 모두 4천 783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년 전에 비해 3배로 늘어난 수치다.
前 평양주재 영국 대사로 현재 북한에 영어 교사 파견을 돕고 잇는 제임스 호어(James Hoare)씨는 "그들도 이제는 현대 과학 및 기술에 대한 접근을 위해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평양에서 인터뷰한 학생들의 경우 영어를 배우고 싶지만 그 난해함 때문에 좌절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30살로 깡마른 체격의 취재진 가이드의 경우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지만 거의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어느 여성의 경우 자신의 아버지가 해외에서 밀수로 들여온 영어 책을 읽기 위해 가끔 기숙사의 문을 잠그기도 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한 또 다른 여성은 대학에서 영어 대신에 러시아를 공부해야만 했던 상황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결혼, 자동차, 그리고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문제로 원어민 강사가 없다는 것과 영어 교재가 거의 없다는 것을 꼽는다. 이외에도 최근 남한에서 출판된 한영·영한 사전이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북한 당국이 영어를 그대로 한국말로 사용하는 남한의 습관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도 영어 학습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극소수의 엘리트 계층 학생들이 '타이타닉', '조스', '사운드 오브 뮤직'등의 헐리우드 영화를 구해 영어를 배우고 있으며, 대부분은 영문판 김일성 어록으로 학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서양 소설로는 19세기 영국 작가인 찰스 디킨스의 저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영어 학습이 결코 좋은 목적으로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캐나다 출신인 제이크 불러 교사는 "영어 학습이 북한의 문호를 개방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만일 북한이 새로운 세계로 나오길 원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번역·정리 김필재 (코나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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