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군'도와달라" 찾아갔다 혼쭐난 표명렬씨
'실향민중앙협의회' 채 회장, "왜 주적개념 필요없다 하느냐!" 질책
자신이 몸 담아왔던 모든 예비역 단체로 부터 제명처분을 당한 소위 '평화향군'의 표명렬씨가 한 반공 보수원로로부터 '평군'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해 크게 질책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사단법인 실향민중앙협의회 채병률(蔡秉律, 76) 회장은 지난 3일 표씨의 요청으로 서울 K 호텔에서 1시간 정도 만났다. 평군 설립에 분주한 표씨가 채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자리였다. 부친의 좌익활동으로 비난을 받아온 표씨가 어느 단체보다 반공(反共) 정신이 투철한 실향민회를 찾아간 것은 스스로 호랑이 굴을 찾아간 셈이다.
표씨는 이 자리에서 "향군은 현재 여러가지로 부패하고 비리가 있어 개혁이 필요하며 따라서 복수(複數)의 재향군인회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조선일보 등 보수를 표방하는 신문들도 이대로 나가서는 나라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표씨는 또 "6·25는 부끄러운 전쟁이고, 국가보안법도 주적개념도 폐지되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자신의 의견을 채 회장에게 말하면서 소위 '평화재향군인회' 설립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듣고 있던 채 회장은 "6·25는 북한의 김일성이 일으킨 전쟁이고 아직까지도 적화통일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북한의 위협이 실재하는 한 국가보안법은 존속돼야 한다"며 평소 자신의 생각을 표씨에게 전했다. 채 회장은 이어 "표 장군은 주적개념이 필요 없다고 했는데 분단 대치 국가에서 왜 주적개념이 필요없냐"며 표씨를 다그쳤다. 표씨의 친북좌편향적 이념성향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표씨와 만남이 끝난 후 채 회장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도 당신이 지금까지 주장해 왔던 바에 대한 심경의 변화가 없냐"고 물었다. 이에 표씨는 "변함 없는 점도 있지만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앞으로 고쳐 나가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표씨의 이같은 모호한 답변에 만족하지 못한 채 회장은 "고쳐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바가 있다면 평군 창립식 이전에 당신의 변화된 생각을 일간지에 기고하라"고 재차 다그쳤다.
채 회장은 이날 "오는 27일 평군 창립식에 와 주십시요"라는 표씨의 초청에 "못갈 것 없으니 우리 회의 몇 사람과 함께 참석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채 회장은 5일 코나스와 통화에서 "평군 창립식 이전에 국가보안법, 주적개념, 6·25전쟁 등에 대해 표 장군이 공개적으로 언론에 자신의 달라진 생각을 밝히지 않는 한 참석치 않겠다"고 말했다.
채 회장은 또 "나도 향군 회원이지만 향군으로부터 쓴 담배 한대 얻어 피운 적이 없다"고 향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현재의 재향군인회도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18세 때 부터 지금까지 평생을 공산주의와 싸워온 사람으로서 부정부패야 말로 공산주의의 온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부패한 단체는 반드시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씨가 회장으로 있는 (사)실향민중앙협의회는 6·25전쟁 전에 북한에서 살다가 공산주의 학정에 못견뎌 월남한 탈북 실향민들의 모임이다. 이북도민회 중앙연합회 회원이기도 한 이들은 일반 실향민 보다 반공(反共)정신이 강하다. 이들은 해방 후 북한 공산주의에 적극적으로 저항한 '서북청년회'의 반공정신을 계승한 사람들이다. 현재 회원은 171만명으로 대부분 60대 후반에서 70세에 이르는 고령자들이다.
한편 표씨는 지난달 초에는 평군 설립에 도움을 받고자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가 국방부로부터 거절 당하기도 했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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