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움을 잊지 않는 국민
인천광역시 중구의 응봉산에는 인천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유공원이 있다. 이곳에는 우리의 은인인 더글러스 맥아더(1880∼1964) 장군의 동상(銅像)이 48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면서 서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자유공원은 맥아더 장군 동상을 놓고 엉뚱하게도 남남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이념충돌의 현장으로 변해 있다. 지난 7월 17일 제헌절 날에 이어 미국의 9·11테러 4주기가 되는 11일에도 또다시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 광장에서 동상철거를 주장하는 친북·반미단체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우파 단체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었고 양측간에는 유혈 충돌까지 가는 험악한 사태가 벌어졌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가 난 무렵에 일부 친북·반미단체가 자유공원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이 동상을 도심에서 떨어진 월미도의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으로 옮기거나 아예 철거할 것을 주장하였다.
금년에 들어와서는 우리민족련방제총일추진회의(련방통추) 등 9개의 재야단체가 참가한 '미군추방 공동투쟁 공동투쟁위원회'가 '맥아더 동상타도 특별 위원회'를 구성하면서부터 철거운동이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식민지 역사의 잔재와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제국주의의 상징인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7월 27일에는 동국대 강정구 교수가 "6·25전쟁 때문에 생명을 박탈당한 400만명 대부분에게 미국은 생명의 은인이 아니라 생명을 앗아간 원수이므로 전쟁광 맥아더의 동상도 함께 역사 속으로 던져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들의 주장에 담긴 사실관계와 논리의 왜곡, 비뚤어진 역사인식은 실로 개탄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작년 가을부터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이들의 주장이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식으로 노골화되자 인천지역 재향군인회와 황해도민회, 자유시민연대, 국민행동본부, 청년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맥아더 동상 사수'를 결의하고 맞불시위 등으로 행동에 나섰다.
또한 지난 7월 29일에는 성우회 원로고문이신 백선엽 장군을 비롯한 성우회 회원 150여 명이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참배행사를 개최하고 친북·반미단체들의 동상철거 책동을 저지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6·25 발발 당시 미군이 우리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신속하게 참전하였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데는 미국 정부 자체의 의지도 강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맥아더 장군 개인의 헌신적이고도 적극적인 조치가 큰 힘이 되었던 것이다. 그는 '미군이 즉각 개입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끝나버린다'고 판단하고 트루먼 대통령을 적극 설득함으로써 미군을 신속히 투입시킬 수 있었다.
또한 당시 낙동강 전선까지 적군에 밀려 조국의 운명이 실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져 있을 때 맥아더 장군은 적의 후방 허리를 잘라 일시에 전황을 뒤집기 위해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합동참모본부는 물론 관련 지휘관 및 참모들이 모두 인천이 상륙작전을 하기에는 매우 부적당한 곳이라는 이유로 극력 반대를 하였으나 장군은 탁월한 전략과 용기를 가지고 마침내 세계전사에 길이 빛나는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장군은 우리나라를 공산주의 적화로부터 구해줌으로써 무척이나 고마운, 잊지 못할 대한민국의 은인이 되었던 것이다. 만일 전쟁 초기 맥아더 장군의 참전의지와 용기 그리고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번영된 자유민주 대한민국은 전혀 생각할 수 없었을 것임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자는 것인가.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자고? 이 세상에 이 보다 더 배은망덕한 주장이 있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여기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세운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당시 위기의 우리나라를 되살리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던 위대한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 인천 시민들이 한푼 두푼 자발적인 헌금을 모아 동상을 세웠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게 한 위대한 군인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 동상을 통해 우리 한국인의 가슴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지 맥아던 장군의 낡은 동상 하나를 옮기느냐 마느냐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조국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굳건한 한미 동맹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중차대한 문제인 것이다.
6·25정쟁에서의 맥아더 장군의 공과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든 한국을 구출한 은인을 이런 식으로 평가를 하고 동상을 철거하자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은혜와 고마움을 모르는, 형편없는 수준의 국민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은혜를 받았으면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것은 개인이든 국가이든 마찬가지 원칙인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장군에 대한 고마움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임은 물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인천 자유공원에서 장군의 동상이 훼손되는 것을 사전에 철저하게 방지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하여 이 동상이 자유민주주의의 상징으로서 언제까지나 늠름하게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도록 우리의 모든 노력을 함께 기울여 나가야만 할 것이다.(自由)
韓哲洙(星友會 회장, 예비역 육군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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